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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670 vote 0 2010.02.24 (23:02:49)

 

아는 만큼 보인다.

 

구조론을 알면 일단 말이 많아진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구조는 곧 포지션이다. 포지션만 알아도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축구라면 골키퍼와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로 포지션이 나눠진다. 이는 공이 가는 길이다. 그냥 포지션 이름을 나열하는 것과 ‘공이 가는 길’이라는 하나의 논리로 통일시켜 보는 것은 다르다.

 

구조는 ‘에너지가 가는 길’이다. 공이 가는 길이 에너지가 가는 길이다. 포지션은 여럿이고 에너지는 하나다. 포지션이 구슬이라면 에너지는 실이다. 여러 포지션을 에너지라는 실로 꿰어야 보배다.

 

전부 한 줄에 꿰어 하나의 논리로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참되다. 야구라면 공은 투수에서 포수나 타자를 거쳐 야수에게 전달된다. 그 전달과정에서 다양한 포지션 조합의 변화가 일어난다.

 

재미는 포지션 조합의 변화에 있다. 구조는 공이 가는 길이다. 길을 알면 길을 바꿀 수 있다. 길바꾸기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하여 적중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재미가 있고 그것이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포지션 조합이 콘텐츠다. 구조의 길바꾸기가 콘텐츠다. 길바꾸기에 성공과 실패가 있고, 우여곡절이 있고, 뜻밖의 반전이 있고 드라마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된다. 말이 많아진다.

 

인간이라면 삶이 가는 길이 있고, 사회라면 정치가 가는 길이 있고, 시장이라면 돈이 가는 길이 있다. 길 가운데서 온갖 이야기가 나와준다. 구조론을 알면 누구라도 이야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신기한 것은 세상 모든 존재는 구조가 같다는 점이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그 포지션 조합을 다양하게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근본 에너지가 가는 길 자체는 같다. 에너지의 입력과 출력은 같다.

 

길은 미로처럼 얽혀서 복잡하지만 드나드는 문은 하나다. 그것이 완전성이다. 그 완전성이 같다. 그것이 진리의 보편성이다. 구조가 같으므로 하나의 구조만 알아도 모든 구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의 일이 처음 어디서 시작하고, 중간에 어디를 거쳐서, 마지막에 어디서 끝나는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가는 길을 따라서 시작하고, 거쳐가고, 끝나는 포지션이 각각 정해진다.

 

에너지의 길을 알면 문제가 해결된다. 왜냐하면 인간이 삶에서 부딪히는 거의 모든 문제는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넉넉히 공급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에너지가 가는 길을 바꾸는 방법으로 에너지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 포지션과 포지션 사이에 길이 있다. 포지션들 사이에서 막힌 루트를 뚫고, 끊어진 루트를 이어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구조를 모르면 생각이 있어도 말로 나타내지 못한다. 아는 척 하며 폼은 잡을 수 있어도 실제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옛 철학자들처럼 책상머리에 앉아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게 된다.

 

말을 하려고 해도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서 툭툭 끊어진다. 마침내 시가 되고 문학이 되고 잠언이 된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들이 잠언집을 내어 문학가로 되었다. 그 만큼 철학의 실패다.

 

개념은 제법 잡는데 풀어서 전개하지 못한다. 포지션을 모르면 시작과 중간과 끝을 모르므로 펼쳐내지 못한다. 시작은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중간은 에너지를 제어하고, 끝은 에너지를 배출한다.

 

진보주의가 강조하는 교육과 복지에 대한 투자야말로 경제의 시작이다. 시장에서의 거래는 자본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뿌리가 아니라 열매다. 시작과 끝을 잘못 아는 것이 포지션 조합의 실패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마찬가지다.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다. 대개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시작과 끝을 거꾸로 알고, 포지션 조합을 잘못해서 에너지가 전달되지 않아서 망한다.

 

구조를 알아야 한다. 에너지 순환의 입구와 출구를 알아야 한다. 포지션 조합에 성공해야 한다. 그럴 때 주어진 일을 성공시킬 수 있다. 모든 것이 구조다. 삶도, 사랑도, 예술도, 행복도 다 구조다.

 

삶의 구조를 알면 진정한 삶에 이를 수 있다. 사랑의 구조를 알면 사랑을 성취할 수 있다. 정치의 구조를 알면 집권할 수 있고, 경제의 구조를 알면 경영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럴 때 당당해진다.

 

구조론은 문제해결을 위한 장비다. 장비를 갖추었을 때 당당하다. 떳떳해지고 멋있어진다. 총을 쥔 병사처럼, 칼을 찬 무사처럼 당당해진다. 붓을 든 선비처럼, 공을 쥔 투수처럼 멋있어진다.

 

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아름답다. 갖출 것을 갖추었을 때 아름답다. 반면 장비도 없이 뛰어든다면 어색하다. 창피하다. 부끄럽다. 비굴한 포즈가 된다.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아름답지가 않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30]ahmoo

2010.02.25 (10:04:05)

진리의 보편성, 존재하는 모든 것의 구조가 같다, 완전성.. 이런 말을 들으면 
언제나 가슴이 뛰고 짜릿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0.02.25 (19:52:58)







'그러한 포지션 조합이 콘텐츠다. 구조의 길바꾸기가 콘텐츠다. 길바꾸기에 성공과 실패가 있고, 우여곡절이 있고, 뜻밖의 반전이 있고
드라마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된다. 말이 많아진다.'... 이곳을 읽으며 재미에 푸욱 빠져 있는데  '퍽!'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소리, 
 "으악, 엄마, 김치통 깼어요"
딸아이가 냉장고 문을 열고 김치통을 꺼내다 그만 놓쳐 박살나고 말았는데 집중해 글 읽고 있었던터라 가기 싫어 의자에 그대로 붙어
앉은채 잠시 생각 중, '현장에 가, 말어, 에라 모르겠다' 하며 딸아이게 냉장고 문을 받쳐 놓고 부엌에서 빨리 나가라 했습니다.
조금 후, 딸아이가 컴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하는 말, "우와~ 엄마 대단하다"(그 와중에도 컴에 앉아 있노라고...'나는 너에게 절대
컴을 뺏기지 않을테야,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그랬지요. "지금 이 순간에 내가 김치통 치우러 가랴, 어림 반 푼 어치 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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