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스타벨리 소속 개그콘서트 핵심멤버 10여명이 SBS로 옮겼다. SBS에서 개콘과 유사한 별도의 코미디프로를 만든다고 한다. SBS의 이 프로그램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예단한다. 물론 나의 짐작은 틀릴 수도 있다.
그에 앞서 핵심 멤버 10여명이 빠져나간 KBS-2의 개그콘서트가 썰렁해지지 않을까가 대중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의외로 나타났다. 쟁쟁한 핵심멤버들이 빠져나갔는데도 오히려 시청률이 올라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을 모르고 있거나 잘못알고 있다. 아래에 인용한 문화일보 기사는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로 6가지를 들고 있으나 나는 이것이 곁가지로 본다. 이런 건 옛날부터 있었던 거다. 본질은 따로 있다.
개콘의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역할이 중요한 내러티브가 없다시피 하다. 과거 배삼룡 서영춘이 활동할 때와 같은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가 없는 것이다. 내러티브가 약간 줄어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개인기에 의존하는 이런 개그의 역사가 사실은 상당히 오래되는 데도 개콘이 보여주고 있는 진짜 스탠딩개그가 성공한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데 있다.
스탠딩개그 하면 엄용수, 전유성 등이 활약하던 80년대 초부터 있었지만 그때의 개그와 지금의 개콘은 다르다. 이경규, 주병진, 최양략의 개그와도 다르다. 개그는 같은 개그인데 뭔가가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 다른 뭔가가 뭐냐는 거다.
박미선과 전유성의 썰렁함과 개콘의 뻑적지근함
이런 식의 개그라면 가장 인상깊은 사람이 박미선이 아닌가 한다. 박미선의 ‘브룩 쉴즈’ 이야기는 대학가 축제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을 그대로 들고나와서 성공한 많지 않은 성공사례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학가 개그가 대부분 실패했다는데 있다.
박미선도 좀 지나자 소재가 바닥나서 더 이상 웃길 수 없게 되었다. 브룩 쉴즈 하나로 몇년씩 버닐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방송국에서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를 하면 보통 개콘식 스탠딩개그를 들고 나온다. 문제는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학가축제에서 동료 대학생들은 잘도 웃어주는데 방송국의 청중들은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다.
신인 개그맨들은 짬밥의 부족을 절감하며 선배들 밑에서 10여년씩 무명의 세월을 보내고 조금씩 기량을 키우고서야 스타가 된다.
문제는 개콘의 개편실험에서 신인들의 성공적인 데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핵심멤버들이 갑자기 빠져나갔는데도 신인들이 선배들이 빠진 공간을 훌륭하게 메우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런 일은 잘 없었다.
무엇일까? 나는 시스템의 성공에 주목한다. 개콘이 빛나는 이유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으면 신인들이 와도 충분히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 즉 누가와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구조로 판이 짜여져 있는 것이 시스템의 완성인 것이다.
개콘의 본질은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개콘의 성공은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몇몇 스타들의 개인기 때문으로 오해되었다. 스타가 빠졌는데도 판이 돌아갔다면 스타들의 개인기 덕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뛰어난 작가가 절묘하게 구성해낸 내러티브덕분인가? 아니다. 개콘엔 내러티브가 없다. 그렇다면?
개콘의 특징 중 하나는 음악의 적절한 개입이다. 요란한 화면편집도 좋다. 결정타는 개그맨들의 적극적인 율동이다. 과거 박미선, 전유성, 자니윤의 어색한 포즈로 그냥 서 있기와는 다른 것이다. 스탠딩개그는 혼자서 무대를 완전히 장악해야 하는데 이건 쉽지 않다. 굉장히 어색해진다.
이 어색함을 희석하는 수단으로 음악의 사용, 관객의 호응유도, 빠른 화면편집, 개그맨의 적극적인 율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전으로 돌아가보자. 개그우먼 박미선이 처음 데뷔했을 때의 장면을 연상하자. 박미선이 브룩 쉴즈가 미국에 있는 동생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는 개그맨 이정수의 우격다짐을 연상시킨다. 둘 다 썰렁한 개그다. 신인 대학생들과 무엇이 다를까?
