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유아틱한 자기소개는 철학이 아니다. 나를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천하를 놓아야 한다. 내 개인의 생각을 발표하지 말고 대신 천하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천하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자가 되어야 한다. 나를 배제함으로써 집단에 이르며, 집단을 배제함으로써 정상에 이르며, 거기서 비로소 신과의 일대일을 이룬다. 거기서 천하의 큰 일을 발견하고 기승전결로 그 일을 전개시켜 낸다. [생각의 정석 107회] 언어는 동사+목적어+주어다. 변하는 것은 목적어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친구로 사귀려다가 결혼하게도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주어다. 그러나 그 주어도 변한다. 주어는 나다. 나는 변하지 않지만, 대신 크게 확장된다. 나의 가족, 나의 국가, 나의 세계로 점차 커진다. 의사결정은 그렇게 커진 전체 단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은 오늘에서 끝나지 않고 내일로 모레로 계속 이어져 가기 때문이다. 작은 ‘나’를 주어로 삼으면 아침저녁으로 변덕을 일으킨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생각이 다르고,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 그것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실패한다.
10년 후에 도착할 편지를 보낸다면 어떨까? 답신을 받는다면 20년 후다.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는 쓸 수 없다. 인생은 적어도 50년의 계획이다. 50년은 변하지 않는 나를 그 편지의 주어로 삼아야 한다. 소년은 열일곱에 친구와 헤어진다. 30년 후 다시 만날 때를 상상하며 그것을 등대의 불빛으로 삼아 인생의 항해를 하는 것이다. |
[생각의 정석 108회] 안철수의 국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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