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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123 vote 0 2016.02.19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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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들이 각자 자신의 포부를 밝힌 후에 증석이 말할 차례였다.
    “봄이 오면 옷을 갈아입고 어른 대여섯명과 더불어 아이들 육칠명을 데리고 냇가에서 목욕하고 정자에 올라 바람쐬고 노래하다가 돌아오겠다.”
    공자가 감탄하여
    "나는 증석과 더불어 하겠노라.“


    다들 관직에 나아가 출세할 야심을 발표하는 중에 증석만이 아무런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말하고 있다. 자로는 어려운 나라를 구하겠다는 웅대한 구상을 밝혔고, 염구는 작은 나라에 벼슬하여 내치에 힘쓸 계획을 밝혔고, 공서화는 하급관료라도 되었으면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 현실정치에 참여하라고 가르쳤던 공자가 왜 증석을 칭찬했을까? 어쨌든 증석은 스펙이나 쌓으러 온 사람은 아니다. 소로의 월든을 떠올려도 좋다. 군자가 삶의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본받는다. 백성이 본받으면 사람이 변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증석이 가장 큰 계획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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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2편 안연顔淵


    “극기복례克己復禮하여 자신을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것이 인仁이다. 하루라도 자신을 이긴다면 천하가 어질게 된다. 인仁은 자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사람들로부터 말미암지 않는다.”


    인仁은 타인과 공존하는 능력이며, 예는 인을 실천하여 타인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존감의 훼손 때문이다. 자존감의 훼손은 무의식의 깊은 영역에 자리잡고 사회적 열등의식이나 우월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열등의식은 지나친 방어행동을 하게 하고, 우월의식은 무모한 공격행동을 하게 한다.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게 된다. 청소년의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본능이나, 이성과 맺어지고자 하는 본능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역시 타인과의 공존을 방해하여 탈주하거나 혹은 침범하게 한다.


    신과의 일대일에 의하여 호연지기를 얻어 나와 타자의 경계를 지우고, 천하인이 됨으로써 그러한 본능과 무의식을 극복할 수 있다. 비로소 타인과 공존할 수 있다.


    ‘극기복례’는 공자의 사상 전반을 관통하는 주요개념이므로 적극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보수꼴통이 좋아하는 극기훈련 따위 저급한 논의로 간다면 좋지 않다.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생리적 욕구의 극복이나 분노조절 따위 곁가지로 흐른다면 곤란하다. 인간에게는 극복해야 할 세 가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 있다. 괴력난신을 추구하는 종교본능, 서열상승을 추구하는 정치본능, 대칭행동을 추구하는 역할본능이 그것이다.


    모두 인간의 사회성에서 비롯한다. 사회관계가 인간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파괴하기도 한다. 괴력난신은 고립공포, 분리불안에 따른 것으로 집단에 센세이션을 일으켜 주목받으려는 강용석 짓이다.


    서열상승은 집단을 장악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꼴마초 짓이다. 대칭행동은 남자답게, 여자답게 하며 비교하여 의사결정을 편하게 하려는 행태다. 이런 것이 인간을 파괴하는 원천이다.


    이런 행동은 의사결정을 쉽게 하여 인간에게 강력한 심리적 에너지를 주므로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 괴력난신으로 가서 음모론을 유포하거나 혹은 빨갱이 사냥을 선동한다. 서열상승으로 가서 마초 가부장놀음을 벌이며 서로 밥값을 내겠다고 다툰다. 대칭행동으로 가서 대칭구도를 헷갈리게 하는 동성애자를 공격한다.


    군자는 의사결정능력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소인배는 사회를 파괴하는 못된 짓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범죄자의 행동과 같다. 범죄자 집단을 결속시키고, 집단을 장악하며, 의사결정을 쉽게 하는데 이 세 가지 수법이 쓰인다.


