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 했소.
그러므로 자신이 본 세상은
곧 ‘자기 자신의 모습이 비친’ 세상이오.
당신이 본 세상은 당신이 본 자기자신의 모습이오.
당신이 어떻게 보았든
당신이 화내는 혹은 당신이 슬퍼하는 그것은
타인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모습이오.
자기 자신이 본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에 지나지 않으므로.
자신이 본 것을 잘 표현하거나
혹은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우리는 언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며
언어는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언어는 기호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가는 신뢰 그 자체이오.
이 그림을 보오.
붉게 빛 나는 바다.
그러나 진실로 말하면 붉은 바다는 없소.
어떤 그림이든 당신의 눈이라는 필터로 걸러진 것에 지나지 않소.
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지 않았던 것이오.
대신 볼품없는 세상을 한 차례 걸러서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당신의 훌륭한 눈을 창조하였소.
이 이치를 바로 알아야 하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내 눈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색맹에게는 저 푸른 산이 빨갛게 보이고
멍멍이에게는 당신의 모습이 흑백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그 흑백으로 된 자연도,
빨간 산으로 된 자연도 당신이 본 진실과 마찬가지로,
대등하게 진실의 한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우리는 본받아 재현하는 것이오.
신이 세상을 대강 만들어놓고 그것을 백배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인간의 눈이라는 형태로 뽀샵질을 하여 기어코 완성시키듯이,
인간 또한 자기 자신을 뽀샵질 하지 않으면 안되오.
부단히 자신을 향상시켜 가지 않으면 안되오.
어쩌면 인간에게는 더 많은 가식이 필요한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