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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235 vote 0 2016.12.08 (16:38:07)

     

    구조론의 최종결론은 인공지능이다


    왜 인공지능은 아직도 고양이를 구별하지 못할까? 인간 아기는 1초만에 구분하는데 말이다. 지금은 수천만장의 고양이 사진을 기억시키고 비슷한 것을 찾는 방법을 쓴다. 인식론이다. 인식론의 순서는 지각≫수용≫분석≫종합≫응용이다. 지각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뇌는 다른 방법을 쓴다. 존재론의 방법이다. 배경≫실체≫연관≫이행≫귀결로 간다.


    다른 말로는 질≫입자≫힘≫운동≫량이다. 무엇인가? 뇌가 고양이를 인식하는 방법과 우리가 고양이를 배우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뇌는 어떤 방법을 쓰는가? 뇌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의 뇌는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고양이를 알고 있다. 고양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단어를 배운다. 인식론은 인간이 알고 있는 고양이와 명명된 단어의 일치다.


    즉 인간의 의식적인 학습법은 원래 알고 있는 지식과 단어를 연결시키는 것이며 인류는 이 방법으로 인공지능에 도전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인식론은 첫째 자기 자신을 가르치는 방법이며 둘째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다. 즉 인간의 학습은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맞추어져 있으므로 뇌구조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뇌의 방법을 써야 바르다.


    인간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앞차와의 거리가 좁혀질 때 뇌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특히 새들은 돌을 던지려는 시늉만 해도 날아오른다. 본능이라는 말이다. 많은 동물들은 시선을 마주치기만 해도 예민해진다. 고릴라 수컷 실버백은 거울 속의 고릴라가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새끼나 암컷은 금방 알아채는데 말이다.


    정면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고릴라의 세계에서 상대방을 정면으로 째려보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고릴라가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팔로 툭 치고 지나간다. 두 발로 서는 동작이 고릴라에게는 어색하기 때문이다. 동물은 온 몸으로 상대방을 보는 것이다. 대뇌가 아니라 소뇌를 비롯하여 다른 많은 부분이 관여한다. 본능적으로 고양이의 존재를 알고 있다.


    고양이의 웅크린 동작만 봐도 뛰어오르려는 동작임을 간파하고 움찔한다. 반사신경에 의해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인간 뇌의 자동인식 프로그램은 개와 고양이의 구분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의 서로 다른 대처법을 인식하는 것이다. 고양이를 인식하는게 아니라 고양이에 움직임에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몸의 조건반사를 인식하는 것이다. 


    즉 인간 뇌가 고양이를 인식하는 것은 고양이라는 피사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땅을 디딜때 미끄러운 얼음인지, 부드러운 흙인지, 빠지는 진흙인지에 따라 다리에 가해지는 힘이 다르듯이 나 자신의 신체를 조절하는 부분을 인식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특징을 모방하여 나 자신이 고양이의 행동을 복제하고 있는 것이며 바로 그것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뇌가 고양이를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은 바로 그 의미다. 순식간에 고양이의 행동을 복제하여 대응법을 찾아낸다. 대응법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첫 키스를 하면 전율하게 되는데 뇌가 적절한 대응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벌레가 몸을 지나갔을 때라든가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든가 할 때가 그러하다. 인간은 상대의 눈을 보고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한다. 


    반면 인공지능은 수천만장의 사진을 입력시켜 비슷한 것을 대조한다. 1/3천만의 확률로 같은 이미지가 매치되면 고양이로 판정한다. 고양이를 닮은 개가 나타나면 곤란해진다. 그러나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양이를 알고 있다. 단 삵쾡이는 헷갈린다. 인간이 뱀을 특히 두려워하는 것은 뇌가 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얻은 능력이다. 


    인간은 소를 보면 걷는다는 사실을 알고, 곰을 보면 일어선다는 사실을 알고, 고양이를 보면 점프한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보면 달린다는 사실을 안다. 근육이 물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뱀을 보면 공중부양을 한다. 닭을 보면 쪼인다는걸 안다. 강아지를 보면 쓰다듬고 싶어진다. 뇌의 특별한 복제능력 덕분이다. 인공지능은 그러한 복제를 시도하지 않는다.


