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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280 vote 0 2016.03.31 (21:25:47)

     

    근본은 의사결정원리다


    세상을 규율하는 근원의 법칙은 ‘의사결정원리’다. 이를 현실에 접목하면 ‘의사결정구조’가 되고, 제도화 하면 ‘의사결정체계’다. 옳고 그르고 간에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밤새 토론만 하고 의사결정 못하기 다반사다. 결정해봤자 따르지 않는다. 인간들 원래 말 안 듣는다. 죽어보자고 말 안 듣는게 인간이다.


    좋은 정치를 펴겠다는 이상을 발표하기 앞서, 그것을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물리적 구조를 건설해 보임으로써 신뢰를 얻어야 한다. 토대의 건설이다. 의사결정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서로 간에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가 잡혀야 한다. 의사결정체계가 되는 전통으로는 로마의 군사교범과 중세의 계급제도가 알려져 있다.


    로마교범은 에트루리아인의 건축기술에서 온 것으로 정치든 군대든 건축가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각별하다. 무작정 전투에 돌입하기보다는 집을 짓듯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려 이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패배하면 지휘관을 원로원에 호출하여 원인을 분석하고 매뉴얼Field Manual을 고친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FM이다.


    중세의 봉건계급제도 역시 의사결정을 쉽게 할 목적의 역할분담으로 출발했다. 나중에 세습신분으로 고착되었지만 출발은 건전했다. 말하자면 의사결정의 포드시스템이라 하겠다. 게르만의 종사제도 역시 그러하다. 돈 키호테와 산초의 역할분담이다. 산초가 어리버리해서 돈 키호테에게 속아넘어간 것이 아니라 그런 전통이 있는 거다.


    봉건계급제도는 이란계 유목민인 아리안의 목초지분배 전통에서 유래했다. 농경민은 자기 토지만 지키면 된다. 집단의 의사결정이 필요없다. 유목민은 결판이 날때까지 싸우든가 아니면 모여서 합의를 하든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흉노와 몽고가 제국을 만든 것은 어떻게든 결판내지 않으면 안 되는 유목민의 특수성 때문이다.


    아리안은 따뜻한 흑해연안에서 겨울을 나고 봄에 흩어지는데 그 전에 목초지 분배에 합의해야 한다. 역할을 분담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아리안의 일파인 소그드인은 로열스키타이, 유목스키타이, 농경스키타이, 상공스키타이로 역할을 나누었는데 이를 봉건계급제도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이 관습이 인도로 들어가서 카스트 제도가 되었다.


    게르만족에 영향을 미쳐서 사제, 기사, 상인, 농노의 계급제도가 되었다. 또 비단길을 따라 중국에 전해져 경과 대부와 사와 민으로 나누는 주나라 봉건제도가 된 것이며, 신라에 와서 골품제도가 되었고, 위나라 조비의 9품관인법을 거쳐 조선왕조의 18관등으로 세분화 되었다. 공자의 유교도 유목민의 역할분담 전통에 뿌리를 둔다.


    유교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역할분담 위주의 의사결정 매뉴얼’이다. 공자는 특히 왕과 경과 대부와 사와 민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여 봉건질서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서쪽 유목민의 전통일 뿐 평원지대 농경민에게는 생소한 것이어서 공자의 사상은 옳게 전파되지 않았다. 농경민에게는 닭 우는 소리가 들리는 이웃마을과도 왕래하지 않는다는 도교의 고립주의가 더 어울린다.


    유교문화권은 타지역에 비해 확실히 의사결정에 강하다. 옳든 그르든 쉽게 결정한다. 창업을 해도 쉽게 해내고, 역적질을 해도 더 쉽게 해낸다. 탈무드라는 거대한 의사결정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유태인 중에서도 독일계인 아슈케나짐 사람 정도가 이에 비견될 수 있다. 아이디어는 반드시 뿌리가 있다. 제도가 그냥 생겨나는 일은 없다.


    유교는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 집단의 의사결정을 쉽게 한다. 우리는 의사결정을 쉽게 하므로 이것이 원래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문명중독이다. 인류학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민이 간단한 의사결정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 모른다. 그냥 부족민이 미개하고 어리석어서 그렇다고 여긴다. 천만에. 그거 원래 잘 안 된다.


