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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249 vote 0 2017.02.18 (16:58:41)


     

    단축주소 http://goo.gl/VHDCTT


    사실 범인인 카키누마가 고토를 가둔 까닭은 그가 왕따였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음악 수업시간에 부른 노래를 듣고 같은 반이었던 고토가 눈물 한 방울을 흘렸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비참하고 추한 심연'을 보았던 것이 이유인 것이다.[6]


    카키누마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중간에 전학을 와서[7] 반에서 어울리지 못해 이지메 당하는 왕따였고[8], 고토는 키도 크고 남자답고 싸움도 잘해서 남녀학생 모두에게 인기 많은 친구였다.[9] 카키누마는 괴롭지만 짧은 시기이니 당하는 동안에도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려 하며 신경쓰지 않는 척하려 했고, 견디고 졸업하고 나면 '그 반 구성원들을 그대로 중학교에서 만날 일은 없으니 됐다'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버텨 넘기려 했고, 실제로 겨우겨우 버티며 졸업을 한다.[10]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 후, 그들은 다른 학교로 가서 만날 일이 없게 되고, 카키누마는 왕따 당할 때건 아니건 공부는 원래 잘했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도 계속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고 일류대학[11]도 들어가서 졸업한 뒤, 1980년대 당시 일본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시기에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 성공으로 큰 돈을 번 뒤, 자신만의 특유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병적인 예민함과 지능으로 버블이 터져버리기 직전 시점을 파악하여 모든 부동산과 주식을 팔아버려 현금으로 환수하였고, 그 이후 버블이 터진 일본 전체가 거대한 디플레이션을 겪자, 카키누마는 그냥 부자가 아니라 거의 준재벌급[12] 대부호가 되어 버린다.역대급 슈퍼 개미[13] 그 후 큰 투자는 하지 않고 한두 개 기업에만 조금 투자하고, 있는 돈으로 적절히 사치스럽게 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쉼없는 투자로 젊은 날을 집중하다가 그만 두고 나니 그 긴장이 풀려버린 그에게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엄습하고 말았다. 자신이 6학년 B반 음악 노래 수행평가 시간에 노래를 불렀던 순간의 모욕감이 떠오른 것이다. 당시 그를 괴롭히던 다른 아이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내며 조롱하거나 딴짓을 하거나 하였고, 그들의 왕따를 묵인하던 선생님도 모른 척 그냥 그의 노래를 듣기만 했었고 자신도 대충 노래 부르고 끝내려 했는데, 고토 혼자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깊은 고독과 비참한 심연을 느끼고 그 기분을 공감하며 눈물을 한 방울[14] 흘려 버린 것이다.


    이는 카키누마 본인이 자신도 모르게 진짜 자기 감정, 즉 외로움과 고독함을 담아 노래한 것에 대한 충격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건 아무도 그의 마음 따위에 관심도 없을 거라 생각한 그에게 고토가 공감을 하여 눈물을 흘린 것으로, 인생 최대의 충격이며, 개인적으로는 모욕이자 굴욕이 되어 버린다. 당시 카키누마의 유일한 자존심은 '그들이 아무리 나를 무시하고 괴롭혀도, 누구도 내 깊고 추한 외로운 아픔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수준의 인간들 뿐이야. 저들에게 당하면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고독해서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한 추악한 내 마음만 들키지 않으면 돼'였는데 그걸 눈물 한 방울로 산산히 깨버리는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반 학생들 중에서 가장 섬세하다고 생각지도 않았던 고토가 자신의 예상보다 몇 단계 위에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셈이니 그 타격이 어마어마했다.[15] 마치 고토가 자신의 모든 본심을 꿰뚫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시점에서도 참 애매모호한데 고토는 카키누마의 노래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최면상태에서 기억을 되살리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발언에 의하면 그 기억으로 인하여 가능하면 카키누마에 대하여 신경쓰지 않으려 했다라는 결과를 보면 납득돼는 말이다.


    이 점은 나아가 후에 경제인으로 성공한 그의 완벽주의적인 과거 지우기의 최고 걸림돌이 된다.


