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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471 vote 0 2017.01.25 (20:07:22)

     

    같음과 다름


    세상은 같거나 다른 것으로 되어 있다. 인간은 먼저 다름을 배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는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으로 시작한다. 요즘은 아마 바뀌었을 것이다. 나와 너의 다름을 먼저 배우고 우리의 같음을 나중 배운다. 이는 구조론에서 말하는 인식론의 순서다.


    존재론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는 순서고 인식론은 부분에서 전체로 가는 순서다. 존재론이 먼저다. 하나의 절대적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에너지 전달 경로이며 에너지가 전체에서 부분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먼저고 나와 너는 나중이다. 인간 뇌도 존재론이다.


    그런데 교과서는 인식론이다. 왜냐하면 인식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이기 때문이다. 인식이 목적이니 인식론이 맞다. 그렇다면 뇌는? 뇌는 생존이 목적이다. 교과서의 학습을 존재론으로 바꾸려고 해도 불가능이다. 인간의 언어는 의사전달과 대화에만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분을 전달할 수 있으나 전체를 전달할 수 없다. 전체를 전달한다면? 그것은 복제다. 자연은 복제를 쓴다. 어미는 자식에게 전달하는게 아니라 낳는다. 어미는 그냥 통째로 자식을 복제해 버린다. 왜?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도 인간의 뇌도 정보를 통째로 복제한다.


    방법은 호르몬을 쓰는 것이다. 갓난 아기가 엄마를 발견했다. 이때 아기가 “웬 놈이야? 설마 나를 잡아먹으려는건 아니겠지?” 이러지 않는다. 아기는 순순히 엄마에게 몸을 내 맡긴다. “내 꺼추를 보다니. 부끄럽단 말이야.” 하고 저항하는 아기를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음이다.


    왜 아기는 낯선 타자에게 순순히 다가갈까? 호르몬이 그렇게 시킨다. 본능이다. 즉 아기는 우리라는 개념을 학습하기 전에 우리본능이 있는 것이다. 가족의 존재를 공부하기 전에 아기의 뇌 속에는 가족이 있다. 아기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을 본능 형태로 배워 태어난다.


    초식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음마를 한다. 인간의 뇌 속에는 기본적인 지식이 갖추어져 있으니 그것을 꺼내 쓰는 것이 깨달음이다. 배울 필요도 없고 당신은 원래 그것을 알고 있다. 세상은 같음과 다름으로 되어 있지 않다. 다름은 초딩들을 위한 것이며 같음은 중딩용이다.


    세상은 대칭과 호응으로 조직된다. 대칭은 공간의 짝짓기요 호응은 시간의 짝짓기다. 공간의 짝은 오른손과 왼손처럼 크기가 같되 방향이 달라야만 짝이 맞는다. 똑같으면 대칭되지 않는다. 신발만 해도 오른발과 왼발은 생긴 것이 다르다. 호응은 또 다르다. 음표와도 같다.


    사분음표 하나와 팔분음표 둘이다. 무엇인가? 같으므로 다르고 다르므로 같은 것이 호응이다. 우리는 다름만을 추구하거나 혹은 같음만을 추구한다. “쟨 우리와 달라.” 하고 다름에 주목한다. 같아야 우리라고 주장하지만 다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초딩의 특징이다.


    초딩은 외부세계로의 진출을 앞두고 이쪽과 저쪽의 경계선을 훈련해야 한다. 중딩이 되면 동생들이 두엇 생기는데 꼭 싸운다. 다름이 투쟁의 이유가 된다. 동생들 돌봐야 하는 중딩은 같음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한 가족이잖아.”를 써서 말 안 듣는 동생들을 제압한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초딩과 중딩의 대결장이다. 정치가 실패하는 이유는 말로 이기려 하기 때문이다. 말이 그럴듯하면 허튼 소리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깨달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반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틀린건 아는데 맞는 것은 뭐지?


    상대방 말이 틀렸다면 그것을 반격하는 내 말도 틀린 것이다. 깨달음은 언어로 전달될 수 없다. 그것은 복제된다. 언어는 진술이며 진술에는 반드시 전제가 있다. 전제가 먼저고 진술은 따른다. 그런데 인간의 언어는 진술만 반영한다. 전제를 설명할 수 없다. 대화는 불통이다.


    전제는 너와 나의 대화를 성립시키는 조건이다. 어떻게 대화가 성립되었지? 같은 편이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토론해서 상대방이 이겼다. 그럼 같은 편 아니네. 전제가 틀어져버린다. 그러므로 토론에는 이기고 선거에는 진다. 다수를 패배시켜서 적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숨은 전제를 포착하라. 그것은 너와 나가 공유하는 토대다. 우리가 서로 총질하지 않고 공존하여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구태여 말로 나타내지 않아도 너와 내가 이렇게 한 공간과 시간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같음과 다름으로 되어 있지 않고 메커니즘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다름으로 같고 같음으로 다른 것이다. 그것은 짝짓기다. 같아야 짝을 짓지만 같으면 짝지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포지션이다. 같아야 포지션을 나눠가지고 팀을 이루지만 그 포지션이 겹치면 안 된다.


    다름을 알면 단기전을 할 수 있고 같음을 알면 장기전을 할 수 있다. 이기려면 장기전을 설계하여 뒤를 받치고 단기전으로 적을 제압해야 한다. 진보는 장기전만 하다가 망하고 보수는 단기전만 하다가 망한다. 커다란 장기전의 기조 안에서 임기응변화여 단기전을 해야 한다.


    진보가 장기전만 하면 이기지 못하니 보급이 끊겨 망하고 보수가 단기전만 하면 이겼는데 져 있다.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패배로 이어진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 장기전으로 아군의 약점을 먼저 제거하고 부분의 우위를 이뤄 단기전으로 적의 단점을 추궁하면 이길 수 있다.


20170108_234810.jpg


    같은데 다르고 다른데 같은 것은 방향성입니다. 방향성은 다음 단계를 보는 것입니다. 이 관점을 얻은 사람만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레벨:6]OTT

2017.01.25 (20:18:16)

깨달음의 표현은 그래서
아! 혹은 눈 마주치고 미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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