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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5207 vote 0 2010.02.10 (23:59:49)


구조론의 콘텐츠


구조론은 문제를 해결한다. 구조론을 이용하여 문제해결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점에서 구조론은 그 많은 ‘무슨주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마르크스주의라도 원고지 1매로 압축될 수 있는 간단한 이야기다. 독립적인 자기 콘텐츠가 없다. 포지션의 독립없이 기왕에 존재하는 기성질서에 대립각을 세우는 식이라면 구조적으로 종속될 뿐이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를 개선시켜 자본주의 발달에 이바지했다. 기성질서에 하부구조로 편입된 것이다. 깃발도 있고 구호도 있었으나 방법론이 없었다. 자체 엔진이 없었다.


혁명이론이 있지만 정치투쟁의 방법론일 뿐 사회주의 자체의 엔진은 아니다. 반면 자본은 자체 엔진이 있어서 독립적인 생명력을 가진다. 외부개입없이 저절로 발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외부에서 타격하면 그 힘을 흡수하여 더욱 크게 자라난다. 자본은 비판할수록 오히려 건강해진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생명성에 맞설 별도 엔진을 제작하지 못했다. 원래 가능하지 않았다.


명목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는 많으나 실상 지식집단의 인적 네트워크에 불과하다. 그들이 사회주의 이름을 내걸고 생산하는 지식과 시장이 생산하는 자본은 정면으로 대립되지 않는다.


‘자본에 맞선다’는 구호는 그들의 자존심을 충족시킬 뿐 세상은 여전히 시장원리에 의해 작동한다. 그 밖에 실존주의니 분석철학이니 하는 다른 많은 철학사상들도 콘텐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목청높여 주장하는 것은 대략 하나의 입장, 태도, 관점에 불과하다.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장비’다. 병사에게는 총, 농부에게는 낫, 장사치는 주판, 선비에게는 붓이 장비다.


왜 많은 주의, 주장들이 잠시 눈길을 끌 뿐 결국 외면당하고 마는가?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낚싯대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 구조론은 수학과 같아서 분명한 콘텐츠가 있다.


구조론은 어떤 주의, 어떤 철학, 어떤 사상, 어떤 사조에 의해서도 이용될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구조론의 방대한 체계 안에서 각자 입맛에 맞는 부분을 빌어갈 수 있다. 넉넉히 제공한다.


장비는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툴이다. 선비는 붓으로 작가와 독자를 연결한다. 포수는 총알로 타겟까지 연결하고, 낚시꾼은 낚싯대로 물고기를 연결하고 운전수는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연결한다.


가짜들은 연결하지 않는다. 큰 산이 하나 있다면 가짜들은 자기 자신을 그 산의 위나 아래나 혹은 옆에다가 포지셔닝 시킨다. 산은 건들지 못하면서 자기 자신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이다.


혹은 위에서 굽어보는 주의, 혹은 아래서 쳐다보는 주의, 혹은 옆에서 흘겨보는 주의를 발표하지만 다 자기입장이다. 객관적이지 않다. 거기서 ‘자기’를 제거해야 객관의 과학으로 올라설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본다’는 식의 선언은 필요없다. ‘나’를 배제해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빼고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장비만 제공하라. 그 장비를 누구라도 가져다 쓰게 개방하라.


구조론은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연결하는 장비다. 장비를 사용하여 대상을 건드릴 수 있다. 선비가 붓으로 건드리고, 요리사가 칼로 건드리듯, 구조론으로 원하는 대상을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


‘나’를 이리저리 옮겨다닐 필요는 없다. 장비가 알아서 다 연결해 준다. 완전성의 망을 깔고, 주도권의 서버를 놓고, 역설의 PC로 접속하여, 대칭의 웹사이트를 찾아, 단서의 데이터를 읽게 한다.


구조론이 챙겨야 할 장비는 첫째가 완전성, 둘째가 주도권, 셋째가 역설, 넷째가 대칭, 다섯째 단서다. 이 다섯은 구조의 포지션들이다. 이 포지션들이 모여서 이루는 것은 생명성의 시스템이다.


시스템 안에 출발점이 되는 패턴이 있고, 패턴들 사이의 밸런스가 있고, 그 밸런스의 축과 대칭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치고 나가는 에너지 입구와 출구가 있다. 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된다.



구조의 발견


짝지어진 것은 모두 구조다. 하늘과 땅, 해와 달, 음과 양, 암컷과 수컷, 선과 악, 참과 거짓, 존재와 무, 플러스와 마이너스. 추상적인 개념이든 자연의 물질이든 둘씩 짝지어져 있으면 구조다.


