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 죽는가?
욕망을 잃었을 때 죽는다.
더 이상 상승하려는 의지를 잃었을 때 죽는다.
빛이 바래어서 죽는다.
자유를 향한 열정을 잃었을 때 죽는다.
기(氣)가 다하여 죽는다.
부끄러움을 잊었을 때 죽는다.
향(香)을 잃어서 죽는다.
역사 앞에서의 거룩한 분노를 잃었을 때 죽는다.
신 앞에서의 대립각을 잃어서 죽는다.
내 삶의 기대어 설 버팀목을 잃어서 죽는다.
끈 떨어진 연처럼 날아가서 죽는다.
숨 막혀 죽는다.
맥 빠져 죽는다.
인간은 언제 죽는가?
생(生)의 사(死)의 극적인 긴장을 잃었을 때 첫 번 째로 죽고,
자유를 향한 싸움에서 두려워 하고 포기했을 때 두 번째로 죽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성(性)적인 긴장을 잃었을 때 온전히 죽는다.
여전히 살아있다면 비린내가 나야 한다.
그대의 눈빛 앞에서 내 호흡은 빨라져야 하고
맥박은 뛰어야 한다.
오늘 내가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 사랑을 기어이 완성시켜야만 하는 이유이다.
내 살아있다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