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822 vote 1 2016.11.06 (22:10:37)

     

    구조론자의 교양


    관성의 법칙이 있다. 그것은 내 안에도 있고, 사회 안에도 있고, 일 안에도 있다. 그 법칙을 극복해야 한다. 나를 이기고, 사회를 이기고, 일을 이겨야 한다. 나를 이기는 것은 호르몬을 이기는 것이다. 사회를 이기는 것은 NO가 아니라 YES를 구사하는 것이다. 일을 이기는 것은 불을 질러 에너지를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 어떤 의도와 욕망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위하여’다. 성공을 위하여, 출세를 위하여, 권력을 위하여 행동한다고 믿는다. 틀렸다.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은 ‘빠져 있음’이다. 인간은 외부환경으로부터 비롯되는 에너지 낙차를 따라 좁은 공간으로 미끄러진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궁극적으로는 물리학이다.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우는 것은 물리학이다. 인간의 판단도 마찬가지다. 자연이 에너지의 효율을 따르듯, 사회도 의사결정의 효율을 따르고, 인간 역시 스트레스를 회피하는 쪽으로 기동한다. 뇌를 효율적으로 쓴다. 에너지는 결따라 간다. 사건의 기승전결로 전개하면서 단계적으로 에너지 손실을 일으킨다. 비용이 감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사회도 그러하고, 뇌도 그러하다.


    그것을 이겨야 한다. 먼저 자기를 이겨야 한다. 인간은 호르몬에 지배된다. 호르몬을 바꿔야 한다. 대의大義와 소리小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소리小利를 선택한다. 그것은 호르몬의 명령이다.


    그 상황에서 대의를 선택한 사람은 미리 훈련하여 호르몬을 바꿔놓은 사람이다. 에너지 낙차는 좁은 공간에서 생긴다. 그러므로 소리小利를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단 집단 안에서 부추김을 받으면 다르다. 소인도 누가 옆에서 부추기면 흥분해서 대의를 따른다.


    누가 부추기지 않아도 스스로 부추겨 대의를 따르는 사람이 군자다. 의사결정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쪽으로 인간은 움직인다. 단 호르몬이 바뀌면 다르다. 귀차니즘에 빠져 빈둥대던 남자도 미녀를 보면 눈빛이 바뀐다. 행동이 바뀐다. 호르몬의 힘이다. 군자는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


    나를 이겼다면 다음은 사회를 이겨야 한다. 인간은 집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때문에 반드시 오판한다. 올바른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 영향을 미쳐 발언권을 얻는 결정을 한다. 자기 존재감을 살리는 결정을 한다. NO를 해야 집단 안에서 발언권이 생긴다.


    그러므로 무조건 반대하게 된다. 지도자는 민중의 뜻을 거스르고, 지식인은 중간에서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집단의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대중은 한 방향으로 폭주하여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 NO에 대해 NO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지식인의 의사결정방해를 차단하고 얼빠진 지도자를 교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을 이겨야 한다. 일은 기승전결로 간다. 무조건 사건의 범위를 좁히는 방향으로 간다. 범위를 좁히다보면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는커녕 ‘너 하나만 참으면 돼!’ 하는 식이 된다.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하는 식으로 좁힌다. 대중에게 아부하고 특정인을 공격한다.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그것이 쉬운 해결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일만번을 반복한다든가 무조건 노력을 요구한다든가 심청을 인당수에 던지는 식으로 복잡한 사태를 단순화 한다.


    관성의 법칙이다. 내 안의 관성의 법칙인 호르몬을 이겨야 하고, 사회 안에서 관성의 법칙인 존재감 확인을 이겨야 하고, 일 안에서 관성의 법칙인 ‘범위 좁히기’를 이겨야 한다. 인간은 관성에 떠밀려 사건의 흐름 속으로 미끄러진다.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자기 안에서 미끄러지고, 사회 안에서 미끄러지고, 일 안에서 미끄러진다. 그러한 나를 끊고, 사회를 끊고, 일을 이기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오판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원래부터 내게 할 말이 있었는데 찬스다 하고 그것을 써먹으려들기 때문이다. 게시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사건을 보고 판단하여 말하는게 아니라 말하려고 사건이 터질 때를 기다린다. 사건이 덜 터졌는데도 성급하게 말해버린다. 다른 사건인데도 함부로 갖다붙인다.