이정수는 화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관객을 쏘아보고 박미선은 관객을 향해 눈웃음을 실실 흘린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어눌한 말투이다. 자니윤의 미국식 발성과 박미선의 코맹맹이 소리는 이주일의 기묘한 얼굴과 마찬가지로 효과음 역할을 해낸다. 이정수의 특이한 말투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신인 대학생 개그맨들과 다른 것이다. 많은 신인 개그맨들이 박미선식, 전유성식, 이정수식 개그를 시도하지만 이들의 눈은 관객을 보고있지 않다. 시선이 어디로 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발성에도 효과음이나 끊어 말하는 리듬이 들어가있지 않다. 필연 어색해진다.
썰렁함과 포복절도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다. 그 한 순간에 관객과 약간의 눈빛의 교감을 성공시키면 포복절도한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몇초의 뜸을 들이는가? 그 몇초동안 관객을 향해 어떤 표정을 짓는가에서 관객과 무언의 교감이 있는 것이다.
신인개그맨들은 이정수와 박미선이 본능적으로 해내는 그걸 절대로 못해내는 것이다. 그들은 짬밥의 부족을 절감하며 10년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개콘의 개편으로 신인개그맨들이 무더기로 데뷔했는데도 왜 썰렁해지지 않았을까? 바로 이것이 시스템의 위력이다. 음악, 편집, 관객의 쌍방향 참여, 결정타로는 율동의 강조다. 신인들은 적극적인 율동과 동료와의 연기호흡을 통해 그 어색함의 순간을 털어버린 것이다.
개편이후 개콘의 성공 원인은 스타들의 개인기 덕분도 아니고, 작가의 내러티브 덕분도 아니고, PD의 능력 덕분도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집단적 학습효과다. 나는 개그맨들도, 작가도, PD도 개콘의 성공요인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고 본다.
헐리우드 영화가 강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집단적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 집단적 학습은 시나리오작가와, 감독과, 배우와, 조명과, 편집과, 기획사와 기타등등 모든 것의 팀플레이다. 혹자는 기획영화의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감독의 역량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배우의 연기력이 성공요인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원작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다 틀렸다. 헐리우드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좋은 것이다.
최근 잘되고 있는 한국영화가 90년대까지 잘 안되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나, 배우나, 감독이나, 기획이나 특정 어떤 한가지에 의존하려 들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만약 SBS가 개콘의 성공요인을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몇몇 스타들의 개인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려든다면 절대 실패한다.
그렇다면 뭔가? 개콘은 개인기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애드립 위주의 즉석개그다. 천만에! 개콘은 철저하게 사전준비와 손발맞추기를 필요로 한다. 즉 무대에 오르기 전에 엄청난 트레이닝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음악과, 편집과, 율동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움직임 없이 그냥 대사만 한다면 사전에 손발을 맞추고 할 것도 없다. 개콘은 배우들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충분히 손발을 맞춰주어야 한다.
과거의 코메디라면 관객들은 심형래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웃지 않는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썰렁하다가 심형래가 뒤로 나자빠져야 비로소 웃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형래 한사람만 스카웃하면 된다. 심형래와 타 연기자의 호흡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개콘은 팀웍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는 특히 율동 때문이다. 개콘의 멤버들은 끊임없이 율동을 하고, 상투적인 말로 특유의 추임새를 넣기 때문에, 호흡이 안맞으면 굉장히 어색해진다. 즉 개콘의 핵심성공요인은 박준형의 성우목소리로 대변되는 특유의 추임새(그것은 패러디 된 말투이기도 하고, 제스쳐이기도 하고, 독특한 의상(소품)이기도 하다)와 율동을 통한 호흡맞추기에 있는 것이다. 이건 굉장한 트레이닝을 필요로 한다.