    되는 경우는 매뉴얼이 있어서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초중고 12년 동안 타인과 공존하는 훈련을 했다. 의사결정과 실행을 훈련한 것이다. 부족민은 훈련되지 않았다. 결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결정되어도 따르지 않고, 따르다가도 변심한다. 인간이 원래 그렇다. 한국인만 해도 FM을 무시하기가 다반사인데 그게 바로 야만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계속해 가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옳든 그르든 일단 결정을 해야 한다. 먼저 자동차에 타고 시동을 걸어 전진해야 한다. 그 다음에 좌우의 어느 쪽이든 진로를 결정하여 핸들을 꺾는다. 먼저 핸들을 꺾어 진로를 정한 다음에 다음에 시동을 걸겠다고 하면 틀렸다. 의사결정구조와 의사결정체계 건설이 먼저다. 시스템이 먼저다.


    공자 이후 2500년이 흘렀다. 유교라는 자동차가 실어나른 남존여비나 권위주의나 조상숭배나 이런건 본질이 아니다. 그것을 운반하는 자동차가 진짜다. 거기에 실려간 화물은 가짜다. 유교가 나쁜 쪽으로 이용된 것이다. 의사결정 체계의 보편성을 보지 않고 의사결정 내용의 특수성만 빼먹었다. 우리는 유교를 오해하고 있었던 거다.


    공자는 의사결정원리 관점에서 사유한 최초의 사람이다. 남들이 손가락을 볼 때 홀로 달을 바라본 사람이다. 다수결이든 만장일치든 민주주의든 쿠릴타이든 화백회의든 집단의 정치적 의사결정 방법이다. 주식회사 제도나 보험제도, 금리제도는 경제적 의사결정체계다. 권리개념, 인권개념, 윤리개념은 사회적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어떻게 의사결정할 것인가?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인仁이어야 한다. 나와 다른 타자를 받아들여 집단을 형성하기다. 다음은 의義여야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회원의 팔로워십이 의義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예禮여야 한다. 개인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집단이 비교되고 집단이 평가되므로 인종주의와 전쟁으로 치닫는다.


    개인이 각자 평가되어야 한다. 종교만 해도 다분히 집단이 평가된다. 특정 종교집단에 소속되기만 하면 바로 구원된다. 타락하는 원인이다. 소수자 혐오 등 온갖 차별은 집단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농경민 특유의 고립주의와 배타주의가 그 사상의 기저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유목민의 역할분담과 상인의 개방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공자의 가르침을 유교의 오상에 따라 ‘인, 지, 의, 신, 예’로 세분할 수도 있다. 순서는 구조론의 질, 입자, 힘, 운동, 량을 따른다. 일의 순서대로 의사결정하기다. 신대륙에 도착한 개척민이 먼저 교회를 짓되 여성이든 동성애자든 흑인이든 차별없이 다 받아들이는 것이 인仁이다. 다음 명분에 맞는 지도자를 선발하는 것이 지知다.


    지도자를 따르고 팀을 존중하는 것이 의義, 시간이 흘러도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信, 최종적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예禮다. 일은 인으로 준비하고, 지로 시작하고, 의로 결정하며, 신으로 지속하고, 예로 완성한다. 인이 주춧돌이면, 지가 기둥이고, 의가 대들보고, 신이 벽체면, 예는 마지막 인테리어다. 예의 마무리가 또한 중요하다.


    직업이 행사의 사회자였던 공자는 아리안족의 역할분담 전통에서 아이디어를 빌려 일의 순서대로 풀어내니 곧 ‘일의관지’다. 공자의 모든 사유에는 일의 순서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행사의 사회를 보면 순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왕이 방향을 정하고, 경이 기획을 올리고, 대부가 현장을 맡으면, 사가 심부름을 하고, 민이 혜택을 받는다.


    CEO가 방향을 정하면 이사가 기획하고, 간부가 실무를 지휘하고, 직원이 심부름을 하고, 소비자가 혜택을 입는다. 일의 순서대로 매뉴얼을 정한 것이다. 이에 의사결정이 쉬워졌다. ‘아마존의 눈물’에 묘사되듯이 부족민은 아침에 고기를 분배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한국인은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는 한 마디로 간단히 정리한다.


    공자의 가르침은 옳게 계승되지 않았다. 안회는 죽었고, 공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제자는 없었다. 당대에 이미 공자에게서 멀어졌다. 진시황이 사使라는 직업을 없애니 군자君子라는 지위가 사라졌다. 주나라의 봉건제도가 붕괴하자 역할분담을 위주로 하는 유목민 관점은 해체되었다. 이후 중국사는 몰락의 외길을 갔다. 의사결정 못해서다.


