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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9824 vote 0 2010.03.25 (23:30:53)


“한명숙 흠집내기?”

‘검찰이 서울시장에 출마하나?’

 

김영삼≫ 초원복집 사건에도 불구하고 당선. 김대중≫ 정치자금수사 흠집내기에도 불구하고 승리. 이명박≫ BBK 폭로에도 불구하고 당선.

 

선거 직전에 대형 폭로전이나 흠집내기로 재미본 예는 잘 없다. 물론 폭로전이 먹힐 수도 있다. 첫째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조기에 작업을 할 것. 둘째 괜찮은 대체재를 제시할 것. 이런 조건이 갖추어지면 한 방에 보낼 수도 있다.

 

이회창은 대선 1년여 앞두고 봄부터 자녀들의 병역비리와 호화건물 등으로 두들겨 맞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폭로전 때문에 이회창이 패배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이라는 대체재가 등장했기 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 이회창은 깨끗하다 ≫ 알고보니 노무현이 더 깨끗하다.

 

이회창이 닦아놓은 컨셉이 노무현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이회창이 패배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폭로전에 영향받아 실망하고 이회창을 버린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라는 멋진 대안을 발견하고, 이회창에 대한 지지를 그대로 노무현에게로 가져간 것이다.

 

이 점이 각별하다. 폭로전 자체만으로는 먹히지 않는다. 상대방의 강점을 그대로 흡수할 대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 논에 물대기’ 식의 자기편에 유리한 공약은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 2000년 413총선 직전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탄핵도 거대한 역풍을 불러 일으켰다.

 

유권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이나 탄핵을 두고 ‘외부의 힘이 작용하여 국민의 참정권을 유린하는’ 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내부를 치는 격이다. 당연히 역풍 일어난다.

 

검찰의 한명숙 흠집내기는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불순한 외부 힘의 작용’이다. 검찰은 정치권 내부의 ‘대체재’가 아니라 외부에서 끼어든 불순세력이다. 두 선수가 링에서 권투시합을 하는데 괴한이 링 위로 올라와 난동을 부리는 격이다.

 

검찰이 외부의 불순세력이 아니고 내부의 가족이라면? 검찰이 직접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면? 그 경우 검찰의 흠집내기는 대성공이다. 그런데 어쩌랴! 검찰은 서울시장 후보가 아닌 것을.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폭로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초원복집사건은 확실히 김영삼의 표 일부를 이탈시켰다. 비자금 흠집내기는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BBK 역시 이명박 후보에게 커다란 데미지를 입혔다. 폭로전은 분명히 일정한 성과가 있다.

 

검찰의 한명숙 흠집내기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지금 상당히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런데 결과가 없다. 왜? 2007년 BBK 역시 이명박 후보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명박은 당선되었다. 왜?

 

유권자들은 검찰의 한명숙 흠집내기를 분명히 기억한다. BBK 폭로를 분명히 기억한다. 다 장부에 적어놓는다. 그리고 그것을 일종의 ‘채권’으로 간주한다. 일단 문제있는 후보를 당선시킨 후 ‘촛불’이라는 형태로 채권을 행사한다.

 

모든 폭로는 효과가 있다. 단지 당선에 영향을 주지 않을 뿐이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은 3년후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고, 한나라당의 탄핵은 3년후 이명박의 당선을 도왔다. 효과는 분명히 있는데 3년 후에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한명숙 흠집내기로 상당히 재미를 보고 있으며 유권자들은 이미 한명숙을 못마땅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채권으로 간주하고, 일단 한명숙을 당선시켜놓고 채권을 행사하는 전략을 취한다.

 

정몽준의 막판배신은 분명히 노무현 후보에게 타격을 입혔다. 단 당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몽준의 배신 때문에 유권자들은 일종의 채권(노무현 대통령을 깔 권리)을 얻었으며 그 채권(이승엽이 야구월드컵에서 홈런쳐서 얻은 ‘까임방지권’과는 반대다.)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당선시키고 본다.