개콘이 과거의 박미선, 전유성, 이경규식 스탠딩개그와 뿌리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개콘은 동료간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음악에 맞추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미선, 전유성, 이경규는 동료와의 호흡맞추기가 없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의 코미디는 보통 4~5명이 나와서 무대위에 횡대로 나란히 도열한 다음 한사람씩 자기 대사를 한다. 이때 한 사람이 대사를 하는 동안 동료들은 가만히 서 있다. 동료가 하는 역할은 임하룡이 웃기는 발언을 하도록 대사를 받쳐주는 것이다. 그들은 전혀 웃기지 못하면서 최양락이나 임하룡의 대사를 유도하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퇴장한다. 이런 식이라면 팀웍이 필요없다. 임하룡, 최양락만 있으면 된다.
개콘은 말투와 의상(소품)과 율동을 통한 추임새가 끝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사전에 맹연습을 안하면 웃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반대로 신인도 맹연습을 시키면 웃길 수 있다.
과거의 코메디는 그런 추임새가 없기 때문에 혼자서 무대를 장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서 무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자니윤씩 어눌한 말투, 박미선식 코맹맹이 소리, 이주일의 오리걸음, 심형래의 슬랩스틱 등 뭔가 특별한 장기가 있어야 한다. 그 특별한 장기가 없는 신인개그맨은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 .. 개콘의 성공비결은 시스템의 성공에 있고, 시스템의 포인트는 추임새의 적극적인 활용에 있으며, 추임새는 음악, 편집, 율동, 의상, 소품, 등이 혼연일체가 된 것인데, 이것은 몇몇 스타의 뛰어난 개인기에 의존한 애드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나는 사전 트레이닝에 의해 연기자간 호흡을 맞춘 것이다. 시스템은 하나가 빠져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SBS가 스타연기자 몇몇을 빼가서 개콘을 흉내내기는 매우 어렵다.
시스템은 집단적 학습효과를 통해 얻어지므로 당사자도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시스템은 부분의 성공이 아니라 전체의 성공이기 때문에 PD와 작가와 음악에 조명까지 개콘팀 전체를 몽땅 데려오지 않는 한 흉내낼 수 없다. 과거 재벌들이 한국영화에 투자한답시고 기획영화다 뭐다 해서 특정한 한가지로 승부하려다가 실패한 것과 같다. 영화도 코메디도 시스템이 성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며, 시스템의 성공은 여러 분야간의 호흡이 핵심이기 때문에 겉으로 성공요인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모방하기도 어렵다.
아래는 문화일보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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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연말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빠져나간후 최대위기를 맞았던 ‘개콘’이 절치부심,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장소팔 고춘자 콤비의 만담같은 극장식 스탠딩 개그를 재현한 ‘개콘‘은 코미디 부활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인기프로로 롱런중인 ‘개콘’의 인기비결, ‘개콘’이 보여주는 새로운 웃음의 방식 6가지를 알아본다.
#1. 치고 빠지기
70분동안 ‘유치개그’‘그렇습니다’‘무사들의 대화’‘생활사투리’‘우비삼남매’‘9시언저리뉴스’ 등 16~18개의 짧은 스탠딩코너가 포진해 있다. 통상 토크쇼에 나오는 백밴드가 간주로 코너들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코너당 시간은 3~5분. 10분을 넘기는 코너는 ‘봉숭아 학당’ 정도다. 코너들의 순서도, 말미의 ‘봉숭아 학당’을 제외하고는 그날 녹화현장의 반응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빅코너의 약발로 썰렁한 코너들을 그대로 넘기고, 폭포수같은 웃음뒤에 약간의 휴식을 갖는, 마치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같은 구조화된 웃음을 선사한다.