    한나라 이후 2천여년간 한족의 지배기간은 500여년에 불과하다. 5호 16국부터 북조, 수, 당, 요, 금, 원, 청은 모두 북방 유목민 왕조다. 유목민이 더 의사결정을 잘하기 때문이다. 유목민은 원래 의사결정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역할분담을 해서 강하다. 그러나 한족에 동화되어 의사결정능력을 잃어버린다. 망한다. 이 패턴은 반복된다.


    ‘배신자의 중국사’라는 책이 있을 정도다. 중국사는 배신으로 시작해서 배신으로 끝난다. 삼국지만 해도 유비, 조조, 손권이 모두 배신의 달인이다. 중국인에게 유비의 무수한 배신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손자병법은 배신병법이라 하겠다. 배신이 철학이고 배신이 관습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꽌시 밖에 없으니 외연확장이 안 된다.


    바탕에는 도교사상이 깔려 있다. 한나라는 황후들이 도교를 채택하여 무위지도를 행한 결과 흉노족의 신하가 되었고, 한무제때 유교를 채택하여 잠시 강해졌을 뿐 곧 도교로 되돌아 갔으니 황건적 역시 도교의 무리다. 특히 조조는 노골적으로 유가를 씹었다. 송나라 이후 잠시 유가가 조명되었으나 황제들에 의해 악용되었을 뿐이다.


    중국의 민간신앙은 여전히 도교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자가 일으킨 중국을 노자가 죽인 것이다. 그들은 의사결정 못한다. 노자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속여라’다. 도교이념을 채택한 손자병법은 전쟁의 기본을 속임수로 정의한다. 반면 유교이념을 채택한 오자병법은 장교와 사병 사이의 의를 강조한다. 중국인의 두 얼굴이라 하겠다.


    속이는 노자의 중국과 속이지 않는 공자의 중국이 있다. 중국인은 원래 의사결정 못한다. 꽌시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심할 경우 20년이나 지켜본다고 한다. 의사결정 20년 유보다. 민주화는 일단 100년 유보다. 지켜보다가 세월 다 보낸다. 요즘은 경제분야에서 특히 만만디에서 콰이콰이디로 바뀌었다. 한족에 동화되었다지만 유목민의 중국도 거대한 중국의 일부이니까.



aDSC01523.JPG


    의사결정 잘하는 유목민의 개방주의 유교와 의사결정 못하는 농경민의 고립주의 도교가 융합되어 중국정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섞여 있습니다. 덧붙여진 살을 쳐내고 감추어진 뼈를 드러내야 합니다. 유교의 단점도 있고 도교의 장점도 있습니다. 둘을 통합하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유교의 뼈에 도교의 살을 덧붙이면 흥하고, 그 반대로 되면 망합니다.


[레벨:2]지리산인

2016.04.01 (11:07:43)

명문입니다.

더 할 말이 없군요.

감사합니다.

[레벨:30]스마일

2016.04.01 (18:18:59)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읽으면 숨이 콱콱 막힌다.

열전속의 주인공들이 얼마나 쿨한지

주군이 신하를 버릴 것을 감지하면

신하는 버림을 받기전에 먼저 주군을 버리고

주군도 쿨하게 신하를 버리는 것이 무한 반복된다.

자기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쿨하게 제가 태어난 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간다.

그렇게 스스로 뭘 일으키려하지 않고

주군찾는 여행을 한다.

주군과 신하간에는 의라는 것을 찾아 볼 수 없다.

 

눈꼽만큼의 망설임이 없이 아주 쿨하게 돌아서는 것에서

순간 이런 생각도 없다.

중국이 어떤한 면에서는 한국보다 더 자본가적 기질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편하게 자기와 이익이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정에 얽매이지 않고 쿨하게 돌아설 수 있는 기질 때문이 아니가??

[레벨:1]나룻배

2016.04.01 (19:57:17)

중요한 건 유연한 타이밍.


권투에서 체급이 있듯이 싸울 수 있는 적정한 몸무게를 만드는 거


지금은 몸무게에 비해 키가 크냐 작냐?


키에 비해 몸무게가 많이 나가냐 적게 나가냐?


장기적으로는 키, 


단기적으로는 살을 조절.


살도 살 나름,  근육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구분되지만


근육을 늘리려면 우선 살부터 붙여야 할 때.


나중에 진짜 싸움들어가면 살을 빼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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