먼저 패턴을 찾아야 한다. 외형이 닮았으면 패턴이다. 대칭성을 포착해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속성이 닮은 것이 대칭이다. 해와 달은 둥글다. 닮았다. 닮았으므로 그 안에 패턴이 있다.


더 진도 나가야 한다. 대칭을 찾아야 한다. 해와 달을 대칭시키려면 축이 필요하다. 축은 지구다. 지구를 중심으로 해와 달이 운행하여 밤과 낮을 교대로 담당한다. 천동설 개념이 만들어진다.


축을 찾지 못했다면 대칭이 없는 것이며 외형적 유사성에 불과하다. 그 경우 속성이 다르다. 나비의 날개와 새의 날개는 외형이 닮았지만 본질이 다르다. 매미울음과 황소울음은 소리가 닮았다.


외형이 닮았지만 발성기관이 다르다. 매미는 날개로 겨드랑이를 비벼서 소리를 내고 소는 성대를 울려서 소리를 낸다. 오른손과 왼손은 닮았을 뿐 아니라 마주보고 있다. 가운데 몸통이라는 축이 있다.


왼발과 오른발도 닮았다. 손발과 마찬가지로 몸통이라는 대칭축을 공유한다. 이때 두 손의 닮음에 대한 이해가 두 발의 닮음에 대한 이해로 확대된다. 손과 발이 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턴에서 대칭을 찾고, 대칭에서 축을 찾았으면, 다음에는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물고기가 꼬리를 어느 쪽으로 흔들어도 배는 앞으로 간다. 범선이 어느 쪽에서 바람을 맞아도 항상 앞으로 간다.


처음에는 잘하면 칭찬을 듣고 못하면 꾸지람을 듣지만 자리를 잡으면 잘해도 칭찬을 듣고 못해도 격려를 받는다. 구조가 일정한 수준 이상 고도화 되면 어떤 경우에도 한 방향으로만 진행이 된다.


마지막으로 밀도차를 찾아야 한다. 에너지가 들어오는 입구다. 주변과 더 많은 관계를 맺은 쪽이 밀도가 높다. 승객은 좌석과 관계를 맺을 뿐이다. 운전기사는 신호동도 보고 차선도 살펴야 한다.


바둑이라면 처음 두는 화점 부근은 주변과 많은 관계를 맺는다. 바둑이 진행되어 반상의 361로가 메꿔질수록 관계는 엷어진다. 수가 진행될수록 관계의 밀도가 낮아지므로 정석이 있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외부의 다양한 촉수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곳에서 에너지가 유입된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는 화살과 과녁과 궁수와 활몸과 동시에 관계를 맺고 있다.


화살을 쏘고 나면 관계는 사라진다. 궁수는 떠나고 화살도 떠나고 과녁은 알수없고 시위가 풀어져서 활몸도 등을 돌리고 있다. 물이 높은 곳에 있으면 관계의 밀도가 높다. 거기서 낙차가 얻어진다.


1) 패턴을 찾는다.. 외형이 닮았는가?

2) 대칭을 찾는다.. 서로 마주보고 있는가?

3) 축을 찾는다.. 둘을 통일하는 하나가 있는가?

4) 방향성을 찾는다.. 점점 세력이 커지고 있는가?

5) 밀도차를 찾는다.. 에너지가 들어오는가?


각각 량≫운동≫힘≫입자≫질이 된다. 이들 다섯을 각각 나누어보지 않고 하나로 통일시켜 보는 시야가 중요하다. 질이 가장 앞선다. 질 속에 입자, 입자 속에 힘, 힘 속에 운동, 운동 속에 양이다.


량이 먼저 눈에 뛰고 질이 가장 나중 발견되지만 에너지는 질에서 촉발되어 양으로 이행한다. 여기에 질서가 있다. 에너지가 가는 길이 있다. 길이 도(道)다. 이들 사이에 숨은 질서가 구조다.

http://gujoron.com




[레벨:15]오세

2010.02.11 (00:11:34)

구조론은 오픈소스이구료.
연결하는 장비가 없으면 가짜라.
새겨 두겠소.
구조론을 요리조리 써먹어도 된다는 말도 귓가에 쏘옥 집어넣겠소.
^.^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2.11 (12:47:12)

구조의 발견으로
우주역사와 인류사유 일치의 길이 열였소.

한줄에 꿴다.
한손에 쥔다.

단박에 안다.
단숨에 깬다.

일이 꼬리를 물고 터지는 시절만 남았구랴.

위대한 발견은 인류를 설레이게 하오.

설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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