 

검찰의 흠집내기로 분명히 유권자들은 한명숙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만, 한명숙을 ‘깔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서울시장에 당선시켜놓고 본다. 그러므로 법원의 1심재판결과는 선거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무죄가 나든 유죄가 나든 당선과는 상관없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구성된다. 검찰이 한명숙을 때리면 한명숙의 자본이 깎이는 것이 아니라 부채가 증가한다. 그런데 부채의 증가는 자산의 증가에 속한다. 검찰은 지금 한명숙에게 자산을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마운 일이.

 

이건 간단한 산수인데. 한나라당에 경제를 공부한 사람이 없으니. 제발 공부 좀 해라 화상들아!

 

2002년 대선때 필자가 한 말이 있다. 희망돼지 모금액수가 소액이라 선거전에 큰 도움이 안되더라도, 어떻게든 유권자가 노무현 후보를 상대로 ‘채권’을 가지게 해야, 후보와 유권자 사이에서 ‘관계의 밀도’가 증가된다고. 그러므로 모금액수를 떠나서 희망돼지 운동을 해야한다고.

 

###

 

중요한건 선거의 컨셉이다. 무엇인가? 유권자는 선거라는 행사를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로 여긴다.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그것이 선거의 컨셉이다. 말하자면 동기부여다.

 

폭로한다는 것은 ‘때린다’는 것이고, 이때 맞은 쪽은 보복할 권리가 생긴다. 그 경우 다음 단계가 궁금해진다. 검찰은 때렸고 한명숙은 맞았다. 그렇다면 한명숙의 반격은? 당선이 반격이다. 당선 그 자체가 가장 멋진 반격인 것이다. 그보다 멋진 반격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한명숙 당선된다.

 

검찰의 한명숙 때리기는 한명숙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들고, 반대로 오세훈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든다. 검찰의 흠집내기는 한명숙과 유권자 사이에서 관계의 밀도를 증가시킨다. 관계가 긴밀해지면 당연히 그 후보에게 투표한다.

 

무엇인가? 검찰의 흠집내기 공세로 유권자는 한명숙에 대해서 일종의 채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유권자는 이 채권의 행사를 통해서 한명숙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유권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찍는다.

 

검찰발표를 불신하는 사람.. 내가 지켜주었기 때문에 당선되었다. 한명숙은 나에게 감사해라. <- 이 구실로 한명숙을 통제하려 한다. 통제하기 위해 찍는다.

 

검찰발표를 신뢰하는 사람.. 한명숙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봐줘서 당선되었다. 그러니 두배로 열심히 일해라. <- 이 구실로 한명숙을 통제하려 한다. 역시 한명숙을 찍는다.

 

지금 오세훈이 선거를 하는지 검찰이 선거를 하는지 모르게 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오세훈 말고 검찰이 후보자로 등록하는게 맞다. 서울시민은 외부에서 끼어든 불순세력인 검찰과, 채권의 성립으로 관계가 긴밀해져서 내부의 가족이 된 한명숙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는 뻔하다.

 

사람들은 이미 오세훈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오세훈이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반면 한명숙이라는 인물에 대한 흥미는 높아졌다. 한명숙은 당선이라는 형태로 검찰에 반격을 가할 것이고, 그러한 반격이야말로 관전자에게 짜릿한 오르가즘이 된다.

 

인간이 원하는 것은 현실성 있는 목표다.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쉬운 목표는 일단 한명숙을 서울시장에 당선시켜놓고 차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0.03.26 (10:34:36)

유시민의 경우도 그런 것 같소. 가만히 있어도 민주당, 언론 들이 나서서 유시민과 유권자들 사이의 관계의 밀도를 높여주고 있더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3.26 (11:48:50)

그러게 말이오.
지자체장 예비후보 등록 했을 뿐인데, 대선 급 아우성이오. 도지사 보다 대통령이 쉽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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