    결따라가야 한다. 결따라가다가 망한다. 에너지 흐름에 올라타야 하지만 그 에너지를 자신이 설계하고 유도해야 한다. 천하에 불을 붙여 에너지를 일으켜야 한다. 불길에 휩쓸리지 말고 사건에 말려들지 말고 파도타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구조론이 요구하는 것은 만남이다. 그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이어야 한다. 그리고 균형을 이루어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유도해야 한다. 좁히기가 아니라 넓히기다. 에너지의 획득이 아니라 에너지의 발견이다. 기승전결의 기에 서야 가능하다. 천하가 아플 때 내가 아파야 한다. 호르몬이 나와야 한다. 소인은 천하가 아파도 아픈지 모른다.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한다. 이 순서는 공자의 가르침인 ‘인지의신예’를 뒤집은 ‘예신의지인’이다. 수신이라고 하면 도덕이니 예禮다. 제가는 가족간의 신信이다. 치국은 의義다. 평천하에는 지도자의 지智와 타자를 포용하는 인仁이 소용된다. 작은 데서 커지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면 작은 데서 더 작아져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한국인은 가족매니아다. 가족오타쿠가 되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아웅다웅한다. 일본인은 마을오타쿠가 되어 이지메 대상을 찾아 아웅다웅한다. 작은 것부터 해결하려 하므로 작은 것에 빠져 결코 헤어나지 못한다. 축소지향이 되는 것이다. 호르몬이 결정한다. 거기에 흥미를 느끼고 거기에 호르몬이 나오면 망한다.


    사춘기가 되면 갑자기 호르몬이 바뀐다. 갑자기 가족과는 말도 하기 싫어지고 친구와 더불어 떠나고 싶어진다. 반항하고 싶고 탈출하고 싶다. 더 넓은 세계로 가고 싶다. 그런 상황을 인위적으로 연출해야 한다. 그 방법은 만나는 것이다. 더 큰 세계를 만나고 더 중요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무엇인가? 평천하는 만남이다. 천하를 다스리라는 말이 아니라 천하를 만나라는 말이다. 이미 시작된 일로 볼 것이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이 오판하는 이유는 이미 일이 벌어졌다고 믿고 그것을 수습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아직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불을 질러야 한다. 새로 일을 벌여야 한다. 그러므로 평천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천하의 문제가 이미 존재하고 그것을 당신이 수습한다는 관점이다. 아니다. 일은 당신이 벌여야 한다.


    일을 벌인 다음에는 그것을 통제가능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밸런스를 조직하여 1을 유도해야 한다. 한국팀과 일본팀으로 2면 곤란하다. 주최측은 1이다. 1에 서야 한다.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남자와 여자, 서구와 동양들에서 전방위로 50 대 50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평천하 다음의 치국이다. 그 다음에 가족과 개인으로 범위를 좁혀간다. 그럴 때 에너지는 순조로워진다. 무엇인가? 결따라가야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건에 휩쓸리는 귀납은 곤란하고, 연역하여 새로 사건을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평천하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555.jpg


    인간은 호르몬에 지배됩니다. 호르몬을 바꾸지 않고는 의사결정을 바꿀 수 없습니다. 새로운 만남의 순간에 호르몬이 바뀝니다. 만나지 않고는 호르몬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새로 사건을 일으켜 대체할 뿐 이미 벌어진 사건을 수습해서는 답이 없습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치입니다. 평천하는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천하를 만나는 것입니다. 천하에 풍덩 빠져야 합니다.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해야 합니다. 거기서 허우적대다 보면 에너지 낙차를 따라 좁아져서국가에 휩쓸리고, 가족에 휩쓸리고 마지막으로 진정한 자기 자신에 도달하게 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6.11.06 (23:38:48)

그 뜨거운 에너지를 느꼈다면 일은 이미 시작된 것이며 그 일은 계속해서 세상속으로 번져가는 것이 원리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되는데 사람들이 그 불을 자기안에 가두고 싶어하죠. 그래서 마약이라는 걸 하고 이상한 짓들을 하나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평천하치국제가수신 image 1 김동렬 2016-11-06 11822
3674 한국은 잘하고 있다. image 1 김동렬 2016-11-05 11904
3673 문제제기와 문제해결 image 2 김동렬 2016-11-04 11499
3672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라 image 김동렬 2016-11-01 11632
3671 음담패설 하지마라. image 2 김동렬 2016-10-31 15828
3670 침팬지 보노보 오랑우탄 image 1 김동렬 2016-10-30 11220
3669 세상은 상호작용이다. image 1 김동렬 2016-10-25 10867
3668 밀도를 볼 수 있다. image 김동렬 2016-10-22 10711
3667 매개변수를 포착하라. image 김동렬 2016-10-21 10066
3666 구조를 복제하라. image 1 김동렬 2016-10-20 10241
3665 상대성이 절대성이다. image 김동렬 2016-10-19 10749
3664 그림으로 다시보기 image 김동렬 2016-10-19 9795
3663 인과작용에서 상호작용으로 image 3 김동렬 2016-10-18 10198
3662 상호작용의 어려움 image 김동렬 2016-10-18 9372
3661 게임은 시작되었다. image 1 김동렬 2016-10-17 9752
3660 구조론 최종보고 image 김동렬 2016-10-17 9698
3659 상전이에 도전하라. image 김동렬 2016-10-16 9386
3658 위상으로 출발하라 image 김동렬 2016-10-15 9495
3657 인간이 관측하다. image 김동렬 2016-10-14 9103
3656 에너지란 무엇인가? image 김동렬 2016-10-14 9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