    왕따의 가해자들이야 원래 자신이 한 짓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어릴 적 장난 정도로 자기합리화하며 잘 잊어버릴 것이고, 선생님 또한 어차피 당시에도 자기가 휘말리기 싫어 일부러 애들이 괴롭히는 걸 알아도 신경쓰지 않고 묵인하려 노력한 걸 봐왔기에 그들이 자신에 대한 기억을 제대로 보존할 리 없다고 생각한 카키누마였지만, 그들과 고토는 카키누마 입장에서 달랐다. 자신과 공감을 해버렸다는 것에 그 기억을 갖고 살아 왔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고 그 사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사회에서 완전무결하게 성공한 경제인이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인 잡지든 신문이든 TV든 자신이 나오게 되는 일이 생겨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완벽주의의 끝인 카키누마의 입장에서 당당한 척하는 자신을 비웃는 사람이 분명 일본 내에 한명은 존재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나오는 사실에 의하면 오히려 카키누마의 왕따 사실을 기억한 건 괴롭히던 애들도, 고토도 아닌 그 선생님이었다. 자신에 대한 폭력들을 묵인하는 선생님의 태도에 카키누마는 선생님이 방과후 학교 건물 근처에 잠시 서 있을 때 고층에서 몰래 화분을 던져 위협 혹은 테러하려고 한 적이 있었고, 그 때문에 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어차피 그 선생님 역시 그 사건으로 인해 "걔가 지가 못나서 왕따를 당한 불만으로 나한테 테러하려 한 적이 있었다."[16] "무서웠다. 카키누마는 어두운 아이였다" 정도의 나쁜 기억들만 생겼을 뿐, '괴롭힌 애들이 나쁘다던가, 카키누마가 불쌍하다던가, 왕따를 묵인한 내가 선생으로써 나빴다' 같은 생각을 한 건 전혀 아니었다. 대신 선생도 나름 예민한 사람으로써, 카키누마의 희한한 아웃사이더적 정신상태를 '왼손잡이'라는 그의 속성과 연결시켜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그 상황을 참을 수 없던 카키누마는 일단 사람을 시켜 고토를 찾아 본다. 사실 카키누마는 고토의 어릴 적 인기있고 멋지던 모습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는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성공을 거둔 인간이 되었을 거라는 예상도 하였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고토는 대충 사는 인생에 큰 빚도 있는 실패한 청년이었던 것. 그러니 딱히 그 과거를 기억할 여지도 없어보이고 기억하더라도 별 영향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겠으나, 그걸 떠나 허접한 모습으로 사는 고토 자체에게 더 화가 난 카키누마는 10년간 감금시켜버려서 고통을 느끼다가 미쳐 버리는 상황을 유도하기로, 즉 폐인을 만들기로 결심하고[17] 감금 전문조직과 계약하여 감금시킨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갇힌 고토는 오히려 그동안 대충 살던 인생의 태도를 버리고, '누군지 모르지만 언젠가 나가면 꼭 복수할 거고, 그러기 위해 잘못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 남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10년 동안 자기단련을 하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기분을 TV를 보며 버텼고 폐인이 되지 않은 채 풀려 난다.


    이를 10년 간 지켜본 카키누마는 그 허접하던 인간이 결국 미치거나 폐인이 되어버리지 않은 것에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나를 꿰뚫어 봤던 능력자니 역시 그냥 허접한 놈은 아니었나' 싶은 마음도 들며 애증의 감정이 쌓이기도 한 걸로 보인다. 그래서 풀려난 그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왜 그랬는지 알아 오면 나를 죽일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한다. 그 후 고토가 그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중간중간 계속 힌트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고토가 조사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여러 에피소드들을 거쳐 정답을 맞춰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고토는 "네가 노래부르던 날, 내가 너를 불쌍해 하며 슬퍼했다." 정도의 애매한 답을 내놓는다. 사실 고토는 노래에 대해서도 당시 주변인들이나 당시의 정보를 찾아다니다가 겨우겨우 기억해 낸 거지, 그 눈물까지는 정말 기억도 못했고, 당시 상황상 잠시 딴 생각하다가 순간적으로 카키누마의 애절한 노래를 듣고 마음이 흔들렸을 뿐, 대단한 느낌도 아니었으며 그냥 "내가 왜 이러지?"하고 눈물닦고 말았던수준의 상황이었으니 시간 좀 지난뒤에는 완전히 까먹어서 기억도 당연히 못한다.


