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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당선시키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간단하다. 나는 나 보다 머리 좋은 사람을 지지한다. 나 보다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그 통박을 쉽게 헤아릴 수 있다. 노무현에 대해서는 내 수준으로 그 전모를 알 수 없다. 노무현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내 입으로 노무현을 설명해봤자이다. 노무현 본인의 말 속에 다 들어있다. 아래 글은 2년 전 한겨레21과의 인터뷰다. 노무현은 2년전에 이미 지금 상황을 다 내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글 내용 보다는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와 행간에 엿보이는 그 사람 내면의 철학을 봐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대담을 보고도 노무현에 대해 판단이 안 선다는 사람과는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인터뷰 속에 모두 들어 있다. 내가 왜 노무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지, 노무현이 왜 지식인이 먼저 경외감을 가지고 고개를 숙이는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압도적인 인간인지, 노무현이 무심코 던지는 말 속에 다 들어있다. 이해 못하는 사람이라도 정치가 특유의 가식적인 발언과는 뭔가가 다르다는 점이 저절로 느껴질 것이다.   

인터뷰 중에

 "노무현을 당선시키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는 정형근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형근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노무현은 제거대상이었다. 확인되고 있듯이 김근태는 방조하고 있고 정균환, 박상천은 작업에 들어갔다. 조중동은 말 할 것도 없다.

 


 <한겨레21>
박창식 기자-부산이 한나라당의 텃밭 지역인 만큼 선거운동을 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같다.
 =아직 여론조사 결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도 최근 들어 아주 좋아졌다.
 
-당선될 것으로 믿고 있나?
=확실하다.
 
 
-영남권의 민심이 여권 입장에서 볼 때 썩 좋지는 않은 듯한데.
 =영남권이 정권을 내놓은 뒤에 허탈감이 있고, 아이엠에프 뒤 생활의 어려움을 전부 호남 정권 탓이라고 생각들 한다. 정치인들이 그런 방향으로 지역 민심을 유도해갔으며 지역 정치인은 물론이고 이회창 총재까지 내려와서 유도한 측면이 있다. 그런 요인들이 영남 민심을 악화시켰다.
 
 -영남인들 사이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정서도 꽤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력을 내놓은 이후의 공허감은 있지만, 빼앗긴 권력을 되찾자고까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는 것같다. 그것보다는 호남 정권 때문에 부산이 어려워졌다. 그러니까 본때를 보이자는 식의 주장이 강하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87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지역주의가 1차적으로는 우리 지역 권력을 만들어보자, 우리도 정권 한번 잡자, 또는 우리 권력을 지키자는 등의 적극적 지역주의였다면, 그에 비해 지금의 영남지역주의는 그냥 기분 나쁘다, 호남을 물먹이자는 식이다. 따라서 표면화되는 형태가 상당히 거칠다. 우리 권력을 세우자는 목표가 있어서라기보다 무조건 남을 공격하고 물먹이자는 것이니까 거칠지만 실제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져있다. 구심력이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이 바로 나같은 사람이 파고들 여지가 되고 있다.
 
