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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이런 건 모든 교사들이 봐줘야 한다.
답은 선무당의 해결책에 있지 않고, 편견없는 관찰과 인간과 집단에 대한 이해에 있다.
균형있게 관찰하고, 인간과 집단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해결책은 따라 온다.
개인적으로 7년 전 하임기너트의 교사와 학생사이를 접하고, 이후 하임기너트의 아이디어로

30년에 걸쳐 종단 연구를 한 존 가트맨 – 종단 연구하다가 나이가 이제 80은 되보이는 성성한 백발인 –의

감정코칭을 4년 전 접하고 경청 – 공감 – 한계제시 – 해결책 탐색 – 실천 – 피드백의 과정을 내 스스로

정립하고 적용하면서 훈련했다. 적용과정중 잘 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다. 교사 대화법 카페를 만들어서

홍보도 많이 했다. 그런데 3 년전 한 카페 회원이 ‘공감’ 다음 단계가 잘 안된다. 특히 저학년은 해결책 탐색이

잘 안된다는 얘기를 했다. ‘앞으로는 안하겠다’ 정도 밖에 안나오니 답답하다는 거였다. 나는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고 교사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동의를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알려드렸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공감 자체가 해결책이란 말이다. 사람들은 공감은

통과 의례로 생각하고 바로 그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 안달이다. 이건 마치 학생들이 경기 전 몸푸는

시간을 대충 하고 넘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공감? 공감! 공감.... 공감은 절대 쉽지 않다. 공감만 제대로 하면

해결책이 필요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어쩌면 공감이 제대로 안되니까 되도 않는 해결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약속한 해결방법대로 실천하지 않는다고 또 갈등이 생긴다.

 

해결책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사실 공감이 먼저다. 공감에 충분히 머물러 있으면 해결책은 필요없거나

더 쉬워지는 것을 학교폭력대책 갈등 중재에서 배웠다. 내 장기가 학생과 학부모싸움 말리다.

싸움 말리기는 초등교육 현장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물론 싸움 예방도 잘한다.

형제 중 연년생에 삼남매 중 둘째인데다, 영원한 오지라퍼에 교대오기 전에 법학을 오래 했고, 과외하면서

학부모 상담을 자주 하다보니, 엄마들 상담이 익숙하다 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잘한다고 생각못했는데

잘하는 줄 알고 착각하고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나다 보니 그냥 된 측면이 크다. 여기다 지식적인 측면에서

대화법 독학, 비폭력대화, 감정코칭, 교사역할훈련, 회복적 생활교육, 상담대학원에서 공부한 노하우가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인간 내부의 일처럼 보이지만, 인간 존재 자체보다 인간의 상호작용에 그 실마리가 있으며,

인간 상호작용의 시작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면 공감도 어렵지 않고,

공감이 되면 해결책도 어렵지 않더라.

 

과연 대한민국에서 중학교와 이웃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부터 학폭피해 사례가 1년 동안 1건도 없는 것이

가능할까? 놀랍게도 근데 이게 가능하다. 남수원 초등학교가 해내고 있다. 물론 남은 2개월 동안 중학교-초등학교간

학폭 문제가 안생긴다는 보장없다. 4년 전만 해도 중1 오빠가 친구 동생에게 운동장에서 6학년 여자 애들이

여러 명 보는 상황에서 자기도 흡연하면서 흡연을 권하고, 후배는 흡연을 한 학교가 우리 학교 였으니...

 

여러 선생님들이 꾸준히 협력하면서 애들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 중 가장 큰 영향은 아이들에 대한

공감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 정말 어떨 때는 남자 교사들이 어렸을 때 당했던 것처럼 호되게 혼내주고 싶어도

꾹 참았다. 문제 행동을 수없이 일으키는 아이들과 얘기했고, 나도 때론 흥분했고 동료 선생님들도 그러했지만,

아이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거두지 않았다.

‘그래 너도 힘든 부분이 있겠지, 너도 애쓰고 있는 거지, 너도 그렇게 흔들리면서 크는 거지,

아직은 실수할 수 있지. 언젠간 선생님의 진심을 알겠지. 네 길을 찾아가겠지. 아직 넌 아이니까’

이것이 교사의 자기 최면인지, 학생에 대한 위로인지 격려인지, 부질없는 넋두리인지 희망고문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애들은 달라져 갔다.

교사는 교육에 관한 전문가이고, 수업과 생활지도는 포기할 수 없는 교사의 중요한 두 축이고,

문제행동에 대한 대처방법을 아는 것은 교사에게 매우 중요한 기술이자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되었다.

핵가족 시대, 다양한 형태의 가족형태의 출현, 동네 애들 놀이 문화의 붕괴, 마을 공동체의 해체에 대인 접촉이

지극히 적어진 아이들을 교사가 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교사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야 하고,

인간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와 더불어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필요가 있다. ‘이해’란 말로 아이들에

대한 부분을 설명한다는게 참... 언어표현의 한계를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선생님들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시청을 강력히 권해 드리고 싶다.

