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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141 vote 0 2016.02.25 (12:01:14)

     

    세상의 모든 말은 결국 ‘의사결정’ 하나로 환원된다. 의사결정은 ‘일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 일의 순리는 ‘에너지의 결’이 결정한다. 자연의 에너지가 있는가 하면 인간의 의사결정 에너지도 있다.


    자연의 에너지는 태양에서 온다. 화석연료도 있지만 그 또한 과거의 태양에서 온 것이며, 원자력이 있다 하나 역시 근본은 태양에서 떨어져나온 것이다. 인간의 의사결정 에너지는 집단에서 온다. 큰 집단에서 큰 에너지가 나온다. 큰 집단은 왕이다.


    에너지는 왕에게서 나온다. 왕보다 큰 집단은 민이다. 에너지는 민에서 나온다. 민을 앞세우면 진보이고 왕을 앞세우면 보수다. 왕과 민이 싸우면 왕이 이긴다. 왕은 에너지가 형성되어 있고, 민은 장차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계속 싸우면 민이 이긴다. 왕의 에너지는 싸움을 통해 고갈되고 민의 에너지는 싸움을 통해 집약되기 때문이다. 민을 결집하여 거기서 왕을 도출하는 것이 구조론의 정답이다.


    왕과 민 사이에 중간계급이 있다. 이들은 왕을 바보로 만들어놓고 이득을 빼먹으며 왕의 행세를 하는가 하면, 민이 결집하여 새로 왕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좋은 왕이 있을 때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또 장차 왕이 될 후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정답은 민을 가르쳐서 왕을 통제하는 것이다. 또한 왕을 가르쳐 제후를 통제하고, 제후를 가르쳐 경대부와 사를 통제한다.


    중간계급은 원래 없었다. 갑자기 중간계급이 나타나자 글자 아는 사람들은 당황하게 되었다. 혹은 은자가 되어 숨기도 하고 혹은 공자처럼 벼슬하여 정치를 바로잡으려 들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 중간계급이 원래 중국의 전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에는 오직 왕과 민이 있었을 뿐이다. 최초 단계에 민은 국민이 아니었고 노예도 아니었다. 민은 왕의 사냥감이었다.


    왕은 민을 잡아다가 인신공양을 하기도 했고 노예로 부리기도 했다. 백성 민民이 눈동자 안眼에서 눈알을 빼버린 글자라는 말이 있는 것이 이유가 있다. 민은 사람이 아니었다.


    인류의 모든 계급제도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 계급제도는 아리안족이 발명한 것으로 아리안을 계승했다는 이란이 그 원조이며 인도에 들어가서 카스트가 되었다. 이란의 국명은 아리안에서 온 것이다.


    아리안의 계급제도가 게르만족에 들어가서 종사제도가 되었고, 신라에 와서 골품제도가 되었고, 몽골에서도 징기스칸 가문을 검은뼈와 흰뼈를 구분했으니, 몽골은 색목인과 한인, 남인으로 차별하였다.


    주나라 이후 아리안의 계급제도가 중국에 수입되어 와서는 왕과 제후와 경과 대부와 사와 민으로 복잡해졌다. 나중에는 공작이니 백작이니 남작이니 하는 작위로 발전했는데 나중에는 20등급으로 복잡해졌다. 구품관인법으로 변하더니 조선에 와서는 정 일품, 종 일품 하는 식의 18관등이 되었다.


    하夏나라때부터 중국에 작위가 있었다고 하나 하는 주周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이므로 주나라의 작을 소급한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하나라 역시 서쪽 유목민의 땅에 기원하고 있으므로 작이 있었을 수 있다.


    사마천은 하夏가 흉노의 후예라 했으니, 하夏는 중국이 아니며 아리안의 계급에 영향받었을 수 있다. 하여간 환빠들은 이왕 구라를 치는 김에 은나라를 미는 것 보다 흉노와 연결시켜 하나라를 미는게 더 그럴듯하다. 동흉노가 만주까지 진출한 것은 사실이니까.


    은나라는 전형적인 노예사냥 국가이니 아리안족의 계급제도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아리안족의 계급제도는 게르만의 종사제도와 같아서 위아래가 친하다. 산초가 돈키호테를 따르는 것이다.


    인도의 카스트도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쟈티’라고 하는데 일종의 분업제도이다. 은나라는 국민을 약탈대상으로 삼는 나라였다. 몽골인이 남송인을 대할 때는 사람이 아니라 양떼로 취급한다. 전쟁을 해도 양떼를 몰이하듯이 한다. 잉카나 마야, 아즈텍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국민으로 치지 않는다. 사냥대상이다. 사람을 수십만명씩 잡아먹기도 한다. 바이킹이나 왜구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지배하는게 아니다. 이에 비하면 분업을 중심으로 하는 아리안의 계급제도는 당시 기준으로는 진보한 제도이다.


    고대 로마나 그리스의 노예제도 역시 국민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성에 살았으며, 그들의 사유는 작은 성이나 도시에 갇혀 있었고, 성 밖에 사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야인이었으며 벌레와 다름없는 존재로 여겼다. 노자와 공자의 차이는 주나라의 복잡한 계급제도를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모든 중국적인 것은 역易에서 나왔고, 역은 점을 치는 것이며, 점은 의사결정하는 것이고, 의사결정은 대칭을 쓴다. 점쟁이를 찾아가서 묻기 전에 미리 많은 것을 정해두어야 한다. 막연히 ‘어떻게 할까요?’ 이러면 점쟁이도 참 난감하다.


