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다 구조론이 그다지 어려운게 아니다. 그냥 눈으로 보면 보인다. 그런데 안 보인다면? 인간의 뇌가 원래 구조론적 사유에 약하다고 볼 밖에. 주사위를 한 번 던졌을 때 눈금을 결정하는 매개변수는 몇 개인가? 그냥 세어봐라. 첫째 손으로 어떻게 쥐느냐가 결정한다. 손으로 살짝 쥐느냐 세게 쥐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이는 질의 결합이다. 주사위는 손과 결합한다. 다음은 주사위 자체다. 이는 입자의 독립이다. 주사위가 손에서 이탈한다. 주사위 무게중심을 틀리게 해놓고 사기도박 하는 수도 있다. 나무주사위냐 돌주사위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다음은 주변공간이다. 공기 속에서 던지느냐 혹은 물 속에서 던지느냐다. 힘의 교섭이다. 다음은 진행시간이니 운동의 변화다. 주사위가 많이 굴러가느냐 적게 굴러가느냐다. 마지막은 주사위가 정지할 때의 바닥상태다. 미끄러운 바닥이냐 거친 바닥이냐에 따라 나는 소리가 다르니 이는 양의 침투다. 다섯 매개변수는 그냥 보인다. 만약 여섯이나 일곱이 보인다면 또 모를까 이 다섯 중에 둘이나 셋밖에 안 보인다는 사람은 대가리에 총맞은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것이다. 여섯이나 일곱이 보인다면 보나마나 중복이므로 이를 지적할 수 있다. 둘이나 셋밖에 안 보이는 사람은 뭐 어쩔 수 없다. 눈 뜨고 보라고 해도 못 보는데 어쩌겠는가? 설명까지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바다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난 아닌뎅? <- 이러면 할 말 없다. 높은 산에서 새벽 일출을 보면 누구나 전율한다. '난 안 그런뎅?' 포기해야 한다. 주사위 눈금은 확률로 결정되지만 이는 다섯가지 변수를 사람이 동시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변수가 모두 고정되어 있을 때 이 다섯을 각각 적용하여 눈금을 통제할 수 있다. 다른 네 가지 변수를 미리 고정시켜놓을 수 없으므로 확률을 조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뭐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만약 누가 사기친다면 어떨까? 일단 사람 손에 뭔가 감추었는지 볼 것이다. 주사위 내부에 무슨 장치가 있는지 무게중심이 맞는지 살필 것이다. 주사위를 던지는 공중에 뭔가 있는지도 살피고 주사위가 굴러가는 과정도 살피고 바닥도 만져본다. 화투를 쳐도 그렇다. 손에 패를 감추었는지, 화투를 손톱으로 긁었는지, 담요 밑에 뭐가 있는지, 화투패를 집으면서 손장난 치는지. 그 화투가 맞는지 다섯 곳을 점검한다. 그렇다면 구조론 알아두어야 하잖아. 다섯 곳을 점검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네 곳을 점검했다면? 한 군데를 빠뜨렸다. 어디를 빠뜨렸지? 이거 챙겨야 한다. 하여간 두 곳이나 세 곳만 점검하고 그냥 아귀가 오함마로 손등을 내리찍도록 가만 내버려둔다는 말인가? 아니잖아. 근데 둘이나 셋을 말하는 사람 있다. 인과율은 원인과 결과 둘을 말하고, 헤겔은 정반합 셋을 겨우 말했다. 바보냐? 그러다가 타짜에게 걸려서 오링된다. 야바위가 사람을 속이는데 당신은 두 곳 정도만 확인할 것인가? 마술사가 당신을 속인다면 당신은 몇 곳을 살펴보겠는가? 그냥 멍청하게 보고있을 것인가? 당신이 도둑 잡는 형사라면 몇 곳을 뒤져볼 것인가? 어떻게 추리를 하지? 추리소설을 써도 셜록 홈즈가 두 곳이나 세 곳을 점검했다고 쓸 것인가? 소년 탐정 김전일이 추리한다면 최소 네 가지 가설은 검토하고 다섯째쯤 가서 범인이 나와줘야 하지 않는가? 두어 가지 가설만으로 끝낸다면 재미가 없잖아. 보통 첫 번째 찍은건 당연히 범인이 아니다. 두 번째 찍힌 사람도 범인이 아니다. 세 번째 찍어서 곧 범인이 나오면? 그 정도는 누구나 한다. 추리소설로 대박내려면 다섯 고개 정도 가준 다음에 범인이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 애거서 크리스티라도 장편소설 분량 뽑아낸다. 근데 말이다. 당신은 이거 세어봤는가? 매개변수를 세어보기나 했는가? 세어보지도 않은 사람은 구조론에 대해 질문할 자격이 없다. 일단 직접 세어보고 와서 말하라. 그래야 대화 되는 거다.