#2. 내러티브는 없다
웃기지 않으면 바로 채널을 돌리는, 인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청자들을 잡아라. 순간유머 이어붙이기인 ‘개콘’에는 희극적 내러티브(이야기구조)가 없다. ‘봉숭아 학당’이 그나마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으나 그것도 짜여진 순서에 의해 각각의 캐릭터(개그맨)들이 순간적 기지와 유머, 개인기를 돌아가며 선보이는 것일뿐이다. 기승전결의 내러티브 대신 코너마다 고유의 웃음방식을 갖고 있다. ‘우격다짐’‘우비삼남매’는 말비틀기 등 언어유희이고 ‘9시언저리뉴스’는 반전, ‘작전명령’은 연예인 패러디, ‘무림남녀’는 슬랩스틱이다.
#3. 캐릭터 브랜드 코미디
‘개콘’의 개그맨들은 맹구나 영구 등 단순히 극중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명 그대로 나와서 스스로를 캐릭터 브랜드화한다. 맹구나 영구가 특정코너에만 나올 수 있던 것과 달리 캐릭터 브랜드 개그맨들은 여러 코너를 넘나든다. ‘개콘’의 연기는 개그맨들이 극중 역할에 종속되기보다는, 실명이나 캐릭터 브랜드명(옥동자, 세바스찬 등)을 가진 개그맨들이 여러 코너를 오가는 것이다.
#4. 코너 넘나들기
A코너의 개그맨 B가 C코너에 출연, A코너의 자신의 연기를 패러디한다. 단순히 개그맨의 교차·중복 출연 차원이 아니라 한 코너의 웃음코드가 다른 코너의 웃음코드로 재활용되는 식이다. 물론 이런 웃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콘’의 전체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훈련된 관객들이 필수적이다. 이런 넘나들기는 ‘패러디’라는 웃음의 방식과도 맥이 닿아있는데, 스타나 TV프로그램 등 대중문화의 코드들이 패러디 대상이 된다.
‘미션 임파서블’은 연예인의 버릇이나 제스처를 패러디한다. ‘갈갈이’ 박준형의 목소리는 외화 더빙용 성우 목소리이고 같은 내용을 여러 사투리로 알아보는 ‘생활사투리’는 TV·라디오 외국어강좌 프로그램의 틀을 빌려온 것. 끔찍한 사건이 예상되는 도입부와 달리 미담을 전하는 ‘9시 언저리뉴스’는 TV뉴스 자체를 패러디한다.
#5. 언어유희
‘무사들의 대화’‘생활사투리’‘우비삼남매’‘우격다짐’ 등 ‘개콘’의 대표 코너들은 수준높은 언어유희를 구사한다.‘개콘’의 핵심이 바로 언어유희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일본어로 장중한 대사를 나눈 장면이 한국어로는 장난스러운 말로 리플레이되는 ‘무사들의 대화’,‘이별하고 싶어요’를 전라도 말로는 ‘반지, 돌려줘야징’, 경상도 말로는 ‘내 군대 간다’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활사투리’코너는 언어의 지역적· 문화적 배경과 맥락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내 개그는 장마철이야’‘왜요’‘우기지’로 관객과 대화를 주고받는 ‘우격다짐’, 감자와 연탄을 양손에 들고 ‘우리 개그는 감탄하는 개그지’라고 하거나 ‘가는’을 가는(grind)과 가는(go)의 이중 의미로 사용하는 ‘우비삼남매’ 등은 언어의 모호성, 이중성을 실험하는 언어유희다.
#6. 쌍방향 개그
‘우격다짐’의 이정수는 관객에게 돼지코를 해보라고 한 후 ‘다 돼지’한다. 관객 모두가 돼지라는 뜻도 있고, 자기가 무슨 개그든 하면 다 된다는 뜻도 있다. ‘우격다짐’은 관객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코너. ‘우비삼남매’의 박준형은 언어유희에 대한 관객반응에 따라 “아직도 몰라”“(모르는 사람에게)나중에 설명해주세요”“역시 알아들으니 수준이 높아요” 등으로 막간 공백을 메워간다. 박준형은 관객의 기대와 예측을 적당히 활용하고 깨면서, 관객반응을 개그의 한 요소로 편입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
그에 앞서 핵심 멤버 10여명이 빠져나간 KBS-2의 개그콘서트가 썰렁해지지 않을까가 대중의 관심사였다. 결과는 의외로 나타났다. 쟁쟁한 핵심멤버들이 빠져나갔는데도 오히려 시청률이 올라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을 모르고 있거나 잘못알고 있다. 아래에 인용한 문화일보 기사는 개그콘서트의 인기비결로 6가지를 들고 있으나 나는 이것이 곁가지로 본다. 이런 건 옛날부터 있었던 거다. 본질은 따로 있다.