-과거의 영남지역주의에 비해서도 비합리적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현 정권이 지역화합 정책, 또는 동진 전략을 수없이 폈는데도 민심이 악화되었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흔히 태생적 한계라는 말을 쓰는데, 나와 이회창씨가 호남에 가서 똑같은 말을 해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진다. 내가 했다면 좀 듣기싫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반면에, 이회창씨가 가서 이야기하면 금방 반발할 명분부터 찾기 마련 아닌가. 김대중 대통령이 여러 가지 노력했지만 기본적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맞서 싸울 때부터 누적된 거부감과 불신이 영남권에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력해도 빛을 못본다. 일단 불신하고 보니까. 게다가 이곳은 한나라당판 아니냐. 그들이 부산경제 죽이기다라는 식의 비합리적 이야기만 난무하고, 그것을 해명하고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며 이 정권 들어 부산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한 것을 나서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민심이 한쪽으로 쏠려간 것이다. 내가 굳이 여기서 출마한 것도 합리적인 토론이 팽팽한 균형 속에서 진행될 때 민심도 합리적으로 정리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였다. 지역구도란 것이 그저 권력 차원의 병폐나 민주주의 시스템 차원의 문제 뿐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자체를 왜곡시키는 병폐가 있다. 부산에서 콩이라 하면 호남에선 팥이라 하고, 호남에서 콩이라 하면 부산에선 팥이라 한다. 와이에스 정권 때도 박철언씨를 구속시켰을 때 부산에서는 잘한다고 했고 대구에서는 '아니 이럴 수가' 하는 반응이 나왔지 않았나. 서상목씨 체포동의안 처리 때도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 단지 호남정권을 물먹였다는 점 때문에 부결처리를 탓하지 않는 정서적 배경이 있으니까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그런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인 불신 때문에 지역감정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라면 근본 처방은 무엇이 있겠나?
=제 논에 물대기식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분열과 지역대결의 시대가 2,3년 뒤에는 끝날 좋은 여건이 마련된다. 그동안 지역별로 나뉘어 싸웠는데 다음번 대선 구도는 대구 당이나 대구 후보가 없고, 부산 당이나 부산 후보도 없으며,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호남 후보가 나올 것같지 않다. 지역대결이 아닌 다른 대결로 갈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이회창씨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면 이회창씨는 그동안 지역감정을 악용하고 부추긴 사람이기 때문에 호남인들은 그를 배척할 것이다. 이회창씨가 당선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당선될 경우에는 역시 호남인들이 그를 배척할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영남 또는 비호남에서 호남의 단결을 비난하면서 반사작용이 나올 것이다. 지역감정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그러나 나나 김정길 전 의원(부산 영도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같은 사람이 차기에 민주당의 후보가 된다. 또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면 호남에서도 좀 섭섭하긴 하겠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영남에서도 영남 사람이 됐으니까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런 바탕에서 선거제도나 인사 공정성 확보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지역구도가 사라져가지 않겠나. 민주당에서 비호남 후보가 나오고 한나라당에서 이회창 후보가 나오면 민주당이 필승을 거둔다. 비호남에서도 민주당 지지표가 나오고 호남은 민주당을 지지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런 논리가 지역구도를 다소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분열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YS는 나라를 망쳤고 DJ는 나라를 구했다'는 이야기를 자꾸 하니까 부산 사람들이 자존심이 상했다며 DJ쪽에서 승자로서의 관용과 겸손함으로 보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일부 부산 사람들이 하는데.
 =일 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는 바담풍 하지만 너는 바담풍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김대중 대통령이 좀더 성인군자와 같은 통치를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합리적인 대결구도를 버리고 서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영남 정권때 잘못한 것은 싹 묻어버리고 호남 정권 너희들은 성인군자가 되라고 요구해서 되겠느냐. 게다가 이 문제도 일반 시민들이 이야기한다면 이해가 된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야 자기 흠은 감추고 상대방 흠은 들추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상대방에게는 요구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지 않나.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이회창 총재나 부산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일반 국민들보다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해서 민심을 자극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영남지역주의를 타고 민주국민당이 출현해 영남후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웃기는 이야기다. 영남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다시 나와서 정치 하는 것도 아니고 설득력없는 선거전략이다. 그러나 민국당의 출현은 한편으론 긍정적이다. 이리 가든 저리 가든 변화로 가는 한 단초이니까. 부산에서 민주당이 당선되는 게 중요하지만 민주당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부산만 본다면 민국당이라도 나와서 400만 도시 내부에 여와 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야 부산 민주주의가 있다.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고. 그런 면에선 나쁘게 볼일이 아니다. 앞으로 시대의 추세는 다당화로 갈 것이다. 물론 지금의 다당구조는 이념과 정책의 차별성 없이 지역적 불만구조를 엮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지만. 민국당의 출현도 결국은 이념과 정책의 차이에 바탕을 둔 다당구조로 가는 과정에서 나온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지역 내의 일방 지배구조를 종식시키는 것은 꼭 필요하다.
 
