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에 물건을 담는다면 어떨까?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다섯 방향의 값을 지정해 주어야 한다.
컴퓨터의 프로그래머라면 현실적으로 부단히 이러한 문제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상자에 사과를 담아보자. 처음 넣는 한개의 사과가 두번째 들어갈 사과의 위치를 제한한다. 처음 사과를 가운데에
넣었다면 두번째 사과는 그 사과의 오른쪽이나 왼쪽에 둘 수 있다.
사과를 쌓을수록 선택할 수 위치는 제한된다. 마지막에 넣는 한 개의 사과는 임의로 위치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
그 사과가 들어갈 자리는 그 상자 안에 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선택지가 제한되는 것이 곧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른 정보의 손실이다. 구조론이 이에 따른
비환원 영역의 비가역성을 규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우리는 중력의 영향을 받는 지구 위에 살고 있으므로 일단 아래쪽 부터 차곡차곡 쌓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구인의 고정관념에 불과할 수 있다. 장소는 지상이 아닌 우주공간일 수도 있다.
우주공간에 쏘아올려진 인공위성은 자세결정에 애를 먹는다. 정밀한 자세제어 시스템을 사용하면서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제어에 성공할 수 있다. 2003년에 독자기술로 개발한 우리별 4호는 자세제어와 태양전지판 전개라는
초기임무를 원격교신으로 수행하는데 3주일 이상의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3축 제어의 방법으로 제어에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위치를 잡아주는 중력이라는 방식의 지구축과
위성 자체의 중심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별이 정지해 있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가는 것이다.
지구는 정지해 있지 않다. 자전과 공전의 형태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별 4호는 이미 지구궤도 안으로
진입해 있기 때문에 정지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지구를 향하여 더 쉽게 자세제어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자루에 사과를 담는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유는 지구축과 상자축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자가 온전히 허공에 떠 있다면? 3축 제어로 부족하다. 5축 제어를 성공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