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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540 vote 0 2010.01.26 (23:59:28)

구조사전 개념


초등학교 3학년 사전찾기 숙제다. ‘젖’을 찾아보니 ‘유방’이라고 씌어져 있다. ‘유방’을 찾아보니 ‘젖’이라고 씌어져 있다. 뭔가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느낌이다. 이건 아니다 싶다. 납득할 수 없다.


국어사전에 합리적인 기술체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전은 똑 이렇게 쓰렸다’ 하는 공식이 존재해야 한다. 내 인생의 꿈이 결정된 거다. 어른이 되면 내 손으로 국어사전을 다시 만들자!  


4학년 자연수업이다. 자석에 쇠붙이를 붙이는 실험을 하고 결과를 발표하란다. 돌아가며 한사람씩 묻는다. 내 차례다. ‘자석과 쇠붙이 사이에 어떤 일정한 힘의 방향이 있는..’ 손바닥에 매가 떨어진다.


다들 손바닥을 맞았다. 별수없이 선생님이 직접 정답을 발표한다. 실험결과는 ‘자석이 쇠붙이를 잡아당긴다’였다. 납득할 수 없다. 자석이 쇠를 당기는 실험의 결과가 ‘자석이 쇠를 당긴다’라고?


같은 말의 반복이 아닌가? 이건 아니다 싶다. 나의 미완성 답이 오히려 정답에 가깝지 싶다. 내가 옳고 선생님이 틀렸다는 확신. 거역의 두려움. 수년 동안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학도서 읽기가 권장된다. 뉴튼의 만유인력 편을 읽는다.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히 무겁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만유인력 때문이라고? 그 순간에 느낌이 왔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국어사전의 의문, 자석실험의 의문이 그 순간에 모두 풀렸다. ‘무겁다’는 형용사다. 만유인력은 명사다. 그 차이다. ‘자석이 쇠를 당긴다’면 자석과 쇠 사이에 명사가 하나 숨어 있는 거다.


찾아내야 할 숨은 질서 말이다. ‘이게 이렇게 되면 저건 저렇게 된다’는 조건이다. 내부에 방정식과 같은 공식이 하나 숨어 있다. 거기에 어떤 것을 대입시키든 같은 결과가 나와주어야 한다.


동사나 형용사는 그렇게 연산해서 나온 결과다. 묻는 것은 원인이다. 동어반복을 피하려면 결과가 아닌 원인을 제시해야 한다. 차가 퍼졌다. 왜? 고장났기 때문이다. 배가 아프다. 왜? 배탈났기 때문이다.


시합에 졌다? 왜? 패배했기 때문이다. 동어반복이다. 사전찾기, 자석실험, 만유인력의 어색한 느낌은 어떤 제시된 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물었는데, 도로 결과를 답으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일어난 사실은 어떤 결정에 따라 일어난 것이다. 그것을 결정하는 조건을 설명해야 한다. 아프다. 왜? 맞았기 때문에 아픈게 아니라 때렸기 때문에 맞아서 아프다. 맞았으면 당연히 아프니까 연속된다.


연속되면 원인 아니다. 때린다면 아프게 때릴 수도 있고 살짝 때릴 수도 있다. 아프거나 아프지 않거나를 때리는 쪽이 결정할 수 있다. 맞은 쪽의 아픈 정도를 결정할 권력이 때린 원인측에 있다.


어떤 일의 원인이 되려면 강약, 고저, 장단, 좌우, 상하, 원근, 대소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사전이라면 젖이든 유방이든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권력의 질서를 제시해야 한다.


자석실험이면 자석 안에서 쇠를 당길까말까를 결정하는 숨은 권력의 존재를 제시해야 한다. 만유인력이라면 역시 만유를 잡아당길까말까를 결정하는 권력으로서의 밸런스 원리를 제시해야 한다.


교통사고다. 왜? 사고를 피할 수 있는데 운전자의 오판이나 보행자의 실수로 잘못된 결정이 내려져서 사고가 났다고 말해야 원인이 된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피할 수 없다면 원인이 설명 안 된 거다.


흰 새가 있다. ‘왜 희지?’ ‘그야 흰새니까요.’ 검은 새가 있다. ‘왜 검지?’ ‘그야 까마귀니까요.’ 이건 초등학생 말장난이지 원하는 답이 아니다. 희거나 검거나를 결정하는 조건을 설명해야 한다.


