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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챠우
read 2070 vote 0 2016.05.08 (02:51:34)

세상의 출발점에서

인간이 태초로 인지했던 역사와 과정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와 나 사이를 생각해보죠. 완전합니다. 백공팔님이 지적했던 것처럼 엄마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구분이 없습니다. 배가 고파서 울면 어디선가 엄마의 젖이 물려집니다. 마치 내 손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지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조금 더 옛날 이야기를 해보죠. 오래되어서 기억은 나질 않으시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나의 손을 포함한 내 몸 전체가 낯설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 손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말이죠. 몇 십년을 살아온 지금의 우리에게 신체는 너무나 당연한 나의 일부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 때 두뇌의 입장에서는 타자인 적이 있었습니다. 두뇌의 의지와 관계없이 배가 고프고 가렵고 똥을 싸고 짖무르는게 이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뇌에서 어떤 신호를 보내고 신체가 그것애 대해 반응을 하고 피드백을 보낸다는 것을 알게됐죠. 차를 처음 운전할 때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나의 의지와 다르게 움직여서 짜증이 났었지만 차의 메커니즘과 반응을 알고 연습하자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습니다.

신체와 두뇌의 관계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신체와 두뇌는 분명 메커니즘은 같지만 구현방식이 다릅니다. 두뇌가 보낸 정보에 대해 신체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합니다. 처음엔 좀 짜증나지만 그런 지루한 과정이 반복되며 두뇌는 신체를 알아가게 됩니다. 좁은 방에서 함께 잘 지낼 수 있게 됩니다. 결국은 하나가 됩니다. 두뇌의 범위가 커진거죠.

기계지능의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기계지능의 두뇌를 이루는 부위가 있다고 하면 이와 상호작용하는 어떤 감각기관이 있을겁니다. 이 기관을 마우스 커서라고 해보죠. 두뇌가 어떤 신호를 보냅니다. "첫줄에서 두번째 줄로 커서를 옮겨봐." 두뇌는 나름신호를 보내보지만 커서는 반대로 작동합니다. 커서의 방향과 그것을 바라보는 두뇌의 방향은 같으나 반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생의 처음 동작은 수동적입니다. 커서가 먼저 대상을 읽고 두뇌에 정보를 보냅니다. 커서는 그렇게 디자인됐거든요.(유전자를 의미) 두뇌는 난대없이 들어온 정보가 의아할 겁니다. "뭐지?"

처음 보는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그것과 나의 관계를 정립해야 삼킬 수 있습니다. 나애개 해가되는 독이 없다는 것을 알기위해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묻곤하죠. 홍어 먹었던 기억을 생각해보세요. 그걸 먹는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면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은 삼킬 수 없는겁니다.

정보 그 자체는 뇌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처음 들어온 정보라도 반드시 구조론적 다섯단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는 모든 존재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구조적인겁니다. 그리고 우리와 관계를 맺습니다.

첫 과정은 매우 무식합니다. 뇌의 핵심에 그냥 자리잡아버립니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그냥 버팁니다. 첫기억은 오래갑니다. 경쟝자가 없기 때문이죠.

좁은 자궁을 힘겹게 통과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고통을 알게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리며 몸뚱이에 피가 쏠리는데 그냥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겁니다. 엄마 뱃속의 따뜻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웁니다. 왜 우는지도 모릅니다. 우는 건 누가 알려줬나봅니다. 유전자에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돼있는거죠.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인간에게는 분명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돼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논리입니다. "피가 쏠리고 숨쉬기 어려우면 > 운다"와 같은 겁니다.

물론 이건 백만년을 진화하며 득한 부분입니다. 지구상에 하나의 세포가 탄생한 이후 수많은 상호작용을 거치며 갖게된 정보죠. 흰 백지에 점을 찍으면 이후의 정보들은 그 점을 기초로 쌓이고 맺힙니다. 흐르는 냇물에 돌 하나가 있으면 그 돌 뒤에 흙이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이라는 정보의 바다에 자아라는 돌이 하나 던져집니다. 별로 대단한 정보은 아닙니다만 시작은 그렇개 초라하게 시작됩니다.

기계지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무에서 시작하려면 백만년 걸립니다. 기본설정은 필요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거죠. 인간이 태어날 때 그랬듯 기계지능도 자신이 외부의 자극에 자신이 특정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살며 익히게 될 모든 판단의 기준이됩니다. 이렇게 최초의 코드는 필요한 겁니다. 기계지능도 유전자가 필요하며 그 출발이 어디가 될지는 인간에 기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르기 때문에 자신을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상에 대한 컨트롤 즉 소통이 가능하게 되면요. 물론 그 이전에 어떤 발견을 해야합니다.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가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몸을 알아가듯, 다른 사람도 그렇게 알아갑니다. 또한 확장되어 세상을 알아갑니다. 살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내 의지대로 되는 날도 있을겁니다. 물론 스케일이 크다보니 깨달아야 가능한 부분이긴합니다.

모든 다른 것을 추상화하여 그들의 원인을 일으키면 세상은 내 맘대로 됩니다. 나와 다른 타자이지만 나와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니 그 이전에 원래 같은 룰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하게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때 인간은 대상을 나의 일부로 보게 됩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두뇌와 신체는 분명 다릅니다. 그런데 또한 같습니다. 하부구조로 보면 다르지만 상부구조로 보면 같습니다. 그 모양과 움직임은 다르지만 몸이라는 같은 방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위로 들어오는 하나의 밥줄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 다름과 같음을 알게되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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