개콘의 두드러진 특징은 개인기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역할이 중요한 내러티브가 없다시피 하다. 과거 배삼룡 서영춘이 활동할 때와 같은 기승전결의 이야기구조가 없는 것이다. 내러티브가 약간 줄어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없어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개인기에 의존하는 이런 개그의 역사가 사실은 상당히 오래되는 데도 개콘이 보여주고 있는 진짜 스탠딩개그가 성공한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는데 있다.
스탠딩개그 하면 엄용수, 전유성 등이 활약하던 80년대 초부터 있었지만 그때의 개그와 지금의 개콘은 다르다. 이경규, 주병진, 최양략의 개그와도 다르다. 개그는 같은 개그인데 뭔가가 확실히 다른 것이다. 그 다른 뭔가가 뭐냐는 거다.
박미선과 전유성의 썰렁함과 개콘의 뻑적지근함
이런 식의 개그라면 가장 인상깊은 사람이 박미선이 아닌가 한다. 박미선의 ‘브룩 쉴즈’ 이야기는 대학가 축제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을 그대로 들고나와서 성공한 많지 않은 성공사례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대학가 개그가 대부분 실패했다는데 있다.
박미선도 좀 지나자 소재가 바닥나서 더 이상 웃길 수 없게 되었다. 브룩 쉴즈 하나로 몇년씩 버닐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방송국에서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를 하면 보통 개콘식 스탠딩개그를 들고 나온다. 문제는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학가축제에서 동료 대학생들은 잘도 웃어주는데 방송국의 청중들은 좀처럼 웃어주지 않는다.
신인 개그맨들은 짬밥의 부족을 절감하며 선배들 밑에서 10여년씩 무명의 세월을 보내고 조금씩 기량을 키우고서야 스타가 된다.
문제는 개콘의 개편실험에서 신인들의 성공적인 데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핵심멤버들이 갑자기 빠져나갔는데도 신인들이 선배들이 빠진 공간을 훌륭하게 메우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이런 일은 잘 없었다.
무엇일까? 나는 시스템의 성공에 주목한다. 개콘이 빛나는 이유는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으면 신인들이 와도 충분히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다. 즉 누가와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구조로 판이 짜여져 있는 것이 시스템의 완성인 것이다.
개콘의 본질은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개콘의 성공은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몇몇 스타들의 개인기 때문으로 오해되었다. 스타가 빠졌는데도 판이 돌아갔다면 스타들의 개인기 덕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뛰어난 작가가 절묘하게 구성해낸 내러티브덕분인가? 아니다. 개콘엔 내러티브가 없다. 그렇다면?
개콘의 특징 중 하나는 음악의 적절한 개입이다. 요란한 화면편집도 좋다. 결정타는 개그맨들의 적극적인 율동이다. 과거 박미선, 전유성, 자니윤의 어색한 포즈로 그냥 서 있기와는 다른 것이다. 스탠딩개그는 혼자서 무대를 완전히 장악해야 하는데 이건 쉽지 않다. 굉장히 어색해진다.
이 어색함을 희석하는 수단으로 음악의 사용, 관객의 호응유도, 빠른 화면편집, 개그맨의 적극적인 율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전으로 돌아가보자. 개그우먼 박미선이 처음 데뷔했을 때의 장면을 연상하자. 박미선이 브룩 쉴즈가 미국에 있는 동생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는 개그맨 이정수의 우격다짐을 연상시킨다. 둘 다 썰렁한 개그다. 신인 대학생들과 무엇이 다를까?
