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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57 vote 0 2016.03.26 (20:16:45)

     

    구조론의 세계에 빠져보자


    거기에 황금이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백 미터도 파들어가는게 인간이다. 구조론이 어렵게 생각될 수 있지만, 딱 이것이 전부이고, 이 바깥에 아무 것도 없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


    ‘완전성’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 ‘완전한 것은 이런 것’이라는 대략적인 느낌을 가져야 한다. 타격감을 잃어버린 야구선수가 전성기 때의 모습을 담아놓은 비디오를 보고 그 때의 느낌을 떠올려 밸런스를 회복하는 것과 같다.


    완전한 것은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조절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에너지에 ‘의하여’ 가능하다. ‘의하여’가 중요하다. 항상 상부구조가 있는 것이다. 반면 ‘위하여’는 망한다. 계 전체를 통제하는 조절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그럴 때 계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통제가 가능하다. 그럴 때 완전하다.


    언어로 깨달아야 한다. 존재는 사건이다. 언어는 사건을 반영한다. 사건은 시공간에 펼쳐진다는 점에서 완전성이 있다. 언어 역시 완전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언어는 대개 불완전하다. 사건의 일부만을 반영한다.


    관측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눈, 코, 귀, 입, 몸으로 통해 얻은 데이터를 뇌에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잘못된다. 파편화된 사건의 부스러기를 언어화 한다. 사건 전체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


    깨달음은 완전한 언어의 획득이다. 완전한 언어는 공간적 대칭과 시간적 호응으로 조직된다. 전제와 진술로 대칭을 이루고, 조건문과 반복문으로 호응을 이룬다. 하나의 언어 안에 두 개의 사건이 연결된 구조가 있다.


    어떤 A의 변화가 B의 변화를 부를 때, 그 A와 B를 통일하는 제 3의 C의 존재와 그 C의 변화하는 방향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때 사건은 완전해진다. C는 계나 장의 형태로 존재한다.


    “바람이 불면 춥다. 추우면 옷을 입는다.” 완전한 문장의 예다. 생략되고 함축된 것을 펼쳐보자. ‘바람이 불면 몸이 춥다. 몸이 추우면 옷을 입는다.’ 여기서 두 개의 사건은 바람과 몸의 관계, 그리고 몸과 옷의 관계다.


    조절장치는 바람이 부는 정도에 따라 더 많은 옷을 입는 것이다. 바람이 부는 A와, 이에 따라 몸이 추운 B와, 이에 맞서 옷을 입는 C와 더 많은 옷으로 조절하는 C의 변화까지 풀세트로 갖추어졌다. 완전하다.


    딱 느낌 와주는 거다. 뭔가 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똥꼬부터 뻑적지근하게 차오르는 충일감이 있다. 이 구조를 갖추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어색하다. 느낌이 어색하면 보나마나 틀린 거다. 안철수가 하는 짓을 보면 나사가 하나 빠져 있는 느낌이 딱 들지 않는가. 그런 거다.


    깨달음은 느낌으로 직관한다. 소실점이 맞지 않는 이발소 그림을 봐도 온 몸이 뒤틀리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느낌이 와줘야 한다. 1초 안에 기계적으로 몸이 반응한다. 체온이 올라가고 등이 따끔거린다.


    ‘개가 꼬리를 친다. 반갑다는 신호다.’ 어색하지 않는가? 조절장치는? 개는 꼬리를 몇 번 흔들어야 하지? 한 번? 두 번? 세 번? 도둑놈에게는 왜 꼬리를 흔들지? 왜 개는 꼬리 흔드는 횟수로 반가운 정도를 조절하지 않을까? 여기서 온 몸이 뒤틀리는 느낌이 와줘야 한다. 두 말이 필요없다. 이런건 개소리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진짜 이유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항문냄새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도둑에게는 꼬리를 흔들어 위협한다. 주인에게는 꼬리를 흔들어 자기 존재를 알린다. 개는 겁먹었을 때만 꼬리를 감춘다.


    여기서 개가 꼬리를 흔드는 횟수는? 어떻게 조절하지? 안테나와 같다. 안테나는 지속적으로 켜져 있어야 한다. 상대방과의 대치상태가 유지되는 한 꼬리를 흔들어야 한다. ‘나는 너를 쳐다보고 있어.’ <- 이 상태를 유지하는 한 계속 꼬리친다.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주인에게 얼굴을 부비는 이유는?’ 마찬가지다. 눈밑에 냄새를 분비하는 취선이 있다. 냄새를 자기 얼굴에도 바르고 사람에게도 바른다. 고양이가 세수를 하는게 아니라 냄새를 바르는 것이다.


    고양이는 외출했다 돌아온 주인에게서 낯선 냄새가 나면 도망가기도 한다. 냄새에 대해 호불호가 있다. 여기에 조절장치가 있다. 고양이는 어느 정도로 얼굴을 부비지? 냄새가 충분히 묻혀질때까지 얼굴을 부빈다. 조절장치가 작동하고 있으면 보나마나 맞는 말이다. 직관으로 알 수 있다.


    ‘냇물 속에 가만이 서 있는 학은 왜 한쪽다리를 들고 있을까?’ ‘추워서’라고 배운다. 틀렸다. 관찰해보면 알겠지만 많은 새들이 한쪽다리를 들고 서 있다. 체온을 절약하기 위해 한쪽다리를 들고 있다면? 아기새들은 추워서 물에 안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조절하지? 조절할 수 없다.


    체온을 절약하기 위하여라고 했다. 위하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모든 ‘위하여’는 조절할 수 없다. ‘의하여’가 조절장치다. 그러므로 ‘위하여’는 틀렸고 ‘의하여’는 맞다. 맞는 말인지 개소리인지는 이것으로 1초만에 판별가능하다.


a13.jpg


    ‘의하여’는 상부구조를 끌어들이므로 에너지가 있고 조절이 가능하다. 조절되면 완전하다. 어떤 주장이든 말이 되려면 A와 A의 변화, 이에 연동된 B와 B의 변화 그리고 둘을 통합하는 C와 C의 변화가 진술되어야 하며 C의 변화에 일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하고 C는 계나 장의 형태를 가져야 하며 C의 변화는 의하여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 구조를 훈련하면 직관력을 키울 수 있다. 1초 안에 판단한다. 이 구조는 대칭과 호응의 형태로 언어에 반영되어야 한다.


    

   aDSC01523.JPG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켜지는 달도 보지 말고 둘 사이의 관계를 봐야 합니다. 둘 사이에서 치고 나가는 방향성을 봐야 합니다. 에너지가 유입되는 부분을 봐야 합니다. 조직이 뻗어나가는 생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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