여기서 시청 포인트는 개의 문제행동을 어떻게 고치느냐가 아니다. 대부분의 교사와 학부모, 견주들은

그것에 관심을 보이다가 자기 자녀와 자기 학생, 자기 반려동물에게 똑같은 실수를 범한다. 수학도 답을 보면 참 쉽다.

책도 내용을 보면 참 쉽다. 그런데 막상 그게 내 현실이 되면 당황스럽고 마땅히 대처가 잘 안된다.

생각해 보시라. 잘 안다고 설명이 쉽던가? 설명 잘된다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 전하기가 쉽던가?

그걸 내가 실천하기는 어떤가? 내가 실천 잘 된다고 결과가 따로 오던가? 내가 해보니 결과가 잘 따라 온다고

남에게 얘기하니까 그 사람이 내 말을 수용하던가? 내 말에 수용한다고 그 사람이 잘 실천하던가?

실천한 그 사람이 효과를 보던가? 참 길기도 길다. 근데 여기까지가 되어야 내가 뭔가 되는구나 하는 것을

약간은 실감할 수 있다. 나는 그 과정을 7년째 함께 하는 부모교육 소모임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그램의 핵심 포인트는 짐작하셨다시피 ‘왜, 강아지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가’

하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근데 그 원인을 찾으려면 개를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편견없이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지식이 오류로 가득찼다는 것. 그리고 정말 무서운 것은 개의 행동의 원인이

‘개의 문제’가 아닌 ‘개를 기르는 주인의 문제’로 대부분 귀결된다는 것이다. 기실 교사들도

이것을 두려워 한다. ‘혹시 나 때문에 얘가 저런 것은 아닐까?’ 약간 짐작은 하고 나름 탐색도 해본다.

 

근데 사실 답을 찾기란 어렵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교사문화속에서 교실의 물리적인 벽보다도 두꺼운

교사간 심리적인 벽을 허물기는 정말 어렵다. 차라리 백날 가출하는 애를 가출 못하게 하는게 더 쉬울 것이다.

그만큼 교직 문화가 개인의 고민을 함께 털어놓기 힘든 구조이고, 겉공감과 겉으로 하는 맞장구는 가능해도

진심이 통하는 대화로 서로 고민을 다루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괜시리 내 학급의 문제(?)를 꺼냈다가

‘애들을 잘 못 다루는, 애들에게 끌려가는 교사’라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그 문제를 꺼내도

답이 별로 안나온다. 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수준 말하면 다들 흥분한다. ‘자기는 수준이 얼마 높아서?’

라고 바로 반발이 들어온다.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반발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아이들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한 이해, 개별 아이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원격 연수 클릭 클릭 말고 얼마나 지적 탐구를 했는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고 다양한 공동체에 속해 활동하고

체감했는지, 가장 중요한 ‘대가’를 만나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에너지를 공급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긴 글 이제 정리하자. 서두에 언급한대로 해결책보다 관찰과 공감에 주목하라. 그러면 해결책찾기는 쉬워지거나

불필요해진다. 공감 자체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공감 이전에 상호간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는 개인과의 관계에도 있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가 안전하고 나의 문제를 털어놓고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아이의 문제를 다룰 때, 해결책보다는 원인을 찾고, 원인을 찾을 때 내가 아이의 문제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탐색하고 아이를 문제로 삼을 것이 아니라 교사의 행동 중 뭐가 문제인지 탐색이 필요하다.

이러한 탐색은 교사가 속한 집단의 협력과 다양한 인간군상과의 만남, 학교 이외의 공동체 활동 경험,

관련 분야의 대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으로 가능하고, 점차 정련되어 수준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교사 성장의 비결이고 자신이 성장하는 만큼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지름길이다.


[레벨:11]큰바위

2016.10.29 (05:19:42)

7년간의 인간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와 과정적 나눔에 감사합니다. 

공감, 공감, 공감. 정말 쉽지 않은 일을 체험으로 해내고 이 공간에서 쉽게 풀어주시니 그것도 감사합니다. 


문제아는 없습니다. 문제 부모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 부모는 문제 사회가 길러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문제부모에 의해 문제아도 있고, 

그 사회는 수렁으로 수렁으로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듭니다. 


그 늪에서 애쓰시는 상우샘의 이야기를 늘 눈여겨 봅니다. 

한국에서 평화 운동을 하는 큰 축에 조그만 기여라면 기여를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합니다. 


"나는 그 과정을 7년째 함께 하는 부모교육 소모임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

이 것이 답이라고 봅니다. 

함께 고민하고 이미 있는 답을 역으로 추적해서 급기야 문제를 해결하는 게 소모임이죠. 


닥치고 화이팅입니다. 


참고로 최근에 평화형성서클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내년 초 쯤에는 교사들을 위한 좋은 매뉴얼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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