    이 셋은 모두 반사회적 행동이지만, 고립된 지역이면 외부세력을 퇴치하고 약자의 불만을 억눌러서 지역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부족민은 이 방법을 쓰므로 여전히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


    개방된 도시에서 이 수법을 쓰면 공격받은 소수자가 다른 나라로 떠나므로 경쟁력을 잃고 무너진다. 위그노 탄압으로 남유럽이 몰락한 것이 그 예다. 시골에 젊은이가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공격받은 젊은이들이 안전한 도시로 떠나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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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


    공자는 예악禮樂이라고 했다. 예禮와 악樂은 국가에서 정해놓은 것이다. 예禮는 궁중매너와 에티켓에 있어서의 미학이다. 본래 궁중에서 쓰이던 것이 민간에게까지 전파된 것이다. 에티켓은 18세기 유럽 귀족들의 궁중파티에서 특히 강조되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문화와 예술과 스타일이 예악禮樂이다. 지금은 궁중문화가 없어졌으므로 우리가 춘추시대의 예법을 그대로 따를 이유는 없지만 대신 문화예술이 풍성해졌으므로 예의 본질은 이 시대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은 타인과 무리없이 공존하는 것이다.


    집을 지어도 지붕을 뾰족하게 하면 안 된다. 정신을 어지럽게 하여 공존을 방해한다. 옷을 입어도 깔맞춤이 아니면 안 된다. 역시 눈을 어지럽혀 공존을 방해한다. 자동차 디자인을 해도 꼴불견으로하면 안 된다. 역시 행인을 불쾌하게 하여 공존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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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근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귀신의 해침을 근심하는 것이요 두려워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일을 당하여 의사결정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념을 가지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 스스로 물러가고, 예악禮樂을 행하면 눈에 보이는 현장에서 일을 실행함에 두려움이 없다.


    21세기 이 시대에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학적 스타일을 완성하여 내면에 개인주의를 갖추면 두려움이 없다. 두려운 이유는 남의 눈치를 보고 의사결정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는 영화를 봐서 천만관객을 채우고, 남들이 입는 패딩을 입어서 매출을 올려주고, 일부러 원단을 찢어놓은 등산복을 입어서 나라망신 시키는 자는 개인주의가 없는 자다.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므로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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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이 명철함을 묻자 공자 가로되
    “집요한 참소와 아픈 하소연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명철하다. 집요한 참소와 아픈 하소연을 물리친다면 멀리 내다본 것이다.”


    집요한 참소와 절박한 하소연은 이웃의 이목을 끌기 위한 소인배 특유의 종교행동이다. 집단을 고도의 심리적 긴장상태에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녀사냥과 같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격한다. 외부의 타자를 배척하여 내부를 다지는 방법을 쓴다. 안과 밖이 대칭을 이루므로 그 집단은 고립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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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공이 행정을 묻자 공자 가로되
    “먹는 것이 족하게 하고, 군사가 족하게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 정사의 요체다.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먼저 군사를 버린다. 거기서 하나를 더 버린다면 먹을 것을 버린다.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


    일의 복제, 조합, 연출 순서대로다. 믿음은 복제되는 것이고 식량은 조달되는 것이고 군사는 연출되는 것이다. 군사는 즉시 모을 수 있다. 그러므로 연출이다. 식량은 가을까지 기다리거나 이웃마을에서 사들여야 한다. 그러므로 조합되는 것이다. 믿음은 얇은 유리와 같아서 한 번 깨지면 수습되지 않는다. 믿음은 복제되는 것이고 복제는 원본이 있으며 그 원본이 망가지면 아주 못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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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자성이 말하길
    “군자는 질質이 중요하지 문文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자공이 반박하길
    “문장은 품성과 같고 품성은 문장과 같다. 호랑이나 표범의 가죽이 개나 양의 가죽과 같겠는가?”


    여기서 문文은 예악禮樂으로 표현되는 미학적 스타일로 봐야 한다. 교양, 에티켓, 음악, 사교가 당시의 문文이었다. 은나라의 발달된 궁중문화로부터 비롯되었음은 불문가지다. 구조론으로는 질質이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으로 나타난다.