    왜 깨달음이 필요한가? 뇌가 작동하는 원리와 인간이 학습하는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뇌를 써서 학습하지만 인간의 학습은 의사소통에 맞추어져 있지 뇌의 학습원리인 복제에 맞추어져 있지 않다. 어떤 부족민은 모든 사물을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구분한다. 어린이들은 모든 사람을 우리편과 나쁜편으로 구분한다. 경찰편이냐 도둑편이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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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은 나와 타자의 구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고양이를 학습하기 전에 그것이 인간 바깥의 어떤 물리적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려면 먼저 나를 정의해야 합니다. 내 안에 내가 하나 더 있는 것이 나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6.12.08 (17:33:59)

인공지능 분야, 궁극의 이론서가 2010년에 출시됐습니다.(사람 얼굴은 신경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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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다원이

2016.12.08 (23:32:17)

그렇다면 이렇게 봐야 하는건가요?
어린이는 경험으로 고양이가 뭔지 안다. 그런데 이름음 몰라서 '엄마, 저게 뭐야?' 물어본다. 엄마는 '저건 고양이란다.' '아, 저걸 고양이라 부르는구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12.08 (23:36:55)

경험으로 알 수 있는 체계가 인간 안에 내장되어 있습니다.

초음파를 못 보듯이 절대 인식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경험으로 아는 수준까지 인공지능이 도달하는게 문제인데 

지금 인공지능 연구는 고양이 이름이나 알려주는 수준. 

[레벨:10]다원이

2016.12.08 (23:47:53)

그럼 컴퓨터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게 한 다음 어떤 관련된 정보의 덩어리에게 코드네임을 부여케 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형상으로 디스플레이 하게 하고, 그것들중 사람이 생각하는 고양이에 가장 가까운 덩어리 정보의 코드네임을 '고양이' 라고 리네임 rename 을 한다... 뭐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6.12.08 (23:58:13)

상대방의 행동을 복제한다는 의식이 있어야 하는 거죠.

[레벨:10]다원이

2016.12.08 (23:54:10)

이런거 생각하다보면, 추적해서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딱 한 끗 차이가 나는곳이 있는데요, 마치 닭이냐 계란이냐 하는것 같은 지점이 있는데요. 바로 그곳이 가장 어렵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챠우

2016.12.09 (11:34:46)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가 연역의 출발입니다. 

"모든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상황 혹은 사건 안에서만 존재한다"라고 전제를 해야 

복제라는 개념이 성립합니다. 근데 복제는 대응과 헷갈립니다. 

복제라는 말은 흔히 copy처럼 쓰이니깐요.


가령 구조론에서 대칭행동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상대에 대한 대칭행동 혹은 대응이 하위적 복제(혹은 뒤집어진 원본)거든요. 

"A가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 이에 나도 주먹을 날렸다(혹은 쌍욕을 해줬다)" 라는 사건이 있다면

나는 A를 복제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그 이전에 A와 나와의 관계 그 자체가 질이요 에너지입니다. 

아무나 나에게 주먹을 날리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나의 의식에서는 전제를 알 수 없으나, 무의식에서는 그 전제를 포착 혹은 설정합니다. 

그래야 뇌가 작용-반작용의 방정식을 성립시킬 수 있으니깐요. 


다만 인간사의 문제는 그 전제를 충분히 의식화하지 못하여, 

임의의 전제를 설정한 자에게 끌려다닌다는 거지만.

그러므로 이런 하위적인 복제가 아닌, 동등한 카피를 만드려면, 

A가 전제한 상황으로 나의 인식을 확대해야만 합니다. 


결국, 나의 뇌가 고양이를 복제한다는 말은,

1) 나의 입장에서 고양이에 대응한다

2) 고양이 사건을 시뮬레이션한다

의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여기에 닭과 달걀을 대입해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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