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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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141 vote 1 2017.03.31 (12:52:01)

    

    박근혜의 이상행동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는 프로이드가 처음으로 제기한 관점이다. 이성을 숭상한 칸트철학은 단번에 박살이 나버렸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에 지배받는가? 프로이드의 잠재의식? 프로이드는 하나의 관점을 제시했을 뿐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융의 무의식? 융은 무의식을 밀도있게 파헤치지 못했다. 그 무의식이라는게 뭐냐고? 모른다.


    아들러의 성격이론? 역시 주변부 변수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중요한 것은 호르몬이다. 인간의 행동은 거의 백퍼센트 호르몬에 지배되며 이성이 호르몬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대개 무의식과 심리성격에 의해 호르몬이 조정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귀결된다. 잠재의식은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집단과의 관계설정에 따른 무의식과 행동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심리성격이다. 인간행동은 집단행동과 일관행동이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으나 구조론으로 보면 결국 한 가지다. 그것은 전체다.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집단전체와 인생전체다. 집단과 나의 관계, 내 인생 전체와 지금 이 순간과의 관계가 인간행동을 결정한다.


    ◎ 무의식 – 집단과의 관계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 심리성격 – 일관된 행동을 함으로써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줄인다. 

    ◎ 잠재의식 – 소년기의 성격형성에 관계한다.


    인간행동의 절대원칙은 의사결정의 편의 곧 스트레스에 대한 회피기동이며 그 스트레스는 첫째 집단과의 불일치에서, 그리고 자기 인생전체와의 불일치에서 유발된다. 잠재의식은 성격을 형성하고 격발하는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행동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둘이다. 첫째 무의식을 봐야 한다. 박근혜가 집단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했느냐다.


    인류와의 관계, 신과의 관계, 친족과의 관계, 대한민국과의 관계, 박빠들과의 관계를 박근혜는 어떻게 규정했는가? 박근혜는 자신을 초월자로 규정했다. 박빠들을 위한 그 어떤 제스처도 하지 않았다. 박빠들을 자신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다. 박빠들은 박그네가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기를 기대했다. 부둥켜 안고 다함께 눈물을 흘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박근혜에게 박빠는 귀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일회성의 이용가치만 찾을 뿐 정서적 교류를 하지 않았다. 박빠들에 대한 박근혜의 태도는 대한민국에 대한 태도다. 박근혜는 대한민국에 원한을 가지고 증오했다. 한국을 미워하고 불신했다. 노무현 대통령과는 정확히 반대다. 노무현은 대한민국과 자신을 일체화시켰다. 박근혜에게 대한민국은 타자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무대에 초대된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이왕 무대에 올랐으니 니들이 원하는 노래나 한 곡조 뽑아주면 되는거 아녀?' 이런 태도였다. 그렇다면 그는 왜 무대에 올랐을까? 그의 신을 만나는 수단이었다. 최태민인지 무언지 알 수 없다. 그는 종교인의 마음으로 신을 만나기 원했으며 간절히 기도만 하면 신이 모든 것을 이루어 줄 예정이었다.


    대한민국은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시다바리에 불과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한 무대장치에 불과했다. 그는 신의 뜻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역시 신의 뜻에 따라 감옥에 갇혔으며 탄핵이 되어도 마지막까지 기도하며 다만 신의 판단을 지켜볼 따름이었다. 대한민국을 타자로 규정하고 대적한 사실이야말로 박근혜를 이해하는 첫 번째 키워드다.


    다음 그의 심리성격을 추적해보자. 성격은 소년기에 형성된다. 소년기에 그는 공주였다. 공주의 일은 행사에 나가서 손을 흔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적절한 의전이 제공된다. 무엇인가? 인간이 특정 성격을 가지는 것은 스트레스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먼저 말을 거는 전략 혹은 상대가 말을 걸 때까지 기다리며 얼쩡대는 전략을 선택하는게 외향형 내향형이다.


    그런데 박근혜에게는 스트레스가 없다. 왜?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연출해주는 정호성팀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은 어떤가? 초등학교 입학하는 데도 스트레스 받는다. 교실에서 내 자리 찾는 일도 헷갈린다. 소풍가는 날 뭘 사가야 할지. 친구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데이트는 어떻게 신청해야 하는 건지. 이사가려면 준비는 어떻게 하지? 


    결혼식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든게 스트레스다. 방귀는 언제 트는 건지, 직장에 가서 첫날은 어떻게 해야되는 건지 모른다. 선배에게 묻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긴장해서 몸이 굳는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 모든 일이 너무나 쉽다. 가만 있어도 정윤회 최순실 부부팀과 문고리 3인방팀이 챙겨주기 때문이다. 소풍? 그냥 가면 된다. 김밥 챙겨져 있다.


    친구? 가만 있어도 최순실이 말을 걸어온다. 데이트? 천민들과는 데이트 안 한다. 결혼? 천민들과 결혼할 필요가 없다. 취직? 안해도 된다. 돈은 가만 있어도 최태민이 갖다준다. 이사? 최순실 엄마 임선이가 집 사줬다. 가구배치? 실내 인테리어? 최순실이 해준다. 전용샴푸까지 신경써준다. 인간이 스트레스 받는 모든 일이 박근혜에게는 특별히 예외가 되는 거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사건의 결과에만 대응한다. 박근혜 행동의 수수께끼는 이런 거다. 왜 정윤회 사건을 그렇게 엉성하게 덮었나? 왜 정권말기에 위험하게도 최순실을 밀었나? 왜 정유라 말사건을 엉터리로 수습했나? 탄핵은 또 왜 그렇게 무성의하게 대응했나? 하야도 하지 않고 해외망명도 못하고 말이다. 리스크 관리 제로다. 변호인단 선정도 엉망이었다.