갈매기 새끼는 갈색이지만 짝짓기를 위한 성선택으로 자라면 흰색이 된다. 죽은 고기를 먹는 까마귀는 경쟁자인 독수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무리지어 검은 덩어리를 이루어 독수리를 난감하게 한다.


갈매기는 성선택에 의하여 흰색을 결정하였고 까마귀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검은색을 결정한 것이다. 권력을 행사한거다. 그게 이유가 된다. 우리는 흔히 ‘왜?’라고 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잘모른다.


이유, 까닭, 원인은 그것과 그것 아닌 것 사이에서 특별히 그것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결정자는 그것 아닌 것을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하며 특정 조건에서 바로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질서다.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질서다. 내부에 축과 대칭을 갖추고 외력의 작용에 대응하여 어떤 결정을 내리는 질서체계를 명사로 제시해야 답이 된다. ‘아 그렇구나’ 하고 이해한다.  


중학생이 되었다. 생물시간이다. 린네의 생물분류법을 배운다. ‘아하 이거다!’ 답을 찾았다. 린네는 생물을 분류했으니까 나는 무생물을 분류하자. 만물분류법을 만들어 국어사전의 기술체계로 삼자.


린네는 ‘종속과목강문계’ 7단으로 분류한다. 왜 7단이지? 필연의 법칙으로 기능하는 내부공식을 대지 못하면 불완전하다. 생물 역시 5단계의 구조론적 진화단계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을 분류한다. 연필에서 시작한다. 연필은 물건이다. 물건은 물체에서 나왔다. 물체는 물질에서 나왔고, 물질은 물성에서 나왔고, 물성은 물리에서 나왔다. 거기에 반복되는 패턴이 숨어 있더라.


물리≫물성≫물질≫물체≫물건◎상품≫학용품≫필기구≫HB연필. 앞의 다섯 단어에 물(物) 자가 반복적으로 붙는 점이 각별하다.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된다는 느낌이 있다. 여기에 공식이 숨어 있다.


고등학교에서 헤겔의 변증법을 배운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도 배운다. 인연법과 변증법이 통한다. 정(正)이 원인이면 합(合)은 결과다. 반(反)은 원인과 결과 사이에 숨어서 결정을 내리는 메커니즘이다.


정이 투수의 투구라면 합은 타자의 홈런이다. 그 사이에 숨은 반(反)이 타자의 타격이다. 정-반-합이 투구-타격-홈런으로 인과율을 완성시킨다. 인연법을 배우다 보니 연기법이라는 개념도 알게 된다.


인연+연기는 ‘인연기’가 된다. 정반합과 통한다. 인과 정이 원인이면 기와 합은 결과다.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숨은 메커니즘이 헤겔의 반이고 석가의 연기(緣起)다. 석가가 본 것을 헤겔도 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어 있더라. 인(원인)-연-기-과(결과)의 4단이다. 그리고 헤겔이 가로세로로 작대기를 쓱쓱 그어서 표현한 그것에도 뭔가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1+2=3’이면 1, +, 2, =, 3 다섯개의 포지션이 있다. 다섯인가? 어떻게 생각해보면 6단 같기도 하다. 혼란을 겪다가 5단으로 확정하는데 8년이 걸렸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구분으로 의문이 해소되었다.


헤겔의 정반합은 사실 거꾸로다. 자연을 관찰해보면 합에서 정을 거쳐 반으로 전개된다. 씨앗이라는 합(合)에서 잎이라는 정(正)과 뿌리라는 반(反)이 동시에 나온다. 잎과 뿌리는 항상 반대다.


그 반대도 있다. 낮이라는 정(正)과 밤이라는 반(反)을 거쳐 하루라는 합(合)으로 간다? 아니다. 지구와 태양의 관계라는 질서가 먼저 합을 이루었는데 그 다음에 지구가 자전하여 낮과 밤이 나왔다.


존재론과 인식론, 연역법과 귀납법을 구분함으로써 해소되었다. 물(物) 자체를 기준으로 보면 존재론이고,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인식론이다. 물(物) 자체로 보면 지구가 돌고 인간으로 보면 태양이 돈다.


