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
 모든 존재는 일방향적으로만 움직이려 하는 절대적인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관성의 법칙처럼 어느 한 방향으로만 편중되게 진행하려는 성질이 있는 것이다.

자연이든, 정치든, 역사든, 경제든, 인간이든 예외가 없다. 반드시 이 법칙에 지배된다. 이 하나의 법칙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세상의 많은 비밀을 꿰뚫어 알게 될 것이다.


###


지구에 빙하가 온 이유는? 빙하가 왔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첫 눈이 내리고 그 눈이 여름까지 녹지 않으면 내린 눈이 햇볕을 반사하게 되므로 지구가 냉각된다. 다음 해에는 더 많은 눈이 내린다. 그 다음 해에는 더욱 많은 눈이 내린다.


한때 지구가 빙하로 덮혔던 이유가 추운 겨울 때문이냐 아니면 서늘한 여름 때문이냐는 논의가 있었다. 정답은 서늘한 여름 때문이었다.


환경은 변한다. 변화는 그야말로 변화무상하게 일어난다. 왼쪽과 오른쪽이 있다면 어느 쪽으로 변할 지는 알 수 없다. 변화는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즉 지구는 더워질 수도 있고 추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첫 방아쇠가 격발되면 그 이후로 한 없이 미끄러져 들어간다. 누구도 그것을 멈출 수 없다. 더워질 수도 있고 추워질 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더워져도 추워지고 추워져도 추워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천칭저울이 50 대 50으로 평형을 이루지만, 약간 어긋나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더욱 더 기울어진다. 그것은 마치 늪에 빨려들어 가는 것과 같다. 그 늪에서 빠져나오려 할수록 욓려 더욱 깊게 빨려들어 간다.


최초에 온 어떤 변화가 환경을 바꾸어 놓고 그 바뀐 환경이 더욱 가속적으로 작용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게 된다. 이 법칙 때문에 세상 모든 것은 특정한 하나의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


무엇보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변화는 ‘단순화’를 통한 ‘안정화’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무엇인가? 왼쪽과 오른쪽이 있다면 변화는 왼쪽이나 혹은 오른쪽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양쪽을 동시에 통일하고 있는 토대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계는 붕괴된다.

오해가 일어나는 이유는 밸런스의 원리 때문이다. 밸런스는 창조적 영역에 한정하여 존재한다. 자연계에서 작은 밸런스들은 더 큰 밸런스들에게 흡수된다. 자연에서는 항상 극한의 법칙이 적용되어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온도는 한없이 올라가거나 한없이 내려가거나다. 한없이 많이지거나 한없이 적어지거나다. 자연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것이다.


반면 우리가 보고 있는 자연에는 항상 브레이크가 존재한다. 밸런스가 존재하고 미학이 존재한다. 단순화 되지 않고 불안정한 채 평형을 유지한다. 에너지 순환이 일어난다. 아름다움이 있다.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내부에 여러 개의 방아쇠와 브레이크가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 정교한 진화가 불가능하다. 대신 낮은 단계의 진화는 가능하다. 이 법칙은 물질과 생태계 양쪽에 적용된다.

둘째는 내부에 방아쇠와 브레이크가 없는 경우이다.

이 경우 극한의 법칙이 적용되어 무한전개가 일어난다. 이는 환경과의 충돌을 일으켜 대멸종과 대파멸을 낳는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매우 빠르게 적용된다. 이 경우 높은 수준의 진화가 가능하지만 방아쇠와 브레이크는 반드시 외부에서의 개입 형태로 주어져야 한다.

첫 번째 가설이 적용된다면 원초적인 다양성이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진화가 일어나지만 이는 낮은 단계에서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상호작용은 상승효과와 같은 비례로 상쇄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우주는 첫 번째 가설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 원초적인 다양성이 없다. 모든 물질은 수소와 수소보다 약간 무거운 물질 하나로 되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생명체는 물 하나에 의존하여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생태계는 태양광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출발점에서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질은 106개의 원소가 아니라 빛과 열과 파동과 전자기와 만유인력의 구성소를 가지는데 이는 너무나 다양성이 빈곤한 것이다.

즉 106개의 원소들이 각각의 다양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하나의 수소(그것은 핵과 전자의 단순구조로 이루어진다)와 그 사촌들(산소와 탄소등이 있으나 큰 차이 없다. 그 다양성은 단 하나의 단백질 분자구조가 가지는 다양성의 크기 보다도 훨씬 작다.)로 이루어지며 존재의 다양성은 각 원소가 낳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빛, 열, 전자기, 파동, 만유인력이 만드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존재는 출발점에서 너무 작은 밑천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연에 의존할 경우의 수는 너무나 적고 선택의 폭은 지극히 좁다. 고로 존재는 우연이 아닌 필연에 의존하고 있다.

존재는 두 번째 가설이 적용되고 있다. 브레이크는 외부에 있다. 이 경우 계 안에서는 무한전개가 일어난다. 실제로 생태계에서 대멸종과 대진화가 번갈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두 번째 가설이 옳음을 입증하고 있다.