-민국당은 "야권 분열은 안된다"는 장벽에 부닥쳐 영남에서도 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 분열 때문에 현 정권에 이득을 준다는 논리를 이회창 총재가 강조하는데 그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과거 정권의 정통성이 없고 정권을 바꿀 민주적 절차가 봉쇄돼 있을 때 힘을 합쳐 불법하고 불의한 정권을 몰아내자고 할 때의 야권 단결론과, 오늘날 정통성이 다 있고 합법적인 정부가 존재하는 시대에는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해야 한다. 장점을 내세워 정책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전혀 무시하고 "호남정권 몰아내자. 그러니 비호남세력 단결하자"면서 야권분열론, 야권단합론을 주장한다. 이때의 야권단합론은 바로 비호남단합론 아니냐. 이회창 총재는 그 점에서 정말 실망스럽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지역을 기초로 해 정권을 잡는다 하더라도 부산이나 대구가 각각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이반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김영삼 정권이 흔들린 것이 대구와 충청도의 이반 때문 아닌가. 마찬가지의 악순환을 반복하는데 이회창 총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민주당 중앙당은 이인제 선거대책위원장을 간판으로 내세워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에 치중하는 선거전략을 펴고 있다. 영남권은 아예 젖혀진 느낌마저 든다.
=지역감정이 덜한 지역에서 정부의 실적을 내세우고 한나라당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표를 얻자는 것이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부산에서 단 한두 석이라도 당선되는 것이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있으니 좀더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정형근씨 구인시도 사건 때 민주당의 논평이 영남에 대한 배려없이 나온 것 아니냐. 섭섭하긴 하다. 그러나 정치인이 자기에게 좀 섭섭하다고 하나하나 불만을 늘어놓다 보면 나중에 불만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하나 삭이고 둘 삭이고 자꾸 삭여서 공감대와 동질성을 자꾸 살려나가야지 이질감을 이야기해나가면 한이 없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앙당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인가?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문제는 있다.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이 언젠가 사석에서
"노무현을 당선시키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솔직히 우리 당내에도 극히 소수이겠지만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같다. 나는 여기서 영남의 지역정서와 싸우고, 이회창 총재와 맞서 싸우고 있는데, 우리 당내에서도 일부 덜미를 잡는 문제도 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당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그것이 지도부의 입장이 아니고 자기 줄설 데를 찾는 극히 일부 실무적인 사람들의 분위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을 원망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 싸움이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우리 당에서 방송연설 연사를 정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과거 선거에서 내가 연사로 나서 실패한 적이 없으며 압도적으로 성공했다. 이번에도 한 차례 들어갔으면 했고 들어갈 것도 같더니 실무선에서 우물쭈물하다 빠져버렸다. 그런 점에서 배려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다.
 
-차기 대권에 대한 뜻을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떤 국가경영 노선을 생각하고 있나?
=여야간 권력게임의 장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상처를 많이 입고 신뢰를 상실한 것은 사실이다.  결국 지역대결의 한 당사자가 되어 버려 김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 그러나 권력게임이 아닌 그야말로 국정운영의 관점에서 볼 때 대북 포용정책은 20년 뒤 동북아시아의 질서와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책인데, 그에 관한 한 빌리 브란트까지는 못가더라도 탁월한 통찰력으로 문제를 푸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김대중 대통령이 얼마나 현실적인 고려를 하고 있냐면, 대통령 되고 나서 통일이란 말을 한번도 쓰지 않았다. 통일이란 말을 쓰는 것은 두 정권이 하나로 합치는 것을 의미하고 현재 한반도의 질서에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래서 그 말을 쓰지 않고 조심스럽게 평화, 화해, 협력 등의 개념을 쓴다. 나는 이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으며 아직도 배우고 있다. 그래서 대북정책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선을 그대로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정책에서는 상당히 민족적 감정이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보는 경제이론에 나도 한때 경도됐던 때가 있는데, 현실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민족경제에서 세계경제 시대로 간다는 안목은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엄청난 저항을 무릅쓰고 국민 기초생활 보장법 등을 출발시켰다. 국민연금도 아주 중요한 사회보장제도다. 오늘날 60대, 70대 노인들 한달에 돈 6천원 보조를 갖고 정치인들을 만나서 안타깝게 호소해야 할 정도로 사회보장이 없는 현실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게 국민연금 아닌가. 사전 준비 작업을 하다보면 끝이 없다는 생각에서 일단 밀어붙이자는 강력한 복지사회 정책을 쓰고 있지 않나. 그동안 한국이 복지가 없는 나라였다면 복지 제도의 기초를 놓고 있다고 볼 때 대북, 경제,사회보장 복지 정책과 관련해 사회안정의 기틀을 놓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노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더 발전시킬 부분이 있다면 사회보장 정책을 힘없는 사람을 그저 도와주는 데서 나아가 그들이 정치 영역에서 세력균형의 상태를 만들 수 있도록 각 계층, 집단간 세력균형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데 까지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그 점에서 민주당의 노선은 계승발전시킬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김 대통령의 노선 계승에 덧붙여 노 의원 고유의 브랜드로서 추구하려는 노선은?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원칙이 없었다. 권력 잡기 위해 야당하다 집단적으로 여당으로 들어가버린다든지, 정치인 개인도 국회의원 뱃지를 달기 위해 이 당 저 당 옮겨 다닌다든지, 공천받기 위해 권력자에게 줄서고 눈도장 찍는 소신없는 정치 등의 행태를 앞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에서 원칙이 승리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서민들의 정치적 발언권을 높이는 서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동서갈등에서 동서통합의 시대로 가야한다고 본다.