이정수는 화난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관객을 쏘아보고 박미선은 관객을 향해 눈웃음을 실실 흘린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어눌한 말투이다. 자니윤의 미국식 발성과 박미선의 코맹맹이 소리는 이주일의 기묘한 얼굴과 마찬가지로 효과음 역할을 해낸다. 이정수의 특이한 말투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신인 대학생 개그맨들과 다른 것이다. 많은 신인 개그맨들이 박미선식, 전유성식, 이정수식 개그를 시도하지만 이들의 눈은 관객을 보고있지 않다. 시선이 어디로 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발성에도 효과음이나 끊어 말하는 리듬이 들어가있지 않다. 필연 어색해진다.
썰렁함과 포복절도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이 한장 차이다. 그 한 순간에 관객과 약간의 눈빛의 교감을 성공시키면 포복절도한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몇초의 뜸을 들이는가? 그 몇초동안 관객을 향해 어떤 표정을 짓는가에서 관객과 무언의 교감이 있는 것이다.
신인개그맨들은 이정수와 박미선이 본능적으로 해내는 그걸 절대로 못해내는 것이다. 그들은 짬밥의 부족을 절감하며 10년 무명의 설움을 겪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개콘의 개편으로 신인개그맨들이 무더기로 데뷔했는데도 왜 썰렁해지지 않았을까? 바로 이것이 시스템의 위력이다. 음악, 편집, 관객의 쌍방향 참여, 결정타로는 율동의 강조다. 신인들은 적극적인 율동과 동료와의 연기호흡을 통해 그 어색함의 순간을 털어버린 것이다.
개편이후 개콘의 성공 원인은 스타들의 개인기 덕분도 아니고, 작가의 내러티브 덕분도 아니고, PD의 능력 덕분도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집단적 학습효과다. 나는 개그맨들도, 작가도, PD도 개콘의 성공요인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고 본다.
헐리우드 영화가 강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집단적 학습효과 때문이다. 이 집단적 학습은 시나리오작가와, 감독과, 배우와, 조명과, 편집과, 기획사와 기타등등 모든 것의 팀플레이다. 혹자는 기획영화의 성공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감독의 역량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배우의 연기력이 성공요인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원작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다 틀렸다. 헐리우드는 돌아가는 시스템이 좋은 것이다.
최근 잘되고 있는 한국영화가 90년대까지 잘 안되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나, 배우나, 감독이나, 기획이나 특정 어떤 한가지에 의존하려 들면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만약 SBS가 개콘의 성공요인을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몇몇 스타들의 개인기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개인기에 의존하려든다면 절대 실패한다.
그렇다면 뭔가? 개콘은 개인기와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애드립 위주의 즉석개그다. 천만에! 개콘은 철저하게 사전준비와 손발맞추기를 필요로 한다. 즉 무대에 오르기 전에 엄청난 트레이닝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음악과, 편집과, 율동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움직임 없이 그냥 대사만 한다면 사전에 손발을 맞추고 할 것도 없다. 개콘은 배우들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에 충분히 손발을 맞춰주어야 한다.
과거의 코메디라면 관객들은 심형래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웃지 않는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썰렁하다가 심형래가 뒤로 나자빠져야 비로소 웃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심형래 한사람만 스카웃하면 된다. 심형래와 타 연기자의 호흡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개콘은 팀웍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이는 특히 율동 때문이다. 개콘의 멤버들은 끊임없이 율동을 하고, 상투적인 말로 특유의 추임새를 넣기 때문에, 호흡이 안맞으면 굉장히 어색해진다. 즉 개콘의 핵심성공요인은 박준형의 성우목소리로 대변되는 특유의 추임새(그것은 패러디 된 말투이기도 하고, 제스쳐이기도 하고, 독특한 의상(소품)이기도 하다)와 율동을 통한 호흡맞추기에 있는 것이다. 이건 굉장한 트레이닝을 필요로 한다.