예컨대 빙하는 여러번 왔지만 한번 오면 브레이크가 없다. 빙하가 오는 이유는 어떤 이유로 서늘한 여름이 찾아와서 겨울에 온 눈이 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눈이 햇볕을 반사시키고 그러한 햇볕의 반사가 더욱 더 서늘한 여름을 만들고 이 패턴은 가속화 된다.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빙하는 계속 확장될 뿐 그 어떤 힘으로도 멈출 수 없다. 그 확장속도는 계속 빨라진다. 급기야 빙하는 지구의 90프로를 덮어버린다. 빙하는 빙하가 만드는 것이다. 이때 브레이크를 걸어서 빙하를 중단시키는 방법은?

지구축의 이동 밖에 없다. 어떤 이유로 태양과 지구의 관계가 변한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변하여서 구대륙의 중심이 적도 부근으로 상당히 이동함에 따라 빙하가 녹은 것이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 기원하는 이유도 그렇다. 빙하 때문에 아프리카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현생인류는 수십만년 동안 1000개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안전지대에 고립되어 겨우 생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류의 숫자가 1000개체 수준으로 줄었다는 사실은 거의 멸종단계에 이러렀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수십만년 지속되었다.

이러한 대멸종은 생명의 역사에 매우 많았는데 첫 번째 대멸종은 산소에 의해 일어났다. 산소는 가장 강력한 독이므로 모든 생명체를 죽인다. 그 산소를 만드는 것은 생명체다.

생명체가 산소를 만들고 산소가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다.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이 악순환은 반복된다. 처음 지구에는 산소가 많지 않았는데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지구를 산소로 오염시켰다.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되었다.

산에 저항력을 가진 호기성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의 체내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

이런 식으로 대멸종과 대진화는 수억년 동안 반복되었다. 생명은 반드시 지구 환경을 오염시켜서 생태계를 완벽하게 파괴한다. 생태계의 자동복원은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볼 때 생태계의 적절한 균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극한의 법칙에 따라 무한 누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바다 밑바닥에 플랑크톤의 고형 유기물은 무한히 축적된다. 옛날에 식물들은 지금처럼 잘 부식되지 않은 때가 있었다. 탄광의 석탄층은 오랜 동안의 유기물이 부식되지 않고 계속 축적되어 일어난 것이다.

지금도 인도네시아의 정글에는 지표에 두꺼운 토탄층이 존재한다. 우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이들은 무한히 불타게 된다. 무한정 연기를 내뿜어서 지구를 무한정 오염시킨다. 지축의 이동과 대륙의 이동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일부가 무한히 불탄 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항상 그러하듯이 외부에서의 적절한 개입이다. 첫 번째 개입은 태양에 의해 일어났다. 태양빛이 지구에 내려쪼인다는 그 자체로 강력한 개입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개입은 자기폭풍이다. 지금처럼 강력한 대기가 지구를 보호하고 있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고 생명체는 자기폭풍에 노출되어 거의 사멸하게 된다. 대부분의 유전자 변형은 태양의 대폭발에 의한 자기폭풍에의 노출 때문에 일어난다.

지금도 오존층이 없어서 자기폭풍에 무방비인 지역이 있지만 다행히 지구축이 수직에 가까운 23.5를 이룬 이유로 이러한 위험지역은 대개 극지에 있어서 지구는 비교적 안전한 것이다. 그러나 지축이 항상 이 각도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세 번째 개입은 소행성의 충돌이다. 지구상의 물은 대부분 외부에서 온 것이다. 원래 지구는 물을 조금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컨대 화성에는 물이 거의 없다. 달에도 물이 없다. 물은 소행성이 운반해온 것이다.

문제는 이 물을 어떻게 붙잡느냐 하는 것이다. 지구 중심의 풍부한 철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물과 대기를 붙잡은 것이다. 초기 지구는 매우 뜨거웠기 때문에 물이 전부 증발하고 있다. 즉 지구의 바닷물 전체가 공중에 수만키로 높이로 떠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지구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고 그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목성과 토성은 두터운 개스층에 의해 실제 크기 보다 부풀어 있다. 그 시점에 강력한 자기장이 없다면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부풀어 있기 때문에 물은 전부 지구 밖으로 도망쳐 버린다. 실제로 화성에도 따끈했던 초기에는 더 많은 물과 공기가 있었는데 물과 공기를 전부 잃어먹은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반드시 외부에서 개입해야만 문제가 해결되며 외부에서 개입하지 않으면 극한의 법칙에 의한 무한가속이 일어나서 문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도를 잘 살펴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안전지대의 존재다. 구대륙은 호주를 제외하고 전부 연결되어 있으므로 빙하가 오면 거의 지구 전체가 꽁꽁 얼어버린다. 대륙에 눈이 쌓여서 대륙은 충분히 무거워진다.