    대국민사과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모든게 꽝이었다. 박근혜는 사건의 원인측에 대응하지 않고 결과에만 대응한다. 새누리당이 망하자 천막당사 했다. 결과에 대응한 것이다. 검사 앞에서 조서는 7시간 꼼꼼하게 검토했다. 역시 결과에 대응한 것이다. 왜? 배우들은 원래 그렇게 한다. 연기를 대충해도 감독이 편집을 잘해주면 된다.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거다.


    원인측은 주변에서 의전팀이 챙겨주는 것이다. 박근혜도 대학을 다녔으니 성적표는 나와야 한다. 그러므로 결과는 확실히 신경쓴다. 원인은 무대책. 보통사람은 원인측에 스트레스받는데 박근혜는 원인측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전혀 안 받는건 아니다. 곤란한 일은 회피해 버렸다. 평생 제손으로 뭘 해본적이 없으니 스트레스는 안받지만 해내지를 못한다.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재산관리도 못하고 대통령 노릇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한다. 어쨌든 그는 자기방법으로 일관되게 행동했다. 일관되게 가면 자신의 다음 행동이 쉽게 도출되므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는데 그게 심리성격이다. 세월호 7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했듯이 삼성동 집에서도 머리 만진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했다. 스트레스 회피 성공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원래 그렇다. 우리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믿는다. 천만에. 죽음의 두려움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당연히 있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죽음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죽음을 두려워 하느냐고? 전쟁에 비유하자. 우리는 모든 병사와 장군이 죽음을 두려워할 걸로 여긴다. 김훈 소설 칼의 노래처럼 말이다.


    천만에. 진짜 두려운건 죽음이 아니다. 첫째, 자기 소속 대대가 없거나 못 찾겠다. 자기 직속상관이 누군지 모르겠다. 동료가 없거나 갑자기 사라졌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배가 고픈데 밥이 안 나오는 것이다. 즉 병사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것은 전쟁과 죽음이 아니라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막사도 없고 총도 잃어버렸고 뭐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이지중대처럼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전쟁이 두렵지 않다. 중대장이 소벨중위이고, 직속상관은 또라이고, 동료는 부상을 입었고, 총알은 잃어먹었고, 밥은 안 나오고, 전투복은 찢어졌고, 참호는 파려니까 돌밭이라 땅이 안파지고, 전차는 퍼져서 멈춰버렸고, 소총은 진흙탕을 덮어써서 고장났고 모기떼 엄습하고 비는 오고 죽음이다.


    모든게 엉망이라 모든 의사결정이 안 되는 상황을 당하면 인간은 패닉에 빠진다. 이것이 진정한 공포다. 왜 죽음이 두려운가? 죽음이 삶의 결과가 아니라 내세의 원인이기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주호민 만화 '신과함께'를 보고 죽음 매뉴얼을 얻고 죽음 내비게이션 챙기면 고통이 없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가서 저승사자를 만난 다음 노잣돈을 챙겨받으면 된다.


    불교에서 죽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므로 고통이 없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로 죽는 방법을 알려주므로 고통이 없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아는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박근혜 매뉴얼은 항상 결과측에만 대응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질, 입자, 힘, 운동까지 챙겨주면 량만 7시간 꼼꼼하게 검토한다. 재벌 3세가 경제를 망치는 것도 박근혜 멸망공식과 같다.


    이재용은 평생 원인측을 고민해본 적이 없다. 아부꾼들이 모여서 다 챙겨주기 때문이다. 결과만 다그치면 된다. 결과만 다그치다가 갤럭시노트 7 되었다. 재용이 없으니 주가는 속등한다. 정리하자.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결정원리이며 의사결정원리는 전체를 따르고 그것은 집단전체, 인생전체다. 집단전체는 무의식, 인생전체는 심리성격이다.


    상당부분은 본능이고 격발하는 것은 호르몬이다. 호르몬에 방아쇠가 걸리는 것은 잠재의식이다. 박근혜는 모든 행동은 스트레스의 회피라는 하나의 지점에 모인다. 감옥에서는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스트레스 없이 잘 살 수 있다. 인간이 고통받는 것은 주변사람을 도우려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주변사람이라면 최순실과 정유라인데 최순실과 틀어졌다.


    박근혜가 걱정할 사람은 이제 없다. 박빠를 걱정하지 않는다. 타자이기 때문이다. 보수를 걱정하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보수에 픽업된 거지 원래 보수가 아니다. 김정일과 만났고 시진핑에게 아부한 사람이 어떻게 보수냐 말이다. 아마 감옥에서 피둥피둥 잘 살 것이다. 박근혜가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최태민? 어쩌면 박근혜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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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것이 가니 올 것이 오네요. 세월호 3년 만에 돌아오고 봄비도 내려오고. 인간행동의 모든 것은 의사결정원리 안에 있습니다. 본질은 스트레스 회피입니다. 박빠들은 박근혜 찍어서 스트레스를 회피하려 한 것입니다. 문재인이 되면 원칙과 상식을 내세워서 뭔가 자꾸 새롭게 의사결정할텐데 노인들이 그거 따라잡기 힘들거든요. 국제기준으로 바뀐 규칙,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엄격해진 원칙, 새로 만들어진 제도에 적응하려면 긴장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미 퍼졌으니까. 


[레벨:5]vandil

2017.04.03 (13:07:08)

즉, 집단과의 관계설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심리성격의 일관된 행동으로 회피한다는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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