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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94 vote 0 2016.06.07 (23:33:44)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나 명예혁명은 신하들이 작당하여 왕을 밟아버린 사건인데도 민주주의 제도의 기원이라 하여 높이 평가한다. 반대로 한국의 역사가들은 신하가 불충하게도 파당을 만들어 임금을 핍박했다고 말한다. 이는 역대 독재정권이 국회를 짓밟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혐오 정서에 편승한 것이다. 패죽여야할 독재사관이다. 나라가 어찌 임금 한 사람의 것이겠는가?


    원효와 화담과 율곡


    한국철학의 정통성은 원효와 화담과 율곡에 있다. 정도전과 송시열도 곁가지가 된다. 이들은 일원론에 기초하여 차별을 반대하고 선비들의 공론을 통한 집단의 의사결정시스템을 건설하고자 했다. 로마의 원로원과 같은 역할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외국과 다른 한국만의 사상이라는 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도국가인 한국의 지정학적 구조에 맞는 사상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철학의 의미는 첫째 한국의 제반 환경적 조건에 맞는 의사결정구조인가, 둘째 인류의 모범이 될만한 앞서가는 의사결정구조인가, 셋째 한국에만 있는 독창적인 의사결정구조인가에 있다. 원효와 화담과 율곡의 사상에 그것이 있으며 퇴계는 중국의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입한 것인데다 일본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이므로 안 쳐주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의 기준으로 볼 때 진보적이지 않다.


    중국은 덩치가 너무 크다. 중국이 민주화를 못하는 이유는 인구압박 때문이다. 어떻게 해보려고 하다가 대혼란이 일어나 수백 만이 죽어간 역사적 상처가 너무 많다. 자포자기가 되니 외척과 환관이 나서게 된다. 겉으로는 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척 하고 뒤로는 외척과 환관이 도맡으니 연극과 같아졌다. 그들은 체념한 것이다. 인류문명에 기여할만한 의사결정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일본은 안으로 너무 잘게 쪼갠다. 한 두 사람이 해도 될 도로공사 일을 열 사람이 역할을 분담해서 하는 식이다. 가부키쵸에는 몇 안 되는 게이샤의 명함을 전통방법으로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하는 집안이 있다. 명함도 옛날식이라 조잡한데 가격만 비싸다. 게이샤 외에 명함을 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게이샤에 빌붙어 사는 인구가 꽤 많다. 그런데도 바꾸지 않는다. 역할을 정해놨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할 수 있는데도 각자 정해진 한 가지 일만 하려고 한다. 다함께 서서히 망해간다. 수익이 줄어도 임금을 줄이며 버틴다. 이 방법은 일본 전체에 파급되니 마침내 한국과 대졸임금이 비슷해졌다.


    가업의 세습은 기본이고 심지어 야꾸자도 세습하려고 할 정도가 되었다. 의사결정 회피다. 중앙으로 치고나가는 큰 결정을 못한다. 한국의 동학, 3월, 4월, 5월, 6월, 촛불은 일본인의 경험에 없는 것이다. 왕을 쳐죽이고 밖으로 나가서 북한과 수교하고 한국에 사과하고 중국과 화해하고 미국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그런 통 큰 의사결정을 일본은 못한다. 미국에 꿇어야 할 정도로 돈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비굴하다. 역할이 정해져 있으므로 서로 눈치보느라 못하는 것이다.


    왜 한국은 강한가? 한국은 변화에 적응하도록 특별히 훈련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민중혁명에 따른 대재앙에 상처입어서 큰 변화를 두려워하고, 일본은 자기 내부를 잘게 쪼개서 외부의 압력을 견디는 기술을 터득했기 때문에 쇄국으로 버틴다. 서구문물이 밀려와도 게이샤 문화가 끈덕지게 버티듯이, 버티는 기술이 발달해 있는 것이다. 미국차는 절대 안타고 일본차만 고집하며 잘 버틴다.


    율곡은 불교를 공부했고, 화담은 유교, 불교에 도교까지 모든 종교를 섭렵했다. 혜강은 서구과학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모두 일원론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 시대가 극적인 변화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집단의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의사결정은 반드시 일원론이어야만 가능하다. 지금 한국은 기독교까지 받아들였다. 외부로부터의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신토를 고집하고 있다. 왕을 때려죽이지 못하고 있다.


    ###


    문제는 수련을 열심히 하는 남인이 역사적으로 항상 패배한다는 거다. 노력을 강조하는 사회는 항상 패배하게 되어 있다. 수련하고 노력하면 남보다 우월해진다. 우월한 자와 열등한 자 사이에 계의 불균일이 발생한다. 계가 불균일하면 대칭구조가 작동하지 않아 집단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다. 의사결정이 어려우므로 차라리 세습을 선택한다. 일본이 가업을 수백년씩 세습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방법으로 작은 일은 잘 해내는데 혁명과 같은 큰 일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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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계속 강할지는 물론 앞으로 한국인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한국은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에 민주주의까지 별것을 다 받아들인 경험이 있으므로 의사결정은 잘 해냅니다. 반면 중국은 서구문물이 밀려오는데도 청나라 이후 300년간 만만디 정신으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300년 만에 드디어 한 번 칼을 뽑았는데 조급해서인지 문화혁명은 콰이콰이디로 너무 빠르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제풀에 풀쩍 주저앉아버렸습니다. 다시 일어나려면 300년 걸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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