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보에 드리는 고언 - 정몽준과 꼭 붙어 다니기를!
[31년 만에 돌아온 양자대결]
아름다운 장면은 31년 전에도 있었다. 71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이철승과 연대한 김대중이 승리하였고 김영삼은 결과에 승복했다. 단상에 나란히 서서 만세를 부르는 그 순간은 빛났다. 그러나 뒤끝이 좋지 못했다.
김대중후보가 호남선을 타면 김영삼은 영남지역을 도는 식이었다. 김대중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화려한 유세를 벌였고 김영삼은 영남의 산간벽지를 누비며 고생했다. 결과적으로 김영삼의 김대중지원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김영삼이 최선을 다해 김대중을 돕지 않았을까? 아니다. 승자인 김대중이 패자인 김영삼을 포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이나라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없어졌다.
김영삼은 김대중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산골지역을 중심으로 유세일정을 배정했다고 오해했다. 비극은 이렇게 잉태되었다. 그 한이 30년 가고 있다.
노후보에게 고언하고 싶다. 노무현은 부산을 돌고 정몽준은 울산으로 뛰는 식이어서 안된다. 지역을 나누어서 하나씩 분담하는 식으로 안된다. 절대적으로 노무현과 정몽준은 함께 다녀야 한다. 24시간 찰떡같이 붙어있어야 한다.
양김씨의 분열책임이 김대중에게도 있다면 71년 김영삼을 섭섭하게 한 것이 크다. 그 후 양김씨가 절대로 단일화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단일화는 김대중의 양보를 의미한다. 왜? 김영삼은 71년의 경험으로 양보하면 김대중이 자신을 죽인다고 믿었다. 반면 김대중은 김영삼이 71년의 복수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이야기가 두 후보 진영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두 김씨 본인보다 측근들이 더 광분하여 날뛰었다. 단일화는 원래부터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던 것이다.
노.정 콤비는 양김씨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역을 갈라 따로 유세해서는 안된다. 단일화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항상 붙어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김영명여사도 권양숙여사와 함께 손잡고 다녔으면 좋겠다.
[노무현시대 - 이제는 새정치다]
한 판 싸움을 앞두고 판이 짜여졌다. 이회창은 구태의연한 보혁구도를 들고 나오고 있고 노무현은 새정치를 들고 나왔다.
[새 정치] - 지역등권, 대미자존, 국민동반, 결과승복, 정통성계승
[낡은정치] - 지역주의, 대미굽신, 밀실야합, 결과불복, 이합집산
진보는 분열해서 망하고 보수는 부패해서 망한다. 민주당은 부패해 있고 진보세력은 분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은 한나라당이 이겨놓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이길 수가 없다. 왜? 이미 이겼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도 못먹나?"
서민스럽긴 하지만 이 표현이 적절하다. 왜 한나라당은 떠먹여줘도 삼키지를 못하는 것일까? 자기네 힘으로 이기려들지 않고 민주당이 떠먹여주는 승리를 가만히 앉아서 받아먹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면면들을 보자. 막강 조중동이 있다. 재벌이 후원하고 있다. 국회의원 150명이 있다. 관료들이 줄 서고 있다. 엄청나다. 이래도 이길 수 없다. 왜? 국민을 못 믿기 때문이다. 기회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1년쯤 전에 한나라당의 무슨 연구팀에서 상당히 개혁적인 색채의 집권 이후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그 내용 중에는 핀랜드, 노르웨이 등 서구형복지정책을 받아들인다는 부분도 있었다. 정책위의장 김만제에 의해 슬그머니 폐기되었다. 마침 김만제가 민주당의 의약분업 등 복지정책 실정을 공격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회창 본인도 최근 부쩍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개혁과 수구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한나라당이 잘 안나가면 당내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진보적인 공약을 발굴하고, 지지율이 조금 올라가면 다시 폐기처분 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84년 코리언시리즈에서 삼성 김영덕감독이 약한 상대로 롯데를 골랐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기억하라! 노무현이 최동원이었다는 사실을 한나라당은 여태 모르고 있나?
현 정세는 한나라당에 절호의 기회를 주고 있다. 자력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한다. 공약을 발굴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낡은 후보를 새후보로 바꾸기만 해도 한나라당의 승리를 의심할 사람은 없다.
"한나라당은 그 간단한 일도 못해내는가?"
그렇다. 한나라당은 절대로 해낼 수 없다. 이회창을 서청원으로 바꾸기만 해도 승리는 100프로인데 그 간단한 일을 그들은 절대로 해낼 수 없다. 왜?
'언제라도 기득권이 먹는다'는 수구의 이데올로기를 절대로 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에 대해서 기득권을 주장할 뿐 아니라, 당 내에서도 기득권우선주의를 고집하는 것이다. 그 껍질을 깨지 못하는 한 그들의 집권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이것이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