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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토론은 원래 권영길이 먹는 라운드여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권영길이 개인의 욕심을 자제하고 사회자역할을 잘 해주었다. 최고의 점수를 주어도 좋다. 100점 만점이다.

노무현은 걱정을 많이 했던데 비하면 양호했다. 몇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런대로 과거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데 성공했다. 80점은 줄 수 있다.

이회창은 나름대로 선전하기는 했지만 역시 기본이 안되어 있다. 워낙 토론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데 이걸 고치라고 지적해주면 이적행위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큰 실수는 없었으므로 60점.

토론 후에 게시판을 훑어보니 노무현이 못했다는 사람들 많은데, 노후보가 이 사람들 말 들으면 큰일난다. 국민경선을 돌이켜 봐야 한다. 그때 잘한다고 칭찬 들었다. 그 후과가 어땠나?

노무현은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여기서 '깜', 이 깜이라는 말이 사람잡는 말인데, 조중동의 프레임이라고 변명하는건 우리끼리 하는 소리이고, 다른거 없다. 그때 토론 너무 잘했던 역풍이다.

원래 TV토론이라는건 처음 데뷔할 때는 목청크고 말 잘하는 사람이 먹는 게임이다. 이때는 야수처럼 날뛰어야 한다. 그러나 두 세번 반복하면 그 때부터는 어눌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있는 게임이다. 말 잘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닉슨은 말을 잘했다. 원래 말 잘하는 사람이고 말로 뜬 사람이다. 눈 부릅뜬 케네디에게 밀린 이유는 말을 너무 잘해서 진 거다. 앨 고어도 말 잘했다. 말 못하는 부시에게 깨졌다.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 이기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깜박거리면 진다. 이거 잊지 말아야 한다.

토론을 잘한다는건 다른 거다. TV토론은 이미지싸움이다. 노무현은 몸을 과도하게 움직이는 나쁜 버릇이 있었는데 고쳤다. 이회창은 쉴새 없이 눈을 깜박거렸는데 이거 치명적이다. 이게 제일 크다. 다른건 논할 것도 없다.

국민경선때 노무현이 토론을 잘했기 때문에 노무현은 대통령 깜이 아니다는 그놈의 '깜' 딱지를 얻은 것이다. 선동적으로 나가면 토론에서 이기고 선거에서 진다. 그러나 처음 데뷔할 때는 반드시 선동적으로 나가야 한다. 상대방을 격동시켜서 실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거가 두달 쯤 남았다면 역시 선동적으로 나가도 된다. 속시원한 발언으로 지지자들을 고무시켜야 한다. 그러나 투표 보름 앞두고 유세장식으로 나가면 필패한다. 지지자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 곧 죽어도 부동표만 잡는거다.

노무현은 시간을 잘 지키고, 말을 끝맺을 때 반드시 웃는 표정으로 끝냈는데 베컴의 미소였다. 100만표 짜리다. 미소로 주름살 충분히 카바했다.

반면 이회창은 눈깜박이에다, 입술 실룩이기, 고개 갸웃거리기, 눈 게슴츠레 하게 뜨기, 가식적인 말투, 진실성이 없어보이는 억지논리전개, 이죽거리기, 인신공격 등 최악이었다. 토론에서 창의 기본전략은 고정표단속으로 보였는데 이런 짓거리 왜하는지 모르겠다. 창 지지표는 원래 고정되어 있잖는가? 이미 고정되어 있는데 그걸 왜 단속해?

권영길은 사회자 역할이었는데 노무현이 못하는 속시원한 말 대신 해주어서 좋았다. 그러나 큰 의미는 없는 거고. 권영길이 양비론으로 나왔다고 짜증내는 사람도 있는데, 형식으로는 양비론이었으나 내용으로 보면 상당부분 노무현을 지원사격했다고 본다. 한쪽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티를 내면 역효과난다. 제 3후보는 딱 오늘 권영길처럼 해야된다.

노후보에게 고언한다면 상대방의 질문에 굳이 답을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는 거다. 토론은 질문하는 게임이지 답하는 게임이 아니다. 답은 유권자가 하고 토론자는 질문만 잘하면 된다. 답할 때는 핵심만 짧게 하고 질문은 신랄하게 하는 것이 좋다.

노후보는 몽과의 결전에서 너무 웃었다고 생각했는지 웃음을 줄였는데 이 정도가 좋았지만 그래도 웃어야 한다. 후보는 푼수소리를 듣더라도 웃어야 한다. 유머도 더 넉넉해야 한다. 우스개 한두가지는 꼭 준비하기 바란다.

갑자기 고개를 돌린다든가 하는 몸 움직임은 많이 줄었는데 더 줄여야 한다. 곧 죽어도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아야 한다. 답변할 때 질문한 상대 후보를 쳐다볼 필요는 전혀없다. 무조건 시청자를 봐야한다. 말을 맺을 때 동작은 너무 좋았다.

전체적으로 노후보는 대통령 당선된 사람이 겸손하게 당선인사를 하는듯한 태도였는데 아주 좋았다. 이회창은 나름대로 여유부린다고 부렸는데 말로만 여유부리고 억양은 이죽거리는 식이어서 진실성이 없어 보였으며 얼굴을 너무 실룩거려서 최악이었다.

토론자세는 사회자의 자세가 제일 좋았는데 사회자 하는거 잘보고 따라하면 된다. 이회창이 원래 자세가 꼿꼿한 것이 양반자세라서 괜찮은데 대신 얼굴과 눈썹을 움직이는게 나빴고, 노무현은 몸을 크게 움직이고 고개를 함부로 돌리는 나쁜 버릇을 상당히 고치긴 했는데 97년 김대중처럼 완전히 로봇이 되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토론 진행 자체는 너무 재미없었다. 토론이 재미있으려면 공격을 퍼부어야 하는데 공격을 퍼부으려면 선거전 초반에 고정표를 모을 때여야 한다. 근데 지금은 이미 판이 짜여진 다음이라 공격하면 점수 까먹는 타이밍이다. 마치 투표 이틀 앞두고 마지막 토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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