    결국 카키누마는 그런 추상적인 답은 틀렸다며, 당시 눈물을 흘린 상황을 설명한 뒤 총을 꺼내 고토에게 겨눴다가 이내 자신에게 쏴서 자살하여 죽는다.[19] 카키누마가 총을 쏘자마자 경찰들이 거의 바로 온 것으로 보면, 총소리 나자마자 올 수 있게 미리 계획했다는 것..오히려 고토가 답을 맞춰서 자신을 쏘고 경찰에 잡혀가는 것이 최종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고독에 빠져있던 자신의 감정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카키누마의 충격. 반대로 눈물을 흘렸다는 게 창피해 그 기억을 완전히 잊고 있었던 고토. 아주 사소한 일이 한 사람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듯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 차라리 '영화 올드보이' 같은 이유의 원한[스포일러]이라면 당하는 입장에서도 최소한의 이해는 될텐데, 이 '만화 올드보이' 내용 같은 이유로 내 인생을 망쳤다면 그냥 어이가 없을 수준이다. 자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했던 것도 학교를 그만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고독을 공감했다는 게 원한의 이유라니 납득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화 속 주인공 고토는 어느 정도 이해한 듯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는 납득이 안 되어도 '일본 문화' 정서상의 공감대는 존재할 수 있는 듯. [나무위키]


    ###


    우연히 읽었는데 나무위키 해설은 너무 찬란하다. 게다가 합리적이다. 설명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일본정신을 이해못한 것이다. 일본인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한국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박찬욱이 각색한 영화 올드보이는 말이 되는 영화다. 즉 복수할만한 원인이 있어서 복수하는 것이다. 일본인의 세계관은 다르다. 일본은 철저한 허무주의다.


    고토와 카키누마는 각각 해와 달, 양지와 음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음지를 대표한다는 것의 의미는? 일본만화에 상투적인 설정이 있다. 인생은 의미도 없고,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으며, 그것은 모두 어른들이 하는 개소리라는 것, 기독교의 구원이고 불교의 열반이고 다 개소리라는 거. 철저한 부정, 부정하기 위한 부정.. 바로 그것이 일본정신이다.


    나무위키의 찬란한 해석은 다 말이 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올드보이 원작을 워낙 옛날에 봐서리.. 게다가 뒷부분은 재미가 없다. 내용없이 글자가 너무 많다. 뒷부분은 집중해서 보지 않아서 까먹었지만 나무위키의 찬란한 해석은 일본만화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을 무시하는, 일본 특유의 허무주의를 무시하는, 일본인 특유의 광기를 무시하는 완벽한 개소리다.


    의미가 있으면 안 된다. 말했듯이 고토와 카키누마는 각각 해와 달, 밝음과 어둠이다. 이 만화를 이해하려면 어둠을 이해해야 한다. 카키누마의 어둠은 무엇인가? 원자폭탄도 한 방 안 맞아본 한국인들이 감히 일본인의 깊은 어둠을 이해하려 한다고? 개소리. 말이나 돼? 일단 원자폭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 한 방씩 두 방 쳐맞고 와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


    정리하자. 의미없음의 미학, 허무의 미학에 도전하시라. 음지의 인물 카키누마는 양지의 인물 고토를 좋아한 것이다. 초딩때 몰래 숭배했다. 그러나 일본은 허무의 나라다. 허무하게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그 허무를 꿰뚫어본 음지의 인물 카키누마는 미리 대피한다. 그리하여 거금을 벌었다. 그리고 자신이 존경해마지 않는 양지의 인물인 고토를 수배했는데. 고토는?


    고토는 출세가도를 달리기는 커녕 별볼일 없는 개망나니가 되어 있었다. 무엇인가? 초등학교 교실에서 노래를 불렀을 때 오직 고토만이 카키누마의 어둠을 이해했던 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판에 말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겨버린 멋쟁이 고토를 카키누마는 맘속으로 숭배한 거다. 그런데 알고보니 개털이었다. 고토는 그냥 해를 연기하고 있었던 거다.


    알고보니 고토 역시 어둠의 인물이었다. 달이면서 해인척 사기치고 있었다. 양지의 인물, 꿈과 희망과 미래의 인물, 건전한 사고방식, 모범생, 일본의 장래를 짊어질 역군의 이미지를 고토는 초딩때 연기하고 있었다. 왜? 겁이 나서. 고토는 실상 겁쟁이였던 것. 그는 본래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을 직시하지 않고 그냥 쫄아서 양지의 인물인척 사기쳤던 거다.


