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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백공팔
read 2231 vote 0 2016.03.14 (01:43:07)

서울 주제모임 (1차) 후기

일시 : 3/12 토 19:00~23:00
장소 : (1차) 강남역 12번출구 앞 커피전문점 [TOMNTOMS]
        (2차) 강남역 12번출구 근처 민속주점 [양은주전자]
참석자 : 4명 (챠우, 수원나그네, 오리, 백공팔)
주제 : 인공지능

Q1. 알파고가 보여준 것

 > 숫자로 된 입력값을 받아, 숫자로 표현가능한 기대가치를 최적화하는 일에
  기계가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 알파고는 검색에서 보여 주었던 구글 DNA의 또다른 산물이다.
  구글은 태생부터가 인간의 뇌구조를 인터넷에 복제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알파고의 성공모델은 예술, 의료,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어디다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 그러나, 우리는 이대로 구글이 짜놓은 판에 낚일 것인가?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떼돈을 벌어본다?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Q2.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이 아직 하지 못하는 것

 >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들은 아직 어설프다.
  억지로 숫자로 표현하도록 변환시켜 보는 시도는 있었지만, 음악/미술 등에 대해서는 아직 어설프다.
  
 > 아직까지 스스로 자기 외부와 상호작용하여 주체적으로 입력값을 얻지 못한다.
  알파고는 (바둑이라는) 정해진 룰 안에서 정해진 형태의 입력값만을, 그것도 철저히 수동적으로 입력받는다.
  
 > 물체의 인식을 물체가 가진 질감이 아닌 그 물체의 각/면/선이 가진 특질만을 입력받아 인식하는 접근은
  정확한 인식에 한계가 있다. 
  인간은 크기/색깔 등 2차원적 데이터만 입력받아 이를 추론하여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체의 질감/촉감 등이 주는 3차원적 패턴을 기억하고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은 인간이 3차원 공간에서 사물들과 상호작용해서만 입력받을 수 있는 데이터이다.
  
 > 패턴의 인식은 할 수 있지만, 이를 통합하여 아이덴티티를 추론하지 못한다.
  사람의 앞얼굴 패턴을 보고 이것이 사람인지 맞출 수는 있지만, 동일 사물의 앞/옆/위 모습을 보고
  이를 통합하여 동일 객체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아기가 만 1세 정도에 생기는 능력인데, 이는 아기가 주체적으로 자기 외부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아기가 보는 엄마 얼굴의 앞/옆/뒷모습이 달라도 동일한 피드백을 주는 주체라는 것을 경험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다. 
  
 > (19금) 섹스봇이 생겨 인류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우려에 대하여,
  설령 사람의 행위를 똑같이 에뮬레이션하는 기계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관계의 본질을 대체하지 못한다.
  섹스의 본질은 두 사람, 더 나아가 그 둘을 둘러싸고 있는 environment가 공유되는 메커니즘이며
  기계가 흉내낼 수 있을지도 모를 그 행위는 그저 그 관계의 자궁이 낳은 결과일 뿐이다.
  현재의 기계는 관계를 이해하기는 커녕 자아의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


Q3. 진정한 인공지능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인간 아기가 그러하듯 주체적으로 외부와 상호작용하여
  자기가 취한 액션에 대한 외부 피드백의 패턴을 학습해야 한다.
  그 학습의 결과물이 자기가 취했던 그 액션의 유형에 따라 분류될 수 있어야 추상적 인지가 가능하다.
  
 > 자아라는 것은 대칭이 인식될 때에야 형성가능하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의 경계는 나와 대칭을 이루고 나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발견될 때 확인된다.
  더욱 진보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이 자기 외부와 대칭을 이루고 상호작용하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비로소 입자 수준의 인공지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입자 수준의 인공지능이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욕구/압력을 느끼고 이에 반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때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아이가 자라 사춘기 소년이 된 정도라면) 
  비로소 질적 수준의 인공지능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내리 3번 꺾으며 인류에게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음을 선포하던 날,
4명의 구조론 회원이 지하 막걸리집에 앉아 그럼 그 다음 세상은 어떻게 될지,
더 나은 인공지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위에 적은 것 말고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계속되었으나,
하루가 지나 머릿속에 기억남은 것들만 대략의 어설픈 논리얼개로 엮어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사실 구조론 안에서 이미 다 결론났던 내용의 반복에 불과하건만
네 시간이 언제 후딱 지나갔는지 모를, 대뇌가 짜릿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짜릿함에는 나름 중독성이 있습니다. 
혹시 다음 모임에 참석을 고려하시는 회원님들은 이 점에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6.03.14 (03:21:57)

대화의 내용보다 정리의 수준이 탁월한 것 같군요~

[레벨:7]아바미스

2016.03.14 (08:48:44)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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