아홉살 때 생각한 국어사전의 기술체계를 스물네살에 완성했다.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다. 많은 개념을 만들어 살을 채운다. 다시 20여년이 흐른 지금 구조사전을 만든다. 거대한 작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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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전을 기술할 것인가? 마땅히 족보를 따라야 한다. ‘너는 누구냐?’ 하고 물으면 아버지 이름을 대야 한다. ‘홍길동이라고? 홍판서네 둘째이구만.’ 모든 존재는 그냥 존재가 아니라 탄생된 존재다.


탄생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구조사전은 존재의 족보다. 존재의 족보는 에너지의 입출력을 따라가며 다섯 포지션을 가진다. 포지션들 사이에는 문제해결의 우선순위와 접근경로가 있다.


우선순위는 시간적 순서를 따르고, 접근경로는 공간적 방향을 따른다. 접근경로는 발생과정의 존재론적 절대경로와 짝짓기를 통한 인식론적 상대경로가 있다. 이로써 모두 설명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은 포지션 싸움이다. 좋은 포지션은 에너지 입구에 가까운 상위 포지션이다. 상부구조의 에너지 입구를 장악한 자가 승리한다. 그러나 우리가 풀어야 할 사건은 에너지 출구에서 일어난다.


정답은 봄에 뿌린 씨앗인데 사건은 가을에 얻은 수확에서 일어난다. 원인과 결과 사이의 거리가 멀다. 문제의 발단은 항상 가을이라는 에너지 출구이고 해결의 원인은 항상 봄이라는 에너지 입구다.


인간사의 모든 혼란은 여기서 일어난다. 에너지 입구를 가리키는 존재론과 에너지 출구를 바라보는 인식론의 근원적 모순 때문이다. 먼저 입구를 장악하고 다시 출구를 바라보는게 정답이다.


입구를 알되 출구를 보지 못하면 뜬구름 잡는 지식인이 된다. 문제의 원인은 잘 찾아내지만 정작 문제해결은 못한다. 반면 출구에 집착하되 입구를 모르면 이익만 탐하는 소인배가 된다.


문제해결을 잘하지만 그게 삽질이라 반드시 뒷탈이 난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만다. 양쪽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정상에서 전모를 보는 시선이다. 우리가 얻어야 할 깨달음의 세계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과정을 한 줄에 꿰어 하나의 논리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통짜덩어리 인식이다. 이상에서 현실까지, 진보에서 보수까지 통일하되 중간에 끼어있지 말고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


에너지의 흐름을 드러내어 교착을 타개할 수 있다. 만사는 에너지 입구와 출구 사이에 숨어 결정을 내리는 질서 찾기다. 에너지가 드러나면 입구와 출구가 분명해진다. 실마리를 잡고 실끝까지 풀어낸다.


구조론은 전략툴이다. 전략만 짠다고 될 일이 아니고 전략을 짜는 툴을 보급해야한다. 팀원들이 전략툴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전략은 저절로 나와준다. 툴의 공유가 없으면 반드시 시행착오에 빠진다.


전략의 요체는 포지션의 우위에 있다. 에너지 입구쪽의 상위 포지션을 차지하고 에너지 출구쪽의 하위포지션을 치는 것이다. 에너지의 입구를 장악하고 출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론이 제시하는 다섯 포지션은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 및 그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는 축과 대칭을 이루는 양 날개다. 다섯은 한 세트를 이룬다. 모듈을 이룬다. 사건을 결정한다. 존재를 이룩한다.


세상의 모든 단어와 개념에 에너지의 입구와 출구 및 축과 양날개가 숨어 있어서 개념의 족보가 된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의미가 따로 노는 허어(虛語)다. 이는 추상개념이라도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면 그 사랑의 입력과 출력이 있다. 입구쪽에 열정을 넣으면 출구쪽에 사랑이 툭 튀어나오는 그런거 있다. 숨은 질서가 있다. 상하, 좌우, 전후처럼 항상 함께 다니는 세트가 있고 모듈이 있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0.01.27 (00:20:12)

구조≫ 구조론≫ 구조사전≫ 구조문법≫ 구조어
존재 연역의 결을 따라, 구조사전 개념이 나왔으니, 구조사전 나와주고,
구조사전의 나왔으니, 구조문법이 나와주고,
구조문법 나와주면, 구조어 나와주고,
한글로 완성하여, 영어든, 중어든, 에스페란토어든, 인류어로 복제하면, 인류 툴로 쓰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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