바닷물이 눈의 형태로 대륙에 계속 쌓이는 것이다. 그 높이는 수천미터를 넘는다. 이 때문에 바닷물의 수위가 상당히 내려가서 서해바다가 육지로 변한다. 이로 하여 약간의 완충지대가 생겨난다. 즉 구대륙 밑에 약간의 생명이 살 수 있는 땅이 약간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그 작은 틈새에 생명은 보존되었다. 이건 경이로운 일이다.

진화과정에는 몇 가지 단계의 넘기 어려운 강력한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엔진과 역시 강력한 브레이크가 동시에 그리고 교대로 출현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둘은 모순된다. 엔진과 브레이크는 공존할 수 없다.

다양성이라는 방해자가 없는 가설 2의 환경에서 유전자의 고밀도 설계가 생태계에서 그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우주와 생태계는 비유하면 나무와 벽돌 철강 유리 시멘트 등 다양한 자재를 사용한 건축이 아니라 오직 나무 하나만을 사용하되 대신 고밀도 설계를 한 것이다.

실제로 인간의 건축은 그 골격에서는 시멘트면 시멘트, 흙이면 흙, 나무면 나무, 벽돌이면 벽돌로 한 가지 자재만을 비중있게 사용하고 있다. 다른 자재는 마감재로나 이용될 뿐이다.

이는 복합소재를 사용할 경우 고밀도 설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개미가 흙과 나무와 풀과 돌을 동시에 사용하여 개미집을 건축한다면 개미집은 금방 무너지고 만다.

이는 도로에 신호등이 적고 사거리가 없을수록 고속화 되는 것과 같다. 사거리와 신호등의 존재는 자동차의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러한 속도저하는 진화의 장벽을 넘기에는 방해요소가 된다.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강력한 엔진을 걸어 고속화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거리와 신호등은 제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생명의 건축은 마땅히 단일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생명은 아미노산이라는 하나의 소재로만 건축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의 단순성은 무한가속을 낳아 무한질주를 한 결과 대파멸을 낳는다. 생태계 역사에는 무수한 대파멸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 지구에도 그러한 무한가속이 진행된다면 바이러스와 바퀴벌레 외에 모든 종은 사멸한다. 그러한 대파멸이 있을 때 마다 외부에서 브레이크의 개입에 의해 환경을 정돈하고 새로운 대진화의 빅뱅이 시작되곤 했다.


정리..


1) 가설 1과 가설 2가 있을 수 있다.

2) 가설 1은 원초적인 다양성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낮은 수준의 진화가 가능하지만 상쇄효과로 곧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는 많은 진화의 방아쇠가 동시에 당겨지지만 같은 비례로 잦은 진화의 브레이크가 걸리는 형태이다.

3) 우리 우주는 빛, 열, 전자기, 파동, 중력의 기본적인 구성소만을 가진다. 원초적인 다양성은 주어지지 않았다. 가설 2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4) 가설 2는 단 하나의 방아쇠가 있을 뿐이며 내부에 브레이크가 없다. 이 경우 극한의 법칙이 적용되므로 무한전개가 일어난다. 무한전개는 반드시 환경과 충돌하므로 대멸종을 낳는다. 지구는 곧 황폐해진다. 바이러스나 바퀴벌레 정도만 살아남고 고등동물은 생존이 불가능하다.

5) 생태계의 역사를 추적해 보면 대멸종과 대진화가 번갈아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방아쇠와 브레이크가 반복적으로 주어졌으며 그러한 작동은 항상 외부에서의 개입 형태로만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결론.. 지구 생태계에서 진화의 격발과 브레이크가 외부에서의 개입 형태로 일어났듯이 우리 우주의 물질 존재 역시 최초의 빅뱅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전개과정은 외부에서의 지능적인 개입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 흑인과 백인의 피부색 차이 김동렬 2009-01-02 12038
16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김동렬 2009-01-02 19450
15 다윈의 진화론 김동렬 2009-01-02 11109
14 개체는 진화할수록 복잡해진다? 김동렬 2009-01-02 6956
13 구조론의 예견 김동렬 2008-12-30 7132
12 뇌의 크기와 진화 김동렬 2008-12-30 8993
11 진화론과 구조론 김동렬 2008-12-30 7224
10 진화론과 구조 김동렬 2008-12-30 6300
9 구조론으로 본 진화원리 김동렬 2008-12-30 6072
8 진화 구조론 김동렬 2008-12-30 5893
7 진화의 완성 김동렬 2008-12-30 7211
6 94년 글 정리1 (구조 진화론) 김동렬 2008-12-30 5602
5 94년 글 정리 (구조 진화론) 김동렬 2008-12-30 6248
4 94~99년 사이의 글 (구조진화론) 김동렬 2008-12-30 6384
3 구조 진화론 (정리중) 김동렬 2008-12-30 7164
2 태초에 있었던 일. 김동렬 2008-12-30 7526
» 극한의 법칙에 따른 브레이크와 방아쇠의 문제 - 진화론 김동렬 2008-12-30 7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