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366 vote 0 2017.01.21 (13:05:02)

     

    http://v.media.daum.net/v/20170117204440235


    잼있는게 전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해놨다. 카를 융 나와주시고, 스콧 펙 등장해주고, 제럴드 빈 출두해준다. 무려 아홉명의 열가지 어록을 베풀어준다. 짱짱하다. 이것이 필자가 노상 말하는 쓰레기 먹물들의 ‘권위에 호소하기’ 어법이다. 이런 짓 하면 아는 사람이 비웃는다.


    글 쓸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티가 딱 난다. 하긴 뭐 정신과의사가 직업 글쟁이도 아닌데 어쩌겠는가? 어쨌든 반기문의 ‘자기소개하기’ 어법보다는 훨 양반이다. 무식한 넘은 항상 ‘나’를 끌어들인다. 내가 어떻게 느꼈으니 그렇다는 식으로 간다. 보수꼴통은 ‘우려된다.’를 쓴다.


    ‘걱정된다’도 가끔씩 등장시켜 준다. 걱정된다고 하면 니가 겁쟁이니까 그렇지 하고 사람들이 비웃는다. 그래서 조금 애매한 단어인 ‘우려된다’를 휘두르는 것이다. 개인의 감상을 어떤 주장의 근거로 삼으면 바보다. 글 읽을줄 아는 사람은 작가의 포지션만 보고 책 집어던진다.


    어쨌든 정신과의사의 권위에 호소하기가 반기문의 자기소개보다는 낫다. “내가 외국서 살다 왔는데 어떻게 지하철표를 살 수 있겠냐고.” 이렇게 말하면 쪽팔리는 거다. “그래! 니가 외국에서 왔으니 혹독한 신고식을 감수해야 하잖느냐.” 상대가 이렇게 반격할 거 생각 못하나?


    애초에 반격당할 빌미를 주면 안 되는 거다. 하여간 언어는 3초 안에 수준을 들킨다. 입에서 다섯 단어가 튀어나오기 전에 상대에게 인간의 본질을 읽힌다. 상대에게 읽혀버리면 비참하지 않느냐고. 내가 숲에서 몰래 똥 싸고 있는데 상대가 내 궁뎅이 봤다면 기분나쁜 거다.


    친해지기 전에는 상대에게 읽히지 않으려고 연막을 치는게 맞다. 내가 빽없고 간판없는 뜨내기 촌놈이라는 것을 읽히면 안 되는 거다. 당당한 태도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말을 신중하게 가려하다보니 과묵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일의 매커니즘을 알면 쉽게 나설 수 없다.


    보통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 나는 남들이 어디를 보는지를 본다. 분위기 파악이다. 남들이 조개와 도요새가 되어 다투면 나는 어부의 포지션을 취한다. 이게 훈련되어 있다. 그 안에 메커니즘이 있고 관점이 있다. 어떤 사실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관점을 전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구조론이 사실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쉽게 알 수 있다는 점을 납득시키려는 것이다. 엊그제 영화이야기를 했는데 영화 안에 대칭과 호응이 있다. 관객은 호응하려고 한다. 근데 호응하면 을이 된다. 그건 지고 들어가는 게임이다. 왜 호응하려느냐고.


    관객은 피같은 생돈 9천원 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본전을 뽑으려고 든다. 그거 창피하지 않느냐고. 그게 바로 자기소개다. 나는 관객님이다. 대접을 받아야 되겠다. 에헴. 관객님을 알아모셔라. 이런 기분으로 극장에 앉아있다면 창피하지 않느냐고. 적어도 신사라면 달라야 한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관점은 보나마나 동적균형이며 이중의 역설이며 그것은 조직의 성장방향이다. 외부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쳐내는 방향이 갖춰진 거다. 에너지가 들어오는 입구에서 출구를 본다. 서스펜스다. 공중에 달아매는 것이다. 매달아라. 무엇을? 영화시장의 진보를.


    영화시장이 발달하려면 어떻게 가야 하지? 이 관점으로 봐야 관객포지션을 넘어 주최측에 가담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이 드라마의 주최측이 되어야 한다. 정치판도 그러하고 일상생활도 그러하다. 수동적 관객포지션을 버리고 관점을 바꾸어 이 우주의 주재자가 되어야 한다.


    신처럼 말이다. 내게 해피엔딩을 안겨봐. 난 9천원 낸 관객님이라구. 니들이 나를 알아모셔야지. 이런건 박근혜의 열등감을 들키는 거다. 혹시 무시당할까봐 불안해 하는 것이다. 전전긍긍이다. 사람이 왜 이렇게 여유가 없냐고. 9천원 영화산업 발전에 투자할 생각은 없냐고.


    영화가 망해도 말야. 답은 서스펜스다. 서스펜스는 매달려 있다. 매다는 방법은 대칭이다. 매달면 스릴러다. 스릴러는 공간을 쓰므로 돈이 든다. 촬영장비를 공간에 이리저리 돌리려면 드론도 띄워야 하고 돈이 따라붙어야 한다. 서스펜스는 매달아놓고 더해 흔들어대는 것이다.


    뭐든 공중에 매달아놓고 흔들어대면 집단이 한 방향을 바라보게 된다. 지금 한국인은 4월 조기대선이라는 시계추에 째깍째깍 매달려 있다. 그 안에 친문과 비문이 대결하는 스릴러와 탄핵인용의 서스펜스가 작동한다. 쫄깃해 있다. 우리 영화를 공중에 매달아 흔들어야 한다.


