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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2532 vote 0 2016.09.12 (18: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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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영화밀정

꼭 봐야 겠다고 생각했던건 아니었는데, 일요일은 걍 쉬고 싶어서...ㅎ~~
팟캐스트 이이제이에서 독립투사 김시현과 황옥에 대해서 특집방송을 했나보다. 그런 이유로 예매해놓고 가자하니 쫄래쫄래 따라가서 봤다.

영화는 눈물에서 벗어나 있었다. 상당히 객관적 시선으로 처리되어 있고, 각 인물들의 심리묘사에는 비중을 두지 않았다. 건조한 시선이다. 이스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같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눈물을 거두는대신 곳곳에 웃음 포인트들을 두었다. 그 시대에서 인간적인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인간에게 매력을 느낄때가 아닐까...싶기도 하였다.

이경부가 김우진에게 느끼는 인간적인 매력을 빼놓고 영화 [밀정]을 말할수는 없는거 같다. '사람에게 반한다' 라는 것에 대해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졌다. 독립과 이념에도 인간이 그 중심에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지 않는다면 어찌 그 신의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자기를 끝까지 신뢰하는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인 것일까? 김우진을 보고 있는 이경부의 표정에는 지켜주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난감함이 교차됨을 느낀다. 인물의 갈등 심리묘사는 이경부에게서만 약간씩 드러나고 있다.

계속 한 지점을 보고 가는 이들에겐 흔들림이란 없다. 그러나 그 흔들림없는 주변부는 늘상 흔들리며 오고가는 이들이 있다. 그 흔들림을 붙잡아서 내편으로 삼는다. 그러니까 사람을 붙잡는게 아니라 그 흔들리는 심리를 붙잡아 놓는 것이다. 그 붙잡은 심리에 무게를 얹어 놓는다. 얽혀 버렸다 이미. 그 얽힘이 임무를 부여한다. 얽힘을 풀어내는게 완수해야할 미션이다. 그 미션을 부여 받으면 인간은 자기 길을 가게 된다. 영화 [밀정]의 미학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비정하게 각자 자기 길을 가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그런데 그 길이 또 한 길이다.

폭탄이 터지는 풍경은 경쾌한 왈츠풍의 음악이 흘러 지휘를 하고 싶어진다. 이쯤에서 영화 V FOR VENDETTA(브이 포 벤데타)가 떠올라주면 뭔가 아귀가 맞는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 [밀정]은 신파극이 아니며 결코 왜소하게 축소된 영화도 아니다. 거기에는 활기가 있다. 음악과 무대가 기존의 세트 같은 느낌을 조금은 벗어나 있다. 좀더 리얼리티적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인물들의 의상 역시 격이 있다.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의 격을 높였다고 여긴다.

또한 이러한 설정이 가능한 이유가 <김시현>이라는 실제적 인물의 전지적 활약상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독립투사들은 붙잡히면 옥사를 하거나 변절하거나 였다. 그러나 김시현의사는 붙잡히고 출소하고 또 독립운동하다 붙잡히고 출소하고 또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하고...불사조처럼 살아났다. 영화와 실제인물 기록을 찾아보면서 아~~이 사람은 바람과 같은 사람이구나. 참으로 기이하면서도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고 여겨졌다.

이경부 역의 실제인물 <황옥>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의열단으로서의 밀정인지, 아닌지에 대하서...그러나 그 손자중의 한 사람은 서울대 옥상에서 유인물을 뿌리며 투신했다고 한다. 이런걸 보면 핏줄은 독립투사의 핏줄이 분명한데..., 현실에서 다른 경우들을보면 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으로 <황옥>에 대해서는 판단이 애매하나, 독립투사들을 도왔던 것은 분명한듯 하다고 한다.

영화에서 김우진은 아~~~저런 맑음과 결단과 눈빛이라면, 과히 독립을 쟁취하겠구나 싶었다. 공유는 참으로 김우진 역을 잘 소화해낸거 같았다. 공유김우진은 송강호이경부에게 당연한듯 요구하고 떼도 쓰고 과한걸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한다. 당연하게 기댄다. 동생이 형에게 하듯이..., 형은 그런 동생의 청을 다 받아준다. 여기에서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같은 것이 아니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연대의 감정..., 그 연대감이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결기와 심지를 또 느끼게 한다.

고문 장면은 차마 보기가 어렵더라. 재판 받는 장면들이 멀리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듯 하게 여겨졌다. 인간들은 그동안 뭔짓을 하며 살아 왔는가...? 서로 감시하고 죽이고 죽고 근엄하게 앉아서 죄없는 자들을 재판하고..., 왜 저짓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판을 받는 장면이 너무 낯설게 여겨졌다. 무슨 연극 같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연극같은 풍경들은 잔인하고도 서러운 역사였다. 삐에로들의 불장난에 인간은 그 맑은 눈빛들로 초개처럼 죽어 갔다.

김시현의사는 아직 서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 에 연루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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