개콘이 과거의 박미선, 전유성, 이경규식 스탠딩개그와 뿌리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개콘은 동료간에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음악에 맞추어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박미선, 전유성, 이경규는 동료와의 호흡맞추기가 없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과거의 코미디는 보통 4~5명이 나와서 무대위에 횡대로 나란히 도열한 다음 한사람씩 자기 대사를 한다. 이때 한 사람이 대사를 하는 동안 동료들은 가만히 서 있다. 동료가 하는 역할은 임하룡이 웃기는 발언을 하도록 대사를 받쳐주는 것이다. 그들은 전혀 웃기지 못하면서 최양락이나 임하룡의 대사를 유도하는 것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퇴장한다. 이런 식이라면 팀웍이 필요없다. 임하룡, 최양락만 있으면 된다.
개콘은 말투와 의상(소품)과 율동을 통한 추임새가 끝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사전에 맹연습을 안하면 웃길 수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반대로 신인도 맹연습을 시키면 웃길 수 있다.
과거의 코메디는 그런 추임새가 없기 때문에 혼자서 무대를 장악하지 않으면 안된다. 혼자서 무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자니윤씩 어눌한 말투, 박미선식 코맹맹이 소리, 이주일의 오리걸음, 심형래의 슬랩스틱 등 뭔가 특별한 장기가 있어야 한다. 그 특별한 장기가 없는 신인개그맨은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론 .. 개콘의 성공비결은 시스템의 성공에 있고, 시스템의 포인트는 추임새의 적극적인 활용에 있으며, 추임새는 음악, 편집, 율동, 의상, 소품, 등이 혼연일체가 된 것인데, 이것은 몇몇 스타의 뛰어난 개인기에 의존한 애드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나는 사전 트레이닝에 의해 연기자간 호흡을 맞춘 것이다. 시스템은 하나가 빠져도 전체가 붕괴되기 때문에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SBS가 스타연기자 몇몇을 빼가서 개콘을 흉내내기는 매우 어렵다.
시스템은 집단적 학습효과를 통해 얻어지므로 당사자도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시스템은 부분의 성공이 아니라 전체의 성공이기 때문에 PD와 작가와 음악에 조명까지 개콘팀 전체를 몽땅 데려오지 않는 한 흉내낼 수 없다. 과거 재벌들이 한국영화에 투자한답시고 기획영화다 뭐다 해서 특정한 한가지로 승부하려다가 실패한 것과 같다. 영화도 코메디도 시스템이 성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며, 시스템의 성공은 여러 분야간의 호흡이 핵심이기 때문에 겉으로 성공요인이 잘 드러나지 않아서 모방하기도 어렵다.
아래는 문화일보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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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연말 심현섭 강성범 황승환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빠져나간후 최대위기를 맞았던 ‘개콘’이 절치부심,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장소팔 고춘자 콤비의 만담같은 극장식 스탠딩 개그를 재현한 ‘개콘‘은 코미디 부활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인기프로로 롱런중인 ‘개콘’의 인기비결, ‘개콘’이 보여주는 새로운 웃음의 방식 6가지를 알아본다.
#1. 치고 빠지기
70분동안 ‘유치개그’‘그렇습니다’‘무사들의 대화’‘생활사투리’‘우비삼남매’‘9시언저리뉴스’ 등 16~18개의 짧은 스탠딩코너가 포진해 있다. 통상 토크쇼에 나오는 백밴드가 간주로 코너들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코너당 시간은 3~5분. 10분을 넘기는 코너는 ‘봉숭아 학당’ 정도다. 코너들의 순서도, 말미의 ‘봉숭아 학당’을 제외하고는 그날 녹화현장의 반응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빅코너의 약발로 썰렁한 코너들을 그대로 넘기고, 폭포수같은 웃음뒤에 약간의 휴식을 갖는, 마치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같은 구조화된 웃음을 선사한다.
