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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356 vote 0 2017.05.08 (13:41:42)

     

    16. 내 몸에 딱 맞는 정신을 남기는 방법


    불혹의 나이에 작고 뚱뚱하며 보잘 것 없는 몸을 지니고 있는 여성. 몸 쓰는 일은 뭐든지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산을 탔고 마라톤도 했다. 남편도 야간등산을 하다가 만났다. 발가락에 염증이 생겼는데 그 아픔이 좋았다.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나의 몸을 학대하고 즐거워하는 기제로 발전한 것은 아닌가요? 이에 대한 강신주 답변은 몸에 대한 찬양이다.


    몸은 진보적이고 정신은 보수적이다. 탄트라 불교는 섹스를 통해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 몸에 저항하는 보수적인 정신을 죽이고 몸에 맞는 새로운 정신을 만든다. 몸은 하나의 개방이고 세계와 연결된다. 내담자가 육체를 학대하는 것은 콤플렉스 때문이 아니고 그게 즐겁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다. 대략 이런 헛소리다.


    콤플렉스는 마음의 문제라면서 몸을 찬양한다. 앞뒤가 안 맞다. 마음의 문제라면 마음으로 해결될 것이니 마음을 찬양해야 맞다. 강신주가 몸을 찬양하면 그럴수록 내담자의 상처를 깊게 할 뿐이다. 몸에 대한 찬양은 미인들이 만들었고, 정신에 대한 찬양은 몸이 안 되는 사람들이 생산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특히 몸을 찬양했다. 그리스 석상들은 누드다.


    중세가 되면 그리스의 신들도 옷을 입는다. 고대가 몸을 찬양했다면 중세는 정신을 찬양했다. 현대사회는? 뇌에 주목해야 한다. 쾌감은 몸이 느끼는 것이 아니라 뇌가 느끼는 것이다. 몸을 학대하는 것은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뇌는 언제라도 정보를 요구한다. 마라톤을 하는 것은 뇌가 요구하는 정보를 주는 것이다. 두뇌만 뇌가 아니라 신경망이 모두 뇌다.


    사냥과 채집에 종사하는 부족민은 많은 신체활동을 했다. 사냥할 때는 온몸의 세포가 깨어 있도록 긴장타야 한다. 신경이 깨어있으니 뇌를 즐겁게 한 것이다. 강신주가 탄트라불교 운운하며 섹스를 찬양한다면 어이없는 일이다. 그것이 철학자가 할 말은 아니다. 인도인들은 건기에는 볕이 뜨거워서 외출하지 못하고 우기에는 비가 와서 외출하지 못한다. 


    온종일 집에 갇혀 있으니 섹스로 도피하게 된다. 특히 귀족과 승려들은 몸을 사용할 일이라곤 없으니 뇌가 괴로워진다. 요가나 명상으로 뇌를 만족시켜야 했다. 그것이 궁여지책은 될지언정 권장할 일은 아니다. 현대인도 몸을 사용할 일이 적어 뇌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방 안에서 요가를 하거나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해봐야 야외로 나가는 것만 못하다.


    고대사회는 영웅숭배가 있었다. 영웅은 특별히 우월한 신체를 가진 사람으로 여겨졌다. 헤라클라스나 아킬레스다. 반면 헥토르는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이룬 사람이다. 인간의 관심이 점차 육체에서 정신으로 넘어간 것이다. 내담자가 육체의 콤플렉스를 신체의 자극으로 풀어낸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육체에 대한 학대가 아니라 뇌에 대한 자극이다. 


    뇌는 외부의 침범에 흔들린다. 타인의 평판공격, 부모의 억압, 사회의 금제, 권력의 야만으로부터 뇌는 부단히 도전받는다. 뇌가 외부의 공격에 대항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의 결을 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연주자의 집중과 같고 화가의 몰입과도 같다. 연주자는 귀와 손가락을 쓰지만 마라토너는 두 다리와 심장을 쓰는게 차이다. 화가는 눈과 손가락을 쓴다. 