고대인들이 태양 흑점을 관찰했다는 기록은 매우 많다. 알려졌듯이 태양에 세 발 달린 까마귀가 산다는 말도 흑점의 관측으로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흑점도 보는 대단한 인간들이 지구 둥근 것은 또 잘 못 보더라. 그거 참 신기하다. 지구가 둥글다는건 사실이지 초딩도 알 수 있다. 어릴 때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고 매우 충격 받았다. 어? 그냥 보이네. 그냥 봐도 지구가 둥글게 보이는데 왜 갈릴레이는 이걸 증명한다고 머리를 싸맸지? 사실 지구 구형설은 고대부터 알려져 있었는데 필자가 어렸을 때는 갈릴레이가 지구구형설을 주장하고 콜럼버스가 이를 확인하고 마젤란이 마지막으로 입증한 줄 알았다. 근데 산 위에서 보니까 그냥 보이는 거다. 내가 대단한 발견을 한 것일까? 세월호가 외부충격에 의해 전복되었다는 네티즌 자로의 헛소리나 김어준의 닻걸어치기 음모론 따위는 초딩도 안 속아넘어갈 유치한 거짓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속아넘어가는 사람 있다. 심지어 샤킬 오닐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이런 엉터리들 특히 미국에 많다. 미국 애들은 지능이 떨어지는게 아닌가 의심하게도 된다. 지구 둘레는 4만 킬로다. 90도 각도는 1만킬로다. 나폴레옹이 도량형을 정하면서 1미터 규격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20미터 높이에서 수평선을 보면 16킬로를 본다. 울릉도에서 독도는 90킬로다. 1천미터 높이에서는 128킬로까지 볼 수 있다. 성인봉은 984미터니까 독도가 잘 보인다. 바다에서는 수증기의 돋보기 효과로 잘만 보인다. 무엇인가? 직선이 1도 정도 틀어지면 그 휘어짐이 보일까 보이지 않을까? 90도 직각을 1만킬로미터로 나누면 1도당 111킬로미터다. 1천미터 산꼭대기에서 보면 수평선이 2도 휘어져 있다. 각도가 2도 휘면 꽤 많이 휘어진 것이다. 각도가 10도만 되어도 자동차가 올라가기 힘들고, 옛날 스텔라는 차가 구려서 5도만 되어도 차가 겔겔거렸다. 국내도로 경사 허용기준은 17퍼센트인데 100미터에 17미터이니 각도로는 9.7도다. 이보다 급경사는 임도 외에 없다. 경차는 고속도로에서 5도만 되어도 엔진이 죽으려고 한다. 2도의 커브는 굉장히 눈에 잘 띄는 각도다. 인간이 눈으로 보는 보통 각도는 위아래로 5도씩 10도 안팎이다. 45도 경사를 정면에서 보면 거의 수직절벽으로 보인다. 지구가 둥근 것은 그냥 보면 보인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어떨까? 해가 지면 바로 암흑이 된다. 1초만에 사방이 깜깜해진다. 이는 개기일식과 같다. 개기일식이 되면 한순간에 사방이 깜깜해진다. 현실은? 해가 졌는데도 구름이 밝게 빛난다. 해가 뜨기 전에도 하늘이 꽤 밝다. 해가 졌는데도 산봉우리에 해가 남아있는 것을 땅거미라고 한다. 어릴 때 땅거미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내가 뭔가 대단한 발견을 한게 아닌가 하고 흥분한 적이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원형이거나 사각형이다. 원형이면 수평선이 눈높이와 일치해야 한다. 매우 답답하다. 사각형이면? 뾰족한 지점이 눈에 보인다. 달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달에는 공기가 없어 원근감이 없다. 땅끝까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자로의 헛소리나 김어준의 음모론들은 이런 초딩 정도의 구조론적인 사고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인간은 원래 구조론적 사유에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냥 보이는 소실점이 5천 년간 동양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듯이, 심지어 설명해줘도 이해를 못했듯이, 그냥 보이는 지구의 둥글기가 안보이는 거다. 사건의 매개변수는 몇인가? 직접 세어봐.
제가 구조론을 말하기 전에 이미 많은 구조론적인 경험을 가지고 큰 의문을 품었던 사람이라야 대화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분과의 대화는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서 많이 갑갑합니다. 왜 자신이 구조론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았는지, 왜 이런걸 세어보지 않았는지부터 생각하고 와야 의미있는 대화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