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이란
생물 진화의 해답 초유기체서 찾는다

몸 속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백혈구들이 몰려들어 바이러스를 퇴치한다. 문제는 백혈구들이 자신의 임무를 알고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체의 항원항체반응에 의한 치료매커니즘은 순전히 우연에 의해 확률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외견상으로는 마치 정교한 기계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처럼 보여진다.

꿀벌이 사는 집에 말벌 한 마리가 침입한다. 꿀벌들이 떼로 몰려나와서 말벌과 싸운다. 여기서 과연 꿀벌들이 자신의 임무와 목적을 알고 있을까? 천만에! 벌떼의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매커니즘은 실은 순전히 우연에 힘입은 것이다.

개미나 꿀벌무리가 활동하는 양상은 인체의 구조와 비슷하다. 백혈구나 적혈구도 꿀벌 한 마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하나의 세포이다. 외견상 정교한 기계가 맞물려 돌아가듯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은 자신의 임무도 모르는 채 우연과 확률에 의해 역할을 분담한 결과를 낳는다.

개미나 꿀벌처럼 집단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초유기체』라 한다. 초 유기체의 작동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생물의 진화과정도 이러한 초유기체의 작동원리와 같은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태초에 원핵생물이 진행생물로 발전하다.

태초에 지구에는 산소가 많지 않았다. 우연히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바이러스는 분열할 뿐 생장하지 않는다. 숫자가 증가할 뿐 몸뚱이가 커지지 않는다. 이 시기의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존재이다.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산에 약하다. 산소는 독성물질이므로 바이러스가 산소와 접촉하면 죽는다. 바이러스들이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생산하자 지구에는 점점 산소가 많아져서 바이러스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때 최초로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바이러스가 생겨났다. 호기성 바이러스가 점점 증식하고 산소를 싫어하는 혐기성 바이러스는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 상황에서 우연히 한 마리의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내부로 침투하여 둘이 공생하게 되었다.

바이러스는 증식하면 둘로 쪼개진다. 숫자가 늘어날 뿐 덩치가 커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생물이라기 보다는 무생물에 가깝다.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내부로 침투하여 공존하게 되므로서 최초의 유의미한 생명체가 탄생하였다.

세포의 숫자가 늘어나면서도 둘로 분리되지 않고 공존하며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유기체가 최초로 탄생한 것이다.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발전이다. 비로소 생장이 시작되었고 생명의 역사가 열렸다.

정자와 난자의 수정

정자와 난자도 하나의 독립적인 세포이다. 동물의 성관계에서 정자가 난자에 침투하는 과정은, 최초에 혐기성 바이러스가 호기성 바이러스 내부로 침투하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 때 정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것은 아니다.

정자는 산에 약하기 때문에 산도가 높은 질 안에서 대부분 죽는다. 산에 약한 정자가 죽지 않기 위해서 발작적으로 꼬리의 섬모를 움직인다. 섬모운동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진 수억마리의 정자 중 하나가 우연히 난자와 충돌한다.

정자는 순전히 살기 위해 난자 속으로 침투한다. 정자는 수정하기 위해 난자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산의 독성을 피해 그냥 꿈틀거리다가 수억마리의 정자 중 하나가 우연히 난자와 접촉하여 안전한 난자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다.

생명체의 진화와 성장과정은 이러한 수정과정의 부단한 재현과 반복이다. 최초에 혐기성 바이러스 하나가 호기성 바이러스 내부로 침투하여 세포핵을 만들었다. 정자가 난자 속으로 침투하여 하나의 세포핵을 둘이 공유하는 과정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므로서 생물의 생장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본질은 하나가 둘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개미나 꿀벌과 같은 초유기체의 역할분담과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 같은 생명체의 생장은 그러한 공유에 의하여 일어난다. 둘이 하나를 공유하는 데서 얻어진 모순과 불합리에 대한 부단한 투쟁이 세포분열을 촉발하여 생명체를 생장시키는 것이다.

중요한건 우선순위다.