    그러므로 환멸! 이런 새끼는 죽여버려야 한다. 그래서 10년간 가둔 것이다. 가둘만 하다. 즉 나무위키의 합리적인 해석은 고토가 카키누마를 쪽팔리게 했고 개망신을 당했고 상처를 줬고 그래서 복수로 가두었다는 건데 이건 유교의 나라 한국인의 합리주의다. 일본은 그런거 없다. 일본은 허무주의다. 허무의 정수를 찍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유가 없어야만 한다.


    어둠의 인물인 카키누마가 양지의 인물로 믿어진 고토에게 주눅들었다가 자신이 속았음을 알고 환멸을 느껴서 저런 새끼는 허무의 바다에 던져버려야 해. 이런 거다. 다시 말해서 카키누마의 복수는 자신을 쪽팔리게 해서 상처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겁하게도 양지의 인물인척 사기쳐서 진심을 배반했기 때문이다. 너도 알고보니 나와 같은 어둠의 존재였어. 바로 이거다.


    만약 양지의 인물이었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부터 했지. 카키누마는 고토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줄 알고 있었다. 동족임을 알아본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허무를 고토에게 복제하여 이식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카키누마는 고토를 자신과 같은 허무의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자살한 것이다. 허무가 이루어졌으니까. 일본은 다시 허무로 되돌아가야 한다.


    거품경제때 일본은 잘나갔다. 그때 잠시 일본은 허무에서 빠져나와 정상인척 했다. 그러나 일본은 다시 거품경제가 붕괴하고 허무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허무의 인물인 카키누마는 그런 일본의 본질을 알고 있었기에 잘도 빠져나왔다. 노력? 꿈? 도전? 희망? 미래? 개소리 하지마. 일본은 그저 운이 좋아서 잠시 잘나갔던 것 뿐이야. 일본은 다시 망하게 되어 있다고.


    과연 거품이 꺼지고 일본은 다시 망가졌다. 그래서 카키누마는 잠시 잘나가던 고토를 다시 본래의 허무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80년대 잘나가던 일본은 뭔가 일본답지 않다. 일본은 허무해야 한다. 희망을 없애야 한다. 미래를 없애야 한다. 꿈을 버려야 한다. 후쿠시마 터져라. 그래야 일본답지. 이게 카키누마가 설파하려던 일본정신이다. 허무를 실천하고 떠난다는 거.


    결론은? 초등학교 때 같은 반 급우 중에 잘 나가는 애 있다. 보통 그런 애를 맘속으로 숭배한다. 쟤는 나중 출세해서 엄청난 인물이 되어 있겠지. 나도 본받아야 되는뎅. 미래에 대한민국을 일으켜세울 지도자가 되겠지. 한국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문재인이나 노무현의 초딩때 행동은 미래 대한민국을 짊어질 대단한 인재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


    일본은? 그냥 아베가 세습한다. 희망도 미래도 꿈도 도전도 없다. 후쿠시마가 터진다. 지진이 난다. 그리하여 몰락한다. 그래야 일본답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은 어떤가? 초등학교 급우 중에 맘 속으로 숭배하던 잘난 범생이, 반장녀석이 나중에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적이 없는가? 바로 그걸 묻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거다.


    박근혜를 대단한 인물로 여기고 숭배하여 투표했다가 환멸을 느낀 새누리당 지지자 심정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초딩때 삐딱한 애들이 세월이 흐르고 보니 오히려 성공해 있고 뭐 그런 경험 없던가? 하여간 필자의 소시적 담탱이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 애국맨 몇이 장차 나라를 일으켜 세운답시고 육사를 갔는데 어케 됐는지 궁금하긴 허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


    걸작은 간단히 자기 나라 까는 거다. 한국을 까는 김기덕 영화처럼. 올드보이 원작은 대단한 걸작이다. 일본에는 이런게 흔할지도 모르지만 일본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말이다. 올드보이의 가장 빛나는 설정은 후최면으로 서로 사랑하게 만든다는 거다. 고토와 여자는 우연히 이루어진 순수한 사랑이라고 믿었는데 사실은 그게 최면에 걸린 거였다니. 


    여전히 최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박빠들처럼 말이다. 그렇다. 일본인들은 여전히 최면에 걸려 있다. 2채널에 흔하다. 일본에서 태어나 참 다행이야를 외치는 그 불쌍한 혐한 일본인들 말이다. 당신은 최면에 걸려 있지 않다고 말할 배짱이 있는가? 대통령이 되려면 육사를 갈게 아니라 감옥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소수의 깨어있는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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