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산에 오르는가?
산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등산가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내가 산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이미 산 가운데 있었던 거다.
“내가 왜 이곳에 있지?”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르기를 중단하고자 시도하여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곧 알게 되었다.
이 걸음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추억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정상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불완전한 기억의 토막들이다.
다만 그것을 다시 재현하여 보이려는 것이다.
그것을 기어코 완성해 보려는 것이다.
그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다.
언젠가 완성되는 날에
나는 크게 전율할 것이다.
그러한 쾌감의 여운은 오래 가는 법이다.
어쩌면 그 기쁨이
나의 인생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도 있다.
실상 나는 천번도 넘게 전율하고 있다.
매 순간 기쁨을 느끼고 있다.
산과 하나가 되어 있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네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내가 그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나는 이미 너라는 존재의 한 가운데 있었다.
나는 곧 알게 되었다.
이 걸음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어쩌면 오래 전부터 나는
미지(未知)의 너를 추억해 왔던 거다.
꿈에서 보았을지 모른다.
그것은 ‘완벽’의 이미지였다.
어느날 그 작은
추억의 부스러기 조각들이
문득 온전한 형체를 이루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거다.
그건 너였다.
그때 나는 알았다.
오래전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크게 전율하였던 거다.
그렇게 너는 나의 삶을 비치는 등불이 되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