-'서민의 시대'는 추상적인 구호라는 느낌을 준다. 정책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나?
=김대중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포괄적으로 서민이라고 표현한다. 서민에 대한 배려와 보장의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정치의 영역에서, 다른 계층과 집단간 정치적 게임의 영역이 있다. 언론과 여론의 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사회적 게임의 장에서 자신들이 당당하게 발언할 수 있는 세력균형이 김대중 대통령의 사회정책에는 아직 들어있지 않다. 정치제도적으로, 정치적 분위기로 서민들의 정치적 발언권을 좀더 키워 세력균형 구조로까지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도적인 방안이 있을 수 있나? 서민이라고 투표권을 두 장씩 줄 수도 없는데.
  =예를 들면 앞으로 사회를 주도하는 세력은 그 사회의 통념을 장악하고 지배하는 세력이다. 그와 관련해 우리나라 언론이 돈있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집중돼 있다. 언론이 실질적으론 재벌언론과 언론재벌이라고 표현하듯이 소유주에게 강력히 지배되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여러 대항언론이나 다양한 시민언론이 나오고 있지만.(잠시 망설인 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파장이 일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대중매체의 지배구조, 기사가 실리는 메커니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며 편파성이 있다. 이런 것을 시정해 서민들이 대중매체에 자기들의 주장을 좀더 당당하게 실을 수 있는 여건을, 쉽게 말하면 한겨레신문 같은 매체가 좀더 힘을 쓰면 되는 것이다. 한겨레도 언론의 일반적 속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거기에 서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리지 않나. 그런 것을 좀더 강화시키는 일이 권력이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권력이 이 시대는 이렇게 가야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사회의 통념을 이끌어갈 수는 있다.
 
 -노 의원의 대권 가능성과 관련해선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로 민주당의 후보가 되어야 하는데 호남세력이 주축인 당에서 부산 출신이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 내에서 호남인 후보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본선에서 정권을 빼앗길 불안감 때문에 대의원들이 지지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로는 대의명분에서, 민주당의 노선과 정통성에 내가 가장 적합하지 않은가. 김근태씨도 함께 적합하고 우리 둘은 하자가 없고 민주당의 정서에 일치한다. 그리고 인간관계도 오래 되었다고 할 수 있고. 권력의 질적 측면에서 볼 때 당내에서나마 권력의 이양이 이뤄지는 것인데,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항상 신의를 지키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냐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정치인들은 하도 말을 많이 바꾸고 있는데 호남 대의원들이 볼 때 가장 신의를 지킬 사람이 누구인가. 그 신의는 말로, 약속으로, 얼마간의 충성스런 행동으로 쌓이는 게 아니다.
한 인간이 자기 공약과 원칙에 얼마나 충실하려 했는가. 인간간의 의리를 얼마나 지켰는가를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나는 적어도 호남 출신 대의원들이 그 정도의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내가 불리할 게 없다고 본다.(멋적은 표정으로 너털웃음)

-두번째 의문은 당내 관문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영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은 호남당 인상이 짙다며 지지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번 나의 선거전에서 지역발전론과 차기 대망론이 가장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내가 당선된다면 앞으로 부산에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만한 큰 바람은 아니더라도, 한나라당과 우리가 4 대 6으로 우리가 6정도는 얻는 합리적인 대세가 형성되리라고 본다.
 