    등반가는 신체의 감각을 두루 쓴다. 작가는 이야기의 결을 따르고 등반가는 바위의 결을 따른다. 각자 자기 이야기를 가지는 것이다. 그것으로 외력의 개입을 극복한다. 육체찬양 정신반대라면 얼빠진 소리다. 외부의 결이냐 내부의 결이냐다. 사회적인 평판이나 명성, 도덕 따위는 외부에서 작용하므로 통제되지 않는다. 각자의 자기 이야기는 통제가 된다. 


    통제가능성의 문제다. 정신이 보수이고 육체가 진보라는 강신주 주장은 황당한 소리다. 육체는 없다. 대신 뇌가 있다.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평판, 신념, 명예, 도덕, 이상들은 주도권이 외부에 있어 통제되지 않고 육체는 내맘이니 통제가 된다는 말을 저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육체가 아니라 뇌다. 뇌는 외부환경과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인간의 눈이 밤하늘의 별을 살펴 10만 광년 앞을 내다본다면 인간의 신체는 10만 광년까지 전개되어 있는 것이다. 뇌는 거리를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뇌는 자신과 타자의 경계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의족이나 의수를 쓰면 뇌는 그 의수도 나의 신체일부로 여긴다. 안경을 쓰면 안경도 신체 일부다. 옷이나 신발이라도 뇌는 신체일부로 본다. 


    자동차를 타면 차체는 신체의 연장이다. 뇌는 그것을 구태여 구분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육체로 대지를 밟고 서면 대지가 나의 일부가 된다. 뇌의 논리로 보면 인체는 확장되어 마침내 우주가 다 나의 일부로 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을 버려야 한다. 나와 타자의 경계가 중요하며 깨닫지 못했을 때 뇌는 자신도 타자로 오인한다. 


    그 경우 자해를 하게 된다. 섹스나 도박이나 마약이나 음주와 같은 것에 빠지면 자신의 신체를 타자화하여 공격하게 된다. 그것이 정신분열이다. 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뇌는 통제가능성으로 나와 타자를 구분한다. 자신을 통제할 수 없으면 자신이 타자가 된다. 자해행위로 자신을 공격하게 된다. 반대로 깨달으면 타자를 자신의 일부로 인식한다. 


    중요한 것은 역시 통제권이다. 타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변덕스런 환경을 예측하고 그 변화의 흐름을 타는 것이다. 환경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그 대상을 공격하게 된다. 타자를 공격하다가 자신이 희생되기가 다반사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을 타자로 알고 공격했지만 결과는 자신을 공격한 셈이었다. 


    호응할 수 있어야 한다. 박자가 맞지 않으면 불편한 타자이며, 시끄러운 소음이 되는 것이며, 반대로 대칭을 넘어 호응할 때 나와 타자의 경계는 무너지고 아름다운 화음이 된다. 등산이나 여행과 같은 육체의 자극을 통해 나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거기서 얻는 쾌감에 홀리면 곤란하다. 분명히 말하면 육체는 없다. 나와 타자의 경계선이 있을 뿐이다.


    현명한 자는 통제권을 발휘하여 흐름을 타고 경계를 넘을 것이며 어리석은 자는 그 타자의 시선으로 감옥을 만들고 자신을 그 안에 가둘 것이다. 왜 정신이 찬양되어야 하는가? 정신이 의리로 연결하여 서로 동지가 될 때 나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기 때문이다. 왜 정신이 비판되는가? 정신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으로 나를 가두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신을 잘못 사용한다. 왜? 철학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보운전자는 자동차를 잘못 사용한다. 왜? 운전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에 대한 비판은 초보운전자가 자동차를 비난하는 것과 같다. 자동차를 꾸짖지 말고 운전을 배워라. 자동차와 나의 몸이 하나되는 경지를 넘어 자동차와 나의 몸이 도로와 밀착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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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사라

2017.05.08 (21:31:22)

구조론적 사고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아나키

2017.05.09 (12:41:33)

육체에 깔려 있는 모든 신경망 자체가 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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