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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207 vote 1 2017.06.06 (23:17:21)

    

    세상은 대칭이다


    ‘물리학은 대칭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물리학자들이 하는 소리다. 세상은 온통 대칭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대칭을 포착할 수 있다. 필자가 소년시절 신통방통한 자연의 대칭을 발견하고 흥분하여 탄성을 질렀을 때 동조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허탈해졌다. 물리학이 대칭을 기본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근래에 들은 말이다. 늦었다.


    학은 왜 한쪽 다리를 들고 물가에 서 있는가? 학교에서 나눠주는 방학공부 책에는 그 이유를 ‘추워서’라고 써놨지만 황당한 주장이고 필자는 거기서 대칭을 발견했다. 학은 한쪽 다리로 서서 지구와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가 한쪽 다리로 서 있듯이. 두 다리로 서면 체중을 분배하는 문제로 황새의 뇌는 피곤해진다. 운동장 조회 때 서 있으면 어지럽다.


    속이 메스꺼워진다. 하루는 선생님이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하얘졌다.’며 나무 그늘에 앉아있으라고 했다. 두 다리로 서 있으니 힘들다. 지구는 중력을 전달해야 하고 뇌는 체중을 분배해야 하고 서로 피곤한 일이다. 나는 학이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것을 보고 대칭을 발견했는데 그걸 의논할 상대가 없었다. 학도 대칭이고 나무도 대칭이고 산도 대칭이다.


    다들 지구 중력과 짝지어 쌍을 이루고 있다. 대칭은 도처에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역시 대칭이다. 뱀이 똬리를 틀 때 오른쪽으로 한번 틀면 반드시 왼쪽으로 한번 틀어야 한다. 역시 대칭이다. 자전거가 비틀거릴 때 오른쪽으로 한 번 비틀하면 왼쪽으로도 한 번 비틀해줘야 한다. 댄서가 엉덩이를 씰룩거려도 오른쪽 왼쪽이 번갈아 장단을 맞춘다.


    어디 가나 대칭이 있다. 문제는 내 눈에 잘 보이는 그것이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칭이라고 검색해 봐도 symmetry를 입력해봐도 발견되는 이미지는 시시한 것뿐이다. 대칭은 공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시간에도 있다. 필자는 이를 구분하여 호응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호응은 대칭의 일종이다. 왜 나뭇잎은 대칭구조를 가지는 걸까?


    그래야 통제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만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게 아니라 오리도 그 짧은 다리에도 불구하고 한쪽 다리로 서 있곤 한다. 닭도 마찬가지다. 걷다가 멈출 때 한쪽 다리를 가만히 든다. 모든 새가 그러하다. 자연의 모든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에 대칭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과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바닷가나 높은 산 위에서 보면 보인다. 그냥 눈으로 봐도 둥근 게 보인다. 그게 안 보이는 사람과 대화하려니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입을 닫아버리기로 했다. 억장이 무너져서 말할 수 없다. 소실점과 같다.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대칭은 대칭이고 소실점은 소실점이고 다른 거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찾지 말고 의사결정원리를 추적하라. 새가 한쪽 다리로 서 있으면 지구와 대칭이라는 사실을 모르겠는가? 마찬가지로 소실점은 피사체와 관측자의 눈이 대칭을 이룬 것이다. 이 정도면 바보라도 눈치를 채야 한다. 나뭇잎의 좌우를 보지 말고 나무와 대응하라.


    나무와 나뭇잎이 연결되는 라인은 꼭지다. 과일과 나무도 꼭지로 연결된다. 꼭지가 황새의 한쪽 다리다. 꼭지로 연결되는 것이다. 모든 연결되는 라인이 있는 것은 보이지 않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대칭이 없을 수는 없다. 대칭을 이룬다는 것은 그것이 발생하게 되는 경로의 지정을 의미한다. 애초에 에너지가 들어와야 그것이 그것으로 되는 것이다.


    그 에너지의 출입구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 두 다리로 서면 에너지 출입구가 둘이라서 힘들어지는 것이다. 뇌는 하나다. 중력도 하나다. 의사결정은 하나다. 그래서 대칭이다. 자연이 대칭을 이루는 것은 에너지가 한 지점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산이 뾰족한 것은 비가 위에서만 내리기 때문이다. 밑에서 솟구치는 비도 있고 옆에서 때리는 비도 있다면?


    그 경우 산은 대칭의 꼴을 가지지 않는다. 비는 항상 위에서 내리고 중력은 항상 밑에서 당긴다. 그래서 대칭이다. 하나의 에너지 입력부에 의해 통제되는 것은 모두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새는 그냥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먼저 점프한다. 점프한 다음에 날갯짓을 한다. 왜? 에너지 입력부가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날갯짓과 중력으로 둘이면 곤란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먼저 균형을 잡고 전진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전진하고 다음 균형을 잡는다. 즉 자전거를 배울 때 균형 잡는 것을 먼저 배우고 나중 페달을 밟아 전진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전진하는 것을 배우고 균형 잡는 것은 나중 배우므로 반드시 몇 번은 무릎을 까져야 한다. 왜? 에너지 입력부가 하나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력과 전진은 둘이다.


    대칭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귀납이다. 이건 틀렸다. 통제권이라고 봐야 한다. 에너지 입력부가 1이므로 대칭이 될 뿐 눈에 보이는 형태와 상관없다. 시간차 대칭도 있기 때문이다. 시계추가 좌우로 오가는 것도 대칭인데 이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시계추가 웬 대칭? 헷갈리는 사람 있다. 시간차로 대칭을 이루는 호응이 또 있는 것이다.