    현대사회라면 문文은 미학이다. 영화를 봐도 천만관객이 오는 흥행영화를 보는 사람과 소수의 관객이 찾는 예술영화를 보는 사람은 수준이 다른 것이다. 수준이 낮은 사람이 수준낮은 영화를 보고 수준낮은 음악을 듣는다. 남이 패딩을 입는다고 곧 따라입으면 수준이 낮은 것이며, 남이 등산복 입는다고 따라입으면 수준이 낮은 것이다.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하다는 것이 구조론이다. 극자성은 '내용'을 강조하고 공자는 '형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라고 하면 인간의 속마음을 생각하게 되지만, 구조론의 질은 다르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질이다. 질은 결합한다. 외부환경과 결합하는 정도가 질이다. 밀가루반죽의 말랑말랑한 내부상태가 질이지만, 말랑말랑하므로 주방장의 손과 잘 결합하여 외부 에너지작용을 잘 받아들인다. 공자는 진짜 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처럼 세월호에도 불구하고 '물에 빠뜨려놓고 골라서 건지겠다'는 말을 일삼는 사람은 외부와의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질이 아주 나쁜 것이다. 비단이 질이 좋다면 염색이 잘 되어야 한다. 외부와 교감하지 않는 배타주의 고집통은 질이 좋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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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리 문文을 배워서 예禮로 표현하면 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文은 문화다. 매너와 교양이다. 이를 집약하여 표현하는 것이 예다. 예禮는 발달된 궁중문화의 미학이다. 인仁은 복제하고 문文은 조합하고 예禮는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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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묻자 공자 가로되
    “당신이 욕심을 버린다면 상을 준다해도 도둑질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런 말은 물정을 모르는 선비의 순진한 생각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과연 임금과 귀족과 관리가 욕심을 버리면 도둑이 사라질까? 욕심을 버리는 쪽으로 국가의 이념을 세우고 집단의 가치로 정하면 도둑은 사라진다. 그것이 종교의 수준까지 이른다면 가능하다. 단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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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자의 덕德은 바람이고, 백성의 덕德은 풀이다.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


    일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관계다. 엔트로피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원리로 대응하면 백성이 결집하여 임금에 맞선다. 복수논리에는 상대성이 성립하므로 백성에 대한 임금의 우위가 사라진다.


    임금이 백성 위에 군림할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국가는 조건 따지지 말고 일방적으로 백성을 도와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기 존립근거를 얻는 것이다. 구조론 역시 일방적이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내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 보편적 복지 개념과 같다. 부자나 빈자나 급식은 똑같이 한다. 이건희 손자도 무상급식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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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은 먼저하고 소득은 뒤로 미루는 것이 덕을 쌓는 것이다.”


    일은 기승전결로 이어간다. 맨 먼저 가는 기가 가장 힘들고, 뒤에 오는 순서대로 편하게 묻어간다. 뒤에 오는 사람이 빨대 꽂아놓고 빼먹는 이익이 덕德이다. 현대사회는 권리의 형태로 덕德을 보상한다. 기起에 서더라도 저작권과 특허권을 인정받아 덕德을 쌓아두지 않고 소비한다.


    덕德을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바로 인세를 챙겨가는 짓을 삼가야 한다.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월세를 올리면 안 된다. 금전을 대출하면서 선이자를 떼면 안 된다. 확실히 성과가 나온 다음에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주식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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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질이 내부에 감추어져 있다고 착각합니다. 호두를 까보면 질을 결정하는 쭉정이나 알맹이가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건 피상적 관찰입니다. 다이아몬드의 견고함도 확실히 내부에 있습니다. 내부에서 전자기력이 탄소분자들을 꽉 붙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질은 다이아몬드가 그 반짝임으로 해서 멀리있는 관객의 눈길을 끄는 즉 외부와의 결합력에 있습니다. 오페라의 프리마 돈나가 독창을 할 때, 조명이 강하게 가슴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비춥니다. 멀리 있는 3등석 관객의 눈에도 잘 보입니다. 관객의 눈동자와 잘 결합하므로 질입니다. 마찬가지로 호두의 질도 그 호두를 먹는 사람과의 결합력에 있습니다. 




[레벨:5]vandil

2016.02.19 (17:01:54)

'사람이 타인과 공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존감이 훼손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명확하게 이유를 짚어 주시네요


이곳을 알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또한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안쓰럽습니다.

널리 알리고 싶지만 주변에선 별로 관심이 없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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