 -민주당은 현재 동교동계가 실권을 쥐고 있는데, 노 의원과 동교동계의 거리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이해관계로 셈하고 적극적으로 줄을 서지 않는 내 성격이 좀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한나라의 정권을 창출해낼 정도로 역량있는 집단이다. 그래서 개인 정서상의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이후 정권이 한국 전체를 잘 이끌어가고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킬 것인가.  그리고 호남에 대해 공정할 것인가를 셈해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에 그 셈까지 할 수 없는 집단이라면 대의원들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노 의원과 김근태 의원이 민주당의 노선과 정통성에 부합한다면 이인제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어떠한가?
=(한참 웃은 뒤)며칠 전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편한 마음으로 한마디 했다가 혼이 났다. 그 이야기는 안하겠다. <오마이뉴스>는 특수한 매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한 것인데 <조선일보>가 앞부분만 전재하니까, 전체 인터뷰는 사람 전체를 그린 것인데 그중 손톱 하나만 짤라 내놓은 꼴로 아주 우습게 되더라. <한겨레21>에 이야기해도 또 누가 거두절미해서 전재할까봐 말 안하겠다.
 
 -차기 대권과 관련해 당내 제1의 경쟁자로 이인제 위원장을 꼽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그렇다.

-그런 차원에서 상호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토론하는 것도 필요할 텐데.
=언제고 이인제씨와 만나 지금부터 시작하자고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다든지, 경쟁에서 달리기 출발을 합의하고 그때부터 시작해야지, 안그러면 자꾸 오해가 생기는 것같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는 이 위원장을 겨냥해 "철학이 없다"고 말했고, 거기에 이 위원장은 "내가 철학자가 아님은 분명하지만 누구에게나 철학은 있는 것이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그때의 철학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나?
=
철학이라면 인식의 조각들이 하나의 사상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런 뜻에서 철학을 말했던 것이다.
 
-그런 원론적 뜻이 전부였나?
=(이 위원장이)야당하다가 여당으로 후딱 가버리고 하길래 그냥 그런 느낌으로...아니 내가 또 말려들었네.(웃음) 여하튼 서로가 언제부터 경쟁하자고 합의한 다음부터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경쟁을 시작할 시점은 언제쯤 되겠나?
=아직 멀었다.  나는 9~10월 전당대회를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민주적 리더십도 좋지만 그것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뤄져선 안된다. 그동안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경선이 아닌 권위적 체제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 국민도 굉장히 권위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내게도 왜 계보조직을 만들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여기서 갑작스럽게 대통령의 임기가 반이나 남은 시점에서 김근태니 노무현이니 이인제니 나서서 경선할 때 그들이 내거는 비전은 김대중대통령의 약점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 시대를 딛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려면 전 시대를 부정하는 것이 필연이다. 그렇게 됐을 때 국민들이 볼 때 김대중 대통령의 권위를 짓밟고 넘어가는 것이 되고 그것을 민주적 경쟁의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나 국민이 볼 때 김대중 격하운동처럼 되어 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강력한 통치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부가 제대로 굴러가겠나. 관료들이 누구에게 줄서야 할 지 헷갈리게 되고 당의 책임있는 정치인들도 이리저리 헷갈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아직 우리가 민주적 경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차기 후보를 경선할 때 그때 가서 대통령이 멍석을 깔아주고 거기에서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게 해도 충분히 이 시대의 약점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올가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은 이르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조기 경선에 나는 적극적이지 않다. 선거 때 되면 온갖 소리를 다하게 된다. 대통령을 포함한 3김시대의 약점을 마구 때려부시며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다음 시대의 비전은 이 정권의 마지막 정리단계에 이르러 내놓는 게 좋겠다. 김대중 대통령은 군사독재 시절에 투쟁하고 민주시대를 연 것으로 내 역할을 마감하마, 이제 당신들이 나를 딛고 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라 하는 권력의 계승과정이 필요하다.
 
