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의 경우 주위에서 흔히 관찰되는 자연현상이나 기기장치의 작동원리와는 다른 운동의 특성이 발견되곤 한다. 유체역학 분야는 ‘극한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닫힌계가 아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전체가 하나의 단일한 계를 이루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자동차의 구조를 관찰해 보자. 엔진과 기어장치와 현가장치가 독립된 계를 이룬 채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유압장치라면 다르다. 상당히 먼 거리까지 하나의 계로 연결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있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하나의 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닫힌 계가 아니다. 닫힌 계의 효과를 내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다. 역으로 유체의 이러한 특성(충분한 시간의 경과)을 이용하여 유체를 관찰하는 방법으로 닫힌계의 원리를 알아낼 수도 있다. 닫힌계에서 순간적으로 성립하는 이유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상이 유체(닫힌계의 효과를 내지만 실제로는 열린계)에서는 매우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관찰할 시간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열역학 제 1법칙이나 제 2법칙을 검증할 때 유체역학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극한의 법칙은 유체역학에서 가장 쉽게 응용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체의 운동은 흔히 열린계인데도 닫힌계처럼 착각된다. 즉 하나의 계가 아닌, 여러 운동이 하나의 운동처럼 나타나는 것이다. 유체의 소용돌이나 난류의 흐름이 그러하다. 이 경우 구조론의 원칙에 어긋나는 현상이 관찰된다. 문제는 그것이 하나의 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하나의 계 안에서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단계들이 있으며 이 중 하나의 운동특성만 관찰된다. 즉 예의 다섯이 순서를 지키며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예컨대 기기장치에서는 반드시 힘을 전달하는 접점이 있으며 그 접점은 관문과도 같아서 단 하나의 점, 선, 면, 입체, 공간만 통과할 수 있다. 즉 거기서 힘의 전달이 일어나는 접점에서 하나의 점과 선과 면과 입체와 공간을 정확히 포착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 단계마다 그 하나의 점과 선과 면과 입체와 공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유도, 대응, 의속, 인과, 표상할 수 있다. 즉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체의 경우 닫힌 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린계여서 여러 개의 일이 동시에 무질서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특정한 접점에서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을 분리해내기 어렵다. 수도꼭지의 물을 틀었을 때 그 물줄기가 낙하하면서 형성하는 무늬와 형태가 있다. 물은 꼭지에서 가속도를 받아 유속이 빨라지는 정도에 비례하여 점점 가늘어지다가 일정한 거리를 지나면 나선형으로 회전을 시작한다. 이때 물줄기는 가속도에 따른 유속의 증가에 의해 물줄기의 굵기가 양쪽 가장자리에서 중심을 향하여 점점 좁아지다가 일정한 꼭지점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 충돌지점을 살짝 건드려주면 더 빨리 회전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자연상태라면 처음엔 충돌하여 물줄기가 사방으로 튀다가 바람이나 외부의 미세한 자극에 의해 나선형의 회전이 촉발된다. 회전이 시작되면서 나선의 형태과 위치가 다양한 변주를 이끌어 낸다.) 이때 회전에 따른 운동거리의 증가분이 낙하속도를 잡아먹게 되므로 상당히 복잡한 무늬와 형태를 이루게 된다. 이른바 카오스이론에서 말하는 프랙탈효과이다. 문제는 그 무늬의 형태를 결정하는 조건들이 매우 많다는 점이다. 물의 세기와 수도꼭지의 크기와 꼭지에서 지면까지의 거리와 물의 점도와 지구의 중력이 각각 영향을 미친다. 즉 우리가 그 형태를 변화시키려 하면 수압을 조절하는 방법, 수도꼭지의 크기를 조절하는 방법, 꼭지에서 지면까지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 물의 점성을 조절하는 방법, 지구의 중력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무려 다섯가지나 방법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섯가지는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물이 흐르는 수도꼭지 끝부터 아래로 30센티의 거리에 손을 가져다 대면 물의 회전형태가 변한다. 이때 손을 서서히 위로 상승시켜 가면 물의 회전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의 기기장치라면 입력, 저장, 제어, 연산, 출력의 각 단계마다 각각 하나의 조절법이 있다. 입력은 공간을, 저장은 입체를, 제어는 면을, 연산은 선을, 출력은 점을 담당한다. 그러나 유체의 경우 열린계여서 수압, 물줄기의 굵기, 낙하거리, 점성, 중력의 다섯가지 조절법이 하나의 지점에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닫힌계로 착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다 비선형운동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모든 운동은 직선운동이다. 비선형운동은 없다. 이는 열린계에 해당한다.) 산악지역의 출렁다리가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데서도 이런 점이 관찰될 수 있다. 또 전구의 밝기가 전압, 전하량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통제되는 것과 같다. 건전지를 이용한 꼬마전구를 이용하여 밝기를 조절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1) 전압을 올린다. 2) 전구의 와트수를 올린다. 3) 전구의 숫자를 늘린다. 4) 건전지 수를 늘린다. 5) 병렬에서 직렬로 연결방법을 바꾼다. 여기서 전구의 밝기는 하나의 방법이 아닌 여러가지 방법으로 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기장치의 경우 우리는 이들 여러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자연에서 관찰되는 난류의 흐름이나 유체의 운동, 소용돌이 따위는 이 다섯가지 방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 경우 전압은 올렸는데 전구의 숫자는 줄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제어방법이 서로 충돌하여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얻는 수가 많다. 우리는 이를 카오스라 부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체와 난류의 운동도 구조론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단 이를 인간이 통제하려면 우선 열린계를 닫힌계로 바꾸어야 한다. 그것은 건전지에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극을 부여하고 양쪽을 하나의 전선으로 연결하여 전압과 전하량으로 통제하는 것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