인체의 기관과 조직들이 작동하는 매커니즘도 초유기체의 역할분담과 같다.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기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멋대로 흘러다니다가 우연히 특정한 타켓과 마주치면 숨은 기능을 발현한다.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항하여 항체가 생겨나는 과정이 그러하다. 항원이 특정 바이러스의 정보를 완벽하게 해독하여, 그 바이러스에 대한 준비된 항체를 대량생산하고, 상부의 지령에 따라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냥 여러 가지 단백질 효소들을 공중에 퍼트리면 그 중 우연히 하나의 효소가 그 바이러스에 격렬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정도가 높은 특정 효소를 대량생산하여 순전히 인해전술로 바이러스를 물리친다.

이러한 과정은 순전히 확률과 우연에 의해 진행되므로 정확도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낮다. 그러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읽지 못하여 항체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대신 그 확률이 달성될 때 까지 효소의 물량을 대량공급 하므로서, 최종적인 성공확률은 극적으로 높아진다. 결국은 100프로 항체를 생산해내는 결과가 된다.

원자폭탄이 핵분열을 일으킬 때, 쪼개진 전자 알갱이 하나가 다른 원자의 핵에 충돌할 확률은 매우 낮다. 대신 맞을 때 까지 계속 진행하므로 언젠가는 우연히 하나가 원자핵에 충돌하게 된다. 전자의 진행속도는 매우 빠르므로 핵분열이 극적으로 확대되어 결국은 모든 원자핵이 폭발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감속장치를 두어서 그 전자의 이동속도를 늦추는 방법으로 명중확률을 떨어뜨리면 핵분열을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것이 핵발전소의 원리다.

인체의 항원항체반응도 이와 같다. 하나의 효소가 우연히 바이러스의 정보를 읽어낼 확률은 매우 낮지만, 극도로 많은 숫자로 물량공세를 전개한 결과 그 중 하나가 우연히 정보를 읽어낼 최종적인 확률은 목표인 100에 도달하게 된다.

우주공간에 로켓을 발사하되, 아무 방향으로나 마구 발사한다. 천문학적으로 많은 숫자의 로켓을 발사하면 그 중 하나가 우연히 목표하는 목성에 도달하게 된다. 인체는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 목성에 도착하고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첨단문명의 이기인 인터넷의 원리도 이와 같다는 점이다. 종래의 유선전화는 처음부터 자신이 가야할 사전에 지정된 경로를 정확하게 알고 찾아간다. 그러나 인터넷은 경로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

하나의 컴퓨터가 패켓에 DNS 정보를 담아 바다처럼 넓은 네트워크 우주에 날려보내면 무수하게 많은 라우터들를 거쳐 DNS서버가 알려주는 최종목표를 찾아가서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이 과정은 순전히 우연과 확률에 의지하지만 정보는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가기 때문에 결국은 목표한 주소를 찾아내고 만다.

생명체의 작동방식은 대개 이러한 무진장의 물량공세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꿀벌이나 개미들의 군집도 이와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한 마리 개미가 적군의 병정개미들로부터 개미집을 지키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연히 한 마리가 적 병정개미를 발견하면 극도로 흥분하여 페로몬을 생산하게 된다.

공기 중에 뿌려진 개미의 페로몬을 느낀 개미들은 모두 페로몬에 감염되어 공격신호를 보내는 페로몬을 마구 뿌린다. 결국은 집단 전체가 페로몬에 감염되어 공격에 나서게 된다. 이때 개미들은 자신이 무엇을 왜 공격하는지 모른다.

북극에 사는 나그네쥐 레밍의 집단자살도 이와 같은 원리로 일어난다. 레밍들은 먹이가 부족해지면 정기적으로 주거지를 옮기는데 비탈을 내려가기도 하고 강을 건너기도 한다. 이때 바다를 강으로 잘못 알고 건너다가 집단적으로 익사하기도 한다. 또는 절벽을 비탈로 잘못알고 내려가다가 집단으로 추락사한다. 이는 자살이 아니라 사고다. 실은 쥐들에게 자살할 의사는 조금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있다. 즉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어서 1단계의 작동이 완료되면, 곧이어 2단계가 뒤따르는 식으로, 한 단계식 진행되며 이 과정은 순전히 우연이다. 그 우연을 만드는 본질은 서로 다른 둘 이상이 어떤 하나를 공유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네트워크의 원리다.