-대표 경선을 늦추자는 것은 정당운영의 민주화 원리와는 어긋나는 것같다.
=당 운영 민주화에 소극적인 게 아니라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고 댕기기 하다가 차세대의 비전과 김대중 대통령의 현재 리더십이 충돌하면 민주화도 제대로 못하고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  2년쯤 기다리면 아주 자연스럽게 다음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는데 굳이 2년 앞당기려 서두르다가 실패할 수 있다.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행을 결심할 때 김대중 대통령과 이야기한 대목이 있었나?
=대통령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차기를 선언하겠다. 그것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도 나올 수 있고 보고도 올라올 수 있겠지만 그 점은 넉넉하게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뭐라고 반응했나.

=정치하는 사람은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가질 때 가장 자신에 대해 성실해지고 책임있고 절제할 수 있게 된다. 야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영남에서도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영남이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가서 당당하게 싸워라 라고 말했다.
 
 -종로에 그냥 있을 경우에 비해 부산에서 훨씬 어려운 선거전을 하는 것은 분명한데, 부산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웃음) 그러나 부산 시민이 대단한 시민들이라고 생각한다.  6.25 때 전국에서 피난온 사람들을 다 끌어안고 살게 하고 다 고향에 돌아가도록 했는데, 그때의 부산 인심에 대해 시비가 없지 않나. 79년 부마항쟁도 부산 중심으로 해냈고 87년 6월항쟁도 부산이 치열하게 싸웠고, 내가 14대 총선, 95년 시장 선거를 떨어졌지만 부산시장 선거에서 내가 받은 표는 전국 어느 다른 곳에서도 그 지역 기준 야당이 받은 표로 최고였다. 부산은 관용성과 개방성, 포용성이 있는 도시다. 나는 그것을 믿고 내려왔는데 옷사건인가 뭔가 터지는 바람에 민심이 확 뒤집어지는 것을 보고 위축되긴 했지만, 아직은 부산시민들이 포용성과 개방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낙선할 경우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봤나?
=가끔 집사람과 낙선할 경우의 행복한 삶,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구체적인 구상까지 있는가?
=첫번째로는 가정으로 돌아가고 싶으며 두 번째로는 책을 좀 더 많이 읽고 싶다. 세 번째로는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시대 사회적 통념을 바꿔가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예를 들어 로비라면 부패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 합리적 설득의 과정으로 바꾸는 일 같은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와 국민들 사이에 신뢰를 넓히고 국민들의 자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합리적으로 되도록 하는 큰 문제다. 그런 형태의 일을 사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가지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면 대학에 정당 당부를 설치하는 일이다. 어느 당의 세력을 강화하는 일도 아니다. 미래 주역이 될 젊은이들이 정치와 정당에 관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월드컵, 올림픽 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월드컵 잘못 됐다고 조금 망신스럽지 국민들 사는데는 별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선거는 국민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이런 것을 그렇게 이해하고 유권자로서 때로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에서 정치를 기피하는 교육을 하고 있지 않나. 대학생들이 미래에 대해, 미래의 정치에 대해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하는 이러한 대학정치 문화운동도 한번 해볼만 한 것같다.
 
-끝으로 <한겨레>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종로에서 그냥 있으면서 이미지 관리를 잘해 차기 도전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산을 결정했다. 종로에도 나말고 잘할 사람들이 있고, 서울시장도 잘할 사람들이 있지만 부산에는 김정길, 노무현 수준 말고는 일을 할 사람이 없다고 봤다. 그러니까 결국 부산에서도 여야 민주주의 구도를 만들어야 하고 전국적으로는 지역당 구조를 시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 중요한 일을 하면서, 내가 꼭 해야할 일을 하면서 국민적 신뢰를 얻고 다음에 국민적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가 내가 하고 싶은 정치이다. 나는 공짜로 무엇을 얻으려 하지는 않겠다. 반드시 지불해야 할 대가를 지불하고 목표를 쟁취하고, 목표를 쟁취했을 때 자리에 걸맞는 대가를 반드시 지불할, 즉 제대로 일해볼 생각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통해제 자신을 시험하고 시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를 더 굳게 다지는 수련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부산에 왔다.나는 공짜 먹으려는 정치인이 아니다. 반드시 받은 만큼 대가를 지불하고 또 지불한 만큼 대가를 요구하겠다. 이런 점들을 지켜봐달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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