#2. 내러티브는 없다
웃기지 않으면 바로 채널을 돌리는, 인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청자들을 잡아라. 순간유머 이어붙이기인 ‘개콘’에는 희극적 내러티브(이야기구조)가 없다. ‘봉숭아 학당’이 그나마 내러티브를 갖추고 있으나 그것도 짜여진 순서에 의해 각각의 캐릭터(개그맨)들이 순간적 기지와 유머, 개인기를 돌아가며 선보이는 것일뿐이다. 기승전결의 내러티브 대신 코너마다 고유의 웃음방식을 갖고 있다. ‘우격다짐’‘우비삼남매’는 말비틀기 등 언어유희이고 ‘9시언저리뉴스’는 반전, ‘작전명령’은 연예인 패러디, ‘무림남녀’는 슬랩스틱이다.
#3. 캐릭터 브랜드 코미디
‘개콘’의 개그맨들은 맹구나 영구 등 단순히 극중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명 그대로 나와서 스스로를 캐릭터 브랜드화한다. 맹구나 영구가 특정코너에만 나올 수 있던 것과 달리 캐릭터 브랜드 개그맨들은 여러 코너를 넘나든다. ‘개콘’의 연기는 개그맨들이 극중 역할에 종속되기보다는, 실명이나 캐릭터 브랜드명(옥동자, 세바스찬 등)을 가진 개그맨들이 여러 코너를 오가는 것이다.
#4. 코너 넘나들기
A코너의 개그맨 B가 C코너에 출연, A코너의 자신의 연기를 패러디한다. 단순히 개그맨의 교차·중복 출연 차원이 아니라 한 코너의 웃음코드가 다른 코너의 웃음코드로 재활용되는 식이다. 물론 이런 웃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콘’의 전체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훈련된 관객들이 필수적이다. 이런 넘나들기는 ‘패러디’라는 웃음의 방식과도 맥이 닿아있는데, 스타나 TV프로그램 등 대중문화의 코드들이 패러디 대상이 된다.
‘미션 임파서블’은 연예인의 버릇이나 제스처를 패러디한다. ‘갈갈이’ 박준형의 목소리는 외화 더빙용 성우 목소리이고 같은 내용을 여러 사투리로 알아보는 ‘생활사투리’는 TV·라디오 외국어강좌 프로그램의 틀을 빌려온 것. 끔찍한 사건이 예상되는 도입부와 달리 미담을 전하는 ‘9시 언저리뉴스’는 TV뉴스 자체를 패러디한다.
#5. 언어유희
‘무사들의 대화’‘생활사투리’‘우비삼남매’‘우격다짐’ 등 ‘개콘’의 대표 코너들은 수준높은 언어유희를 구사한다.‘개콘’의 핵심이 바로 언어유희라고까지 할 수 있다 일본어로 장중한 대사를 나눈 장면이 한국어로는 장난스러운 말로 리플레이되는 ‘무사들의 대화’,‘이별하고 싶어요’를 전라도 말로는 ‘반지, 돌려줘야징’, 경상도 말로는 ‘내 군대 간다’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활사투리’코너는 언어의 지역적· 문화적 배경과 맥락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내 개그는 장마철이야’‘왜요’‘우기지’로 관객과 대화를 주고받는 ‘우격다짐’, 감자와 연탄을 양손에 들고 ‘우리 개그는 감탄하는 개그지’라고 하거나 ‘가는’을 가는(grind)과 가는(go)의 이중 의미로 사용하는 ‘우비삼남매’ 등은 언어의 모호성, 이중성을 실험하는 언어유희다.
#6. 쌍방향 개그
‘우격다짐’의 이정수는 관객에게 돼지코를 해보라고 한 후 ‘다 돼지’한다. 관객 모두가 돼지라는 뜻도 있고, 자기가 무슨 개그든 하면 다 된다는 뜻도 있다. ‘우격다짐’은 관객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코너. ‘우비삼남매’의 박준형은 언어유희에 대한 관객반응에 따라 “아직도 몰라”“(모르는 사람에게)나중에 설명해주세요”“역시 알아들으니 수준이 높아요” 등으로 막간 공백을 메워간다. 박준형은 관객의 기대와 예측을 적당히 활용하고 깨면서, 관객반응을 개그의 한 요소로 편입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양성희기자 cooly@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