인터넷상의 정보가 라우터들 사이에서 길을 찾아가는 것도 처음부터 전 경로를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턱대고 일단 가본다. 1단계, 2단계, 3단계의 단계적인 궤도수정을 통하여 최종목적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게놈 유전자지도의 충격

게놈유전자지도가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10만개 정도로 예상된 유전자의 숫자가 알고보니 2만여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숫자가 초파리나 바퀴벌레와 비교해서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 큰 충격은 그 2만개의 유전자 중 상당수가 가진 역할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즉 대부분의 유전자는 아무 역할이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공간이 10기가라도 실제로 사용되는 부분은 1기가에 불과하듯이, 대부분의 유전자들은 뚜렷한 역할이 없이 그냥 존재한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유전자들 중 일부는 바이러스 등 하등생물의 유전자에서 우연히 끼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알고보니 유전자지도는 정교한 기계가 아니라 제멋대로 널부러진 난장판이었던 것이다. 넓은 광장 곳곳에 사람들이 제멋대로 몰려서 있거나 혹은 흩어져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겉보기로는 마치 사전에 완벽하게 설계된 기계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은 그 제멋대로 흩어진 광장의 군중들에게 명령을 보내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매커니즘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개미들 중의 30프로는 자신의 임무를 모르고 그냥 놀고 있다. 어떤 과학자가 그 개미들 집단 속에서 아무런 역할 없이 노는 개미들만 따로 모아 군집을 만들어 놓았더니 그 노는 개미들 중 70퍼센트는 일하고 30퍼센트는 여전히 놀고 있었다. 그 30퍼센트만 모아 100을 만들어 놓아도 그 중 30퍼센트는 여전히 놀고 있다. 이는 개미들의 행동을 우연과 확률이 결정함을 의미한다.

초유기체의 집단지능

개미나 벌떼와 같은 초유기체에는 『집단 지능』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개미들의 무질서한 행동이 외부적으로는 마치 지능을 가진 누군가에게 지휘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사회의 질서나 지구촌 세계의 질서도 이와 같다는 사실이다.

민주국가에서 사회정의와 질서가 유지되는 이유는 사전에 잘 설계되고 짜여진 각본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 아니라, 실은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이익을 따라 효율적으로 행동하면 저절로 질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이러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개미주주들 개개인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쫓을 뿐이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최고의 효율을 쫓아 최적화되는 결과가 된다. 이때 투자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그리고 시장이 개방될수록 집단지능은 높아진다.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나는 유권자들의 행동패턴도 이와 같다. 노무현당선자의 승리과정은 마치 잘 짜여진 하나의 각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이다. 그러나 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연이 아니다.

그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일어난 이유는 순전히 확률에 의한 것이며 그 확률은 매우 낮다. 예컨대 김민석이 탈당할 확률, 정몽준씨가 지지를 철회할 확률, 노사모가 결성될 확률, 돼지저금통을 모을 확률, 광주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 등 하나하나의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확률이 낮은 대신 경우의 수가 매우 많다. 즉 기적이 일어날 때 까지 무수한 시도가 반복되므로, 결과적으로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되는 것이다.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골을 성공시킬 확률은 매우 낮지만, 90분이라는 경기시간 동안 슈팅시도는 무수히 많으므로 결과적으로 호나우두의 득점과 브라질의 승리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된다.

마찬가지로 노무현진영에서 일어난 사건들 하나하나는 확률이 낮지만, 열광적 지지자들에 의한 무수한 시도들이 조금씩 확률을 높여서, 최종적으로는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노사모 회원 한사람 한사람이 낸 아이디어가, 유권자에게 먹힐 확률은 매우 낮으나, 노사모 회원 숫자가 매우 많으므로, 그 누적된 확률은 극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노무현진영이 이회창진영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무현진영의 집단지능이 이회창진영의 집단지능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노무현지지자들의 아이큐 총합과 이회창지지자들의 아이큐 총합의 비교에서 노무현지지자들의 아이큐합계가 더 높았던 것이 승리의 이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필자가 수년 전부터 노무현의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원리를 적용하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목표로 하는 주소를 우연히 찾아낼 확률은 낮지만, 찾아질 때 까지 반복하여 시도하므로 결국 찾아내고 말 듯이, 계란으로 바위를 쳐서 바위를 깨뜨릴 수 없지만, 안되면 될 때까지 수억번을 내리치므로 결국은 바위가 깨지고 마는 것이다.