    델피의 신전에 가서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입니까?’ 이렇게 물으면 답은 50퍼센트 확률로 나온다. 점괘는 원래 찬반 외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델피의 신전은 돈과 공물을 많이 바치면 더 복잡한 점괘가 나온다고 하는데, 돈이 없는 서민들은 오직 YES와 NO로만 물을 수 있었다. 그래서 졸지에 소크라테스가 현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 우쭐해진 소크라테스는 겁도 없이 현자의 길을 가다가 죽었다.


    중국식 점은 예스 아니면 노다. 거북이 등껍질을 구워서 선이 이어지면 길하고 끊어지면 불길하다. 중간이 없다. 점쟁이에게 가기 전에 많이 생각해야 한다. 이번 전쟁은 ‘이길까 질까’ 이렇게 구체적으로 물어야 한다. 잘못 물으면 소크라테스처럼 졸지에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가 되어버리는 수가 있다.


    갑골문을 연구해 보면 많은 한자가 점이나 제사와 관련되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된다. 반대로 영어의 어원을 연구해보면 많은 어휘가 상업과 관련하여 만들어졌음을 알게 된다. 원래 부족민은 단어가 많지 않다.


    아마존의 조에족이라면 ‘께또.’하나로 대략 해결한다. 보통 사람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쓰는 어휘는 600단어 안쪽이다. 고도의 추상개념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영어도 학술용어는 라틴어에서 가져오는데 자기나라 말로는 추상개념을 만들 수 없다. 일상어와 헷갈리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합쳐지는 과정에 서로 어휘를 빌려주며 그 과정에서 단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웃나라 말을 원뜻과 다르게 살짝 비틀어 쓰는게 보통이다. 우리말의 닭이 일본에 가면 새とり가 되는 식이다.


    노자의 사유는 철저하게 예스와 노에 맞추어져 있다. 대칭원리다. 노자가 점쟁이라면 공자는 제사지내는 사람이다. 공자의 사유는 아리안족의 계급제도를 배웠으므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즉 공자+계급이 정답인 것이다.


    ◎ 노자.. 지려고 하면 이기고 이기려 하면 진다. 

    ◎ 공자.. 왕도로 하면 이기고 패도로 하면 진다.


    노자의 말은 맞을 때 맞고 틀릴 때 틀린다. 공자의 말은 언제나 맞다. 지려고 해서 이기는 싸움은 유도나 씨름이다. 자세를 낮추고 밑에 깔린 선수가 엎어치기와 뒤집기로 이긴다. 권투를 그렇게 하면 망한다.


    노자의 게임은 상대가 있는 시합이며 공자의 게임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상대의 허점을 연구해서 이기는 자는 중간까지 갈 수 있으나 챔피언은 될 수 없다. 상대 역시 이쪽의 허점을 연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승부는 총력전으로 이기는 것이다. 실력으로 이겨야 진짜다.


    공자든 노자든 모두 중국인이다. 은나라는 점과 제사로 발전한 나라이고, 주나라는 계급제도로 발전한 나라이다. 노자가 조금 더 은나라 전통에 가깝고 공자는 더 주나라 영향을 받았다.


    공자는 은나라 후손이므로 점과 제사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는 사람이라 기본 깔고 들어가는 것이고, 흉노족 영향을 받은 주나라의 아이디어에 관심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역易은 변화다.


    노자의 사상은 은나라 전통에 따라 역에 관심을 둔 것이다. 변화는 상대가 있다. 계급제도는 상대가 없다. 변화는 아랫사람이 막고 있으니 왕은 일관되어야 한다. 왕이 변덕을 부리면 망한다.


    모든 중국적 사유는 대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단 한자부터 좌우, 상하, 전후, 원근, 장단 하는 식으로 짝이 지어져 있다. 노자는 그 사이에서 순환과 역설을 보려고 했고, 공자는 그 이상의 것을 보려고 했다.


    열역학 1법칙이 노자라면 2법칙이 공자다. 1법칙은 부정어법을 낳고 2법칙은 긍정어법을 낳는다. 1법칙이 까뮈라면 2법칙은 샤르트르다. 까뮈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답으로 삼고, 샤르트르는 답이 없으므로 우리가 답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노자의 사상이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니다. 노자는 유가 강을 이긴다고 분명히 말했다. 문제는 이 입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이지 못한 데 있다. 민이 유라면 왕은 강이다. 민으로 왕을 이겨야 한다.


    그러나 도덕경의 내용 다수는 왕이 은밀히 민을 제압하는 술책에 대한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면 평화가 온다는 식이다. 도덕경은 상당부분 왕을 위한 제왕학의 교재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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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는 은나라의 후예지만 약탈과 살인으로 연명하다 망한 은나라보다 계급제도로 흥한 주나라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아리안족의 계급제도가 일의 분업에서 유래한 점에 흥미를 느낀 것이지요. 거기서 일의 작동원리를 깨닫고 세상을 일의 원리에 맞게 조직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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