    새는 먼저 점프하여 공중에 뜬 다음에 날고, 자전거는 전진한 다음에 균형을 잡고, 수영은 헤엄쳐 가면서 공중에 뜬다. 비행기가 먼저 공중에 뜬 다음에 날려고 하면 추락한다. 일단 나는 게 먼저고 날다 보면 뜬다. 라이트형제는 나는 것을 먼저 연습했고 랭글러 박사는 뜨는 것을 먼저 연구했다. 뜬 다음에 난다는 생각이 틀렸다. 랭글러 박사는 실패했다.


    왜? 대칭 때문이다. 지구와 대칭될 것인가 공기와 대칭될 것인가? 동시에 둘과 대칭될 수 없다. 공기와의 대칭이 먼저다. 먼저 날아야 한다. 날다 보면 뜬다. 라이트형제는 연날리기를 먼저 연습했다. 뜨는 것은 나중이다. 엔진의 마력을 올리면 뜨는 거다. 뜨는 문제를 연구한 랭글러 박사가 라이트형제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고 집요하게 소송했음은 물론이다.


    ‘라이트 형제가 내 기술을 훔쳤다.’ 이 때문에 라이트형제는 미국에서 옳게 인정받지 못하고 대신 프랑스에서 대환영을 받았다. 이걸로 미국과 틀어져서 라이트 형제의 1호 비행기는 오랫동안 런던에 보내져 있었다. 본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참으로 적다. 여기까지 읽고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여 하고 시큰둥한 사람은 냉큼 꺼지고 볼 일이다.


    이 장면에서 가슴이 뜨거워져야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구조론은 대칭에서 시작하여 호응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 에너지의 입출력이 있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통제할 것이냐다. 에너지 출입구가 보이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눈으로 보고도 소실점을 못 보는 사람과 대화할 수 없다. 대칭은 형태의 쌍이나 닮음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균일성이다.


    대칭이라고 하면 둘의 대칭을 떠올리기 쉽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시작점을 찍는 문제다. 기차가 간다고 치자. 기관차가 움직인다. 기차가 간다. 이렇게 쉽냐고? 천만에. 기차가 출발할 때 쿵 하고 한 번 전체가 흔들린다. 1을 도출하는 문제다. 기차는 1이 아니다. 기관차가 움직이면 객차가 하나씩 기관차에 연동되며 충격파를 낸다.


    그 충격이 기차 끝 칸까지 갔다가 되돌아온다. 그래야 기차가 가주는 것이다. 정적상태에서 동적상태로 변환하기다. 지렁이라면 어떻게 갈까? 몸을 움츠려야 한다. 뱀은 몸을 S자로 꼬아야 한다. 즉 기차가 출발할 때 약간 미세하게 후진하는 것이다. 움츠리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을 동動으로 만들어 지구와 붙은 것을 떼놔야 한다. 처음은 중력으로 접착돼 있다.


    너클볼은 직진하지 못하고 휘어진다. 너클볼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무게중심이 정해지지 않아 전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 몸을 추스르지 못한다는 말이다. 즉 의사결정중심이 되는 1이 도출되지 않은 것이다. 이때 지렛대의 원리에 따라 인체의 말단을 살짝 잡아도 꼼짝 못 하게 된다. 나뭇짐을 지고 산길을 간다. 나뭇짐 끝이 나뭇가지에 살짝 걸린다.


    그 힘은 고양이가 앞발로 붙잡은 정도의 작은 힘이지만 지게가 걸려 꼼짝하지 못한다. 이를 이기려면 자신을 동動의 상태에 두어야 한다. 너클볼은 지나가는 공기가 살짝 건드려도 휘청댄다. 반면 류현진의 직구는 지나가는 공기가 휘파람을 불어도 모른 체하고 직진한다. 회전이 걸려 1을 도출했으니 대칭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칭축이 지정되어 있다.


    너클볼은 그 일점이 없다. 축이 없다. 술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린다. 골반이 없어 망하는 일본 로봇처럼 된다. 빛이 전진한다는 것은 내부에 축이 조성되어 있다는 의미다. 보이지 않아도 그것은 있다. 대칭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 그냥 움직이는 것은 자연에 없다. 그냥 대칭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뱀의 S자 대칭이나 시계의 시간차 대칭은 잘 모른다.


    소실점이 관측자와의 대칭이라는 것은 고수만 안다. 학이 한쪽 다리로 서는 게 지구 중력과의 대칭임은 눈썰미가 있는 사람만 안다. 모든 의사결정은 하나의 작은 점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연역해낼 수 있어야 한다. 복제다. 자연이 대칭되니까 정치도 대칭되고, 경제도 대칭되고, 사회도 대칭되는 것이다. symmetry는 쌍으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균형이며 균일이며 곧 1이다. 1이되 그냥 1은 아니고 둘 사이를 연결하는 라인이 1이다. 나무와 나뭇잎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된다. 지구와 나무는 하나의 줄기로 연결된다. 신과 나는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대칭이다. 사건의 통제가능성 때문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계속 진행하여 간다. 라인이 둘로 되면 기에서 승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자전거는 넘어지고, 수영하다 물 먹고, 비행기가 못 뜨고, 누운 사람이 일어나지 못 한다. 나무꾼은 잔가지에 걸려 자빠진다. 라인이 2가 되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전진에너지와 지구중력에너지로 2가 되었다. 지게꾼의 등과 소나무의 가지로 라인이 2가 되었다. 즉시 구조는 파탄되고 만다. 의사결정은 실패한다.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문제와 답 사이에 =다.


    등호는 문제와 답을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한다. 돌아가는 팽이가 자빠지지 않는 것은 지구와 하나의 접점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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