    관객이 문제를 내고 감독이 해피엔딩 답을 맞추는 초딩어법을 벗어나야 한다. 관객수준으로 수렴되면 영화가 망하는 거다. 되레 관객을 흔들어야 한다. 그러한 흔들기를 즐겨야 한다. 감독이 관객을 이겨야 한다. 왜? 나는 주최측이니까. 난 호구가 아니고 호갱님이 아니라고.


    묻노니 여러분은 주최측인가? 주최측의 마음을 갖고 있는가? 주최측은 매달아놓고 흔드는 사람이다. 당연히 브라질팀이 이기지. 이렇게 되면 월드컵 망한다. 독일팀이 엇비슷하게 따라붙어야 한다. 그럴 때 승부의 추는 공중에 매달려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진보한다.


    반기문이 ‘첨이면 모를수도 있지.’ 하고 자기소개 한다. ‘니는 첨이면서 대통령 하려고 했나?’로 받는다. 이렇게 받아친 네티즌은 구조를 아는 거다. 이게 의식적으로 되어야 한다. 받아치는 정도로는 곤란하다. 받아치려면 상대가 먼저 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후수가 된다.


    선수치며 먼저 함정을 파고 덫을 놓고 스토리를 짜내는 고수는 주최측이다. 주최측은 항상 다음 단계를 의식한다. 여러분은 그 관점을 얻어야 한다. 최초에 언어가 있었다. 언어가 딸렸던 호모 에렉투스는 멸종했다. 문자가 나왔다. 한자 쓰다가 언어가 딸려 망한게 중국이다.


    19세기 중국에 한자를 아는 사람은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5만자를 어떻게 배워? 문자장벽이 아시아를 퇴행시켰다. 아랍도 마찬가지다. 아랍어는 최소 3년을 배워야 글자를 쓸 수 있다고. 그래서 터키의 케말파샤가 아랍어를 버리고 로마자로 표기하는 투르크어 만든 거다.


    언어와 문자가 규정한다. 더 나아가 세 번째 장벽은 관점이다. 관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반기문은 자기가 무얼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박그네도 마찬가지. 난 여자대통령이니까 봐줘야지 하며 자기소개를 한다. 그게 미친 거다. 부끄럽지도 않냐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가 어떻게 받을지를 고려하고 그 다음다음까지 내다봐야 한다. 이게 본능적으로 되어야 한다. 관점을 얻으면 가능하다. 관점은 정해져 있다. 동적균형이다. 동적균형은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대칭시켜 흔드는 것이다. 그때 자연히 방향이 나와준다.


    그것은 영화시장의 발전이다. 그것은 음악시장의 발전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발전이다. 일의 다음 단계다. 문학이든 패션이든 건축이든 정치든 시장의 발전이라는 열린시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주최측 관점이다. 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지점. 그 눈높이를 얻어야 한다.


    공자는 게으른 재여를 꾸짖으며 부지런히 배우길 요구했다. 염유와 자로를 취직시켜주며 제자가 벼슬하길 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따뜻한 봄날에 멱감고 노는게 최고라는둥 하며 엉뚱한 소리를 한다. 이것은 공자의 서스펜스다. 제자들의 심장이 쫄깃해진다.


    도대체 공자는 무엇을 원하는거야? 공자는 여러분을 공중에 매달려고 한다. 주최측은 언제나 그렇게 한다. 제자를 취직시키는 것은 공문을 널리 홍보하여 사람을 모으는 수단이고, 부지런히 공부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진리에 대한 흥미가 없는 아닌 애들을 솎아내는 장치였다.



   20170108_234810.jpg


    상대방이 뭐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받아치지 말고 항상 다음다음단계까지 생각해보고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이렇게 응수하겠지. 그러면 나는 이렇게 받아야지. 그 다음엔.. 그 정도 가지 않고 막 생각나는대로 말하면 곤란합니다. 말이 입에서 막 튀어나오면 곤란합니다. 9천피트 고공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으로 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말대꾸하지 말라는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레벨:30]이산

2017.01.22 (22:43:56)

구조론을 이해하는데 좋은글 입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726 호르몬의 전략과 선택 image 1 김동렬 2017-02-04 14068
3725 생각에 옷을 입혀라 image 김동렬 2017-02-03 13280
3724 진실에 도전하라 image 김동렬 2017-02-02 13333
3723 한국말을 배웁시다 image 10 김동렬 2017-02-01 14747
3722 구조론에 도전해보자. image 1 김동렬 2017-01-29 14187
3721 왼손잡이는 왜 멸종하지 않았는가? image 김동렬 2017-01-27 14624
3720 느낌 속에서 답을 찾아라. image 김동렬 2017-01-26 14754
3719 같음과 다름 image 1 김동렬 2017-01-25 13425
3718 제 3의 관점을 획득하라. image 김동렬 2017-01-24 14125
3717 앨런 튜링의 여성혐오 image 김동렬 2017-01-22 18003
» 주최측의 관점을 배우라 image 1 김동렬 2017-01-21 13366
3715 성선설과 성악설 image 김동렬 2017-01-21 13965
3714 스릴러와 서스펜스 image 2 김동렬 2017-01-17 13923
3713 이보다 쉬울 수 없다 image 김동렬 2017-01-16 13046
3712 출발점을 사유하라. image 2 김동렬 2017-01-15 13125
3711 최순실 구조론 image 김동렬 2017-01-13 13329
3710 인력중심적 사고를 버려라. image 3 김동렬 2017-01-12 12745
3709 척력을 알아야 한다. image 5 김동렬 2017-01-10 13782
3708 구조론은 간단하다. image 4 김동렬 2017-01-10 12790
3707 구조론의 단점은 너무 쉽다는 거 image 1 김동렬 2017-01-09 12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