원자론과 오행론

2600년전 희랍의 자연철학자 탈레스가 물 1원소설을 주장한 후 서양에서는 불, 공기, 흙, 물의 4원소설이 주장되었고 동양에서는 화, 수, 목, 금, 토의 오행설이 유행하였다. 즉 사물의 생성소멸이 그 원자 알갱이에 내재한 속성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현재의 원자론, 소립자론도 이 발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틀렸다. 생물의 집단지능과 초유기체현상이 증명하는 바 그 개체 내부에 내재하는 속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동일한 여러마리의 꿀벌들이 어떻게 서로간의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2차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 원자설과 오행설 : 화,수,목,금,토 5원소가 각기 고유한 역할을 가진다. 》 병정개미와 일개미가 각기 고유한 역할을 가진다.

● 초유기체와 집단지능 : 동일한 개체 상호간의 관계맺기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며 우선순위에 의한 단계적 대응이 결과적으로 조직이나 기계처럼 유기적으로 연출된다》 병정개미나 일개미는 자신의 역할을 모르고 있지만, 단계적인 대응에 의해 결과적으로 각기 고유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다섯가지 시간적 대응의 세계》

(양) 고대인의 움직이지 않는 세계 - 수학적, 기하학적 세계(시간개념이 없다)
(운동) 뉴튼의 크고 느린 세계 - 고전역학의 세계(시간개념이 도입된다)
(힘) 아인시타인의 크고 빠른 세계 - 상대성이론의 세계(시간개념이 확장된다)
(입자) 작고 느린 세계 - 양자역학의 세계
(질) 작고 빠른 세계 - 양자장이론의 세계

※ 통일장이론 - 이 다섯가지 상황을 한꺼번에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이론

이러한 물리학의 발전은 단계적 대응을 의미하며 단계적 대응의 본질은 시간적 순서의 결정이다. 즉 양에서 운동으로, 운동에서 힘으로, 힘에서 입자로, 입자에서 질(장)로 단계적으로 행동타입을 결정하는 원리가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물리학자들은 특정 소립자 안에 어떤 비밀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는 어떤 개미나 벌꿀이나 혹은 백혈구가 자신의 임무를 알고있다는 주장과 같다. 음양오행설에서 토는 토의 성질을 화는 화의 성질을 가지듯이 소립자들에 고유한 임무가 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무 내용이 없는 0과 1로 정보를 조직하듯이 소립자 안에 정보가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립자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2차적으로 정보가 조직되며 이 정보를 결정하는 것은 우선순위의 법칙에 기초한 시간적 순서다. 즉 시간이 정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우선순위를 알아채야 우주의 비밀이 풀려진다.


알갱이냐 아니면 관계망이냐

사물의 본성이 꿀벌 한 마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꿀벌과 꿀벌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원리도 이와 같다. 1바이트의 전기신호 안에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무의미한 0과 1이 어떻게 조직되는가에 따라 2차적으로 기능을 획득하게 된다.

주역은 점(占) 치는 책이다. 점은 거짓말이다. 그러므로 주역은 가짜다. 2500년간 유림들이 세 살먹은 애도 속아넘어가지 않을 그 가짜에 집착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주역의 내용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서의 철학이다. 주역의 성공한 부분이 아니라 실패한 부분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 달 말이다. 주역이 뽑아낸 점괘가 가리키고 있는 내용이 아니라 주역이 가리키고자 하였으나 실패한 그 무엇이다. 주역의 핵심인 중용과 중도의 개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상 돌아가는 원리도 이와 같다. 한 마리의 꿀벌은 원자이다. 그 원자 알갱이에 내재한 속성이 아니라 그 원자들의 외연한 관계에서, 그 구조에서, 시스템에서, 그 패러다임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국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류가 망하지 않고 문명을 일구어온 이면에는 집단지능이라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 비밀을 구조론이 제시한다. 구조론은 그 집단지능과 초유기체의 작동원리인 『서로 다른 둘이 특정한 하나를 공유하는 상태에서 우선순위 지정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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