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의 실패와 노자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 과정에서 일어난 무수한 비극은 장개석 정권때 임명된 늙은 관료들이 젊은 대학생 출신 공산당 간부로 이루어진 상부에다 보고를 하지 않아서 일어난 참극이다. 지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공산당도 모르고, 모택동도 몰랐다. 늙은 관료들의 체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일일이 캐물을 수도 없다. 관료들이 노자의 ‘무위지도’를 실천한 결과로 수천 만명이 죽어나간 것이다.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도로에 사람이 죽어있어도 모른체 한다는 말이 있다. 역시 노자의 무위를 실천한 거다. ‘남의 일에 나서지 말라’는 가르침을 귀가 아프도록 듣는다. 일본인도 ‘남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배운다. 지하철 선로에 사람이 떨어져 죽어도 구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못하는 것이다. 2차대전이 패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덴노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히로히또는 내막을 알고 있었지만 도조의 체면을 생각해서 먼저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 독일이 항복한 후에도 일본군은 계속 죽어나갔다. 중국인들은 2500년 전부터 그랬다. 나서면 죽는다. 능력이 있으면 더 빨리 죽는다. 재능은 되도록 감추어야 한다. 나설 마음이 있더라도 제갈량처럼 기본 세 번은 빼다가 마지못해서 나서야 한다. 주는 벼슬이라고 덥썩 받았다가는 장비에게 맞아죽는 수가 있다. 로마는 패전해도 장수를 죽이지 않는다. 원로원으로 불러들여 패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운다. 중국은 승전해도 장수를 죽인다. 승리한 악비를 죽여서 송나라는 자멸했고, 누르하치를 해치우고 승리한 원숭환을 죽여서 명나라는 자멸했다. 중국사에 무수하게 반복되는 장면이다. 5대 10국 시대의 끝없는 혼란은 패턴이 같다. 왕이 장수를 전장에 보낸다. 장수가 승리한다. 이대로 돌아가면 죽는다. 위화도 회군이다. 루비콘강을 건너 왕을 갈아치운다. 그 다음의 전개는 앞과 정확히 같다. 살펴보면 중국사 전체가 이 패턴이다. 단 이민족이 지배할 때는 조금 나았다. 군대에서는 능력이 있어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 재주가 있으면 행정반으로 보내서 특혜를 주겠다고 유혹하지만 그게 함정이다. 차라리 알보병이 속은 편하다. 노자의 처세술이 먹히는 공간이 있다. 고약하다. 보통 이렇게 망하는 거다. 중국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내지 못하는 이유는 성과를 내고도 개인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에서 자료를 보내라고 하면 40명의 이름을 적어 보낸다. 노벨상은 단체에다 줄 수 없으므로 결국 중국은 상을 못 받게 된다. 공산주의 체제라서 그렇다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2500년 전부터 중국은 그래왔다. 누군가 한 사람이 공을 독식하면 반드시 화가 있다. 광범위하게 나눠먹어야 한다. 그만큼 중국인의 질투심이 엄청난 거다.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므로 직속부하라 해도 면전에서 나무랄 수 없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하를 꾸짖으면 복수한다며 밤에 칼 들고 쫓아온다고. ‘체면’이라고 표현하지만 소인배의 질투심이다. 공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아야 군자라고 했다. 남이 챙겨주지 않는다고 성내는게 소인배다. ‘한족’이라고 하지만 한족의 유전적 실체는 없다. 북경사람과 상해사람의 유전자 차이는 북경사람과 한국사람의 유전자 차이보다 훨씬 크다. 민족 개념이 다르다. 한자를 쓰니까 한족이라고 하는 거다. 인도 역시 그러하다. ‘인도민족’은 없다. 800개의 민족이 인도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다. ‘인도’라는 것은 영국이 식민지배의 편의로 만들어놓은 가상의 개념이다. 인도인은 자기네를 인도라고 부르지 않았다. 중국의 한족 역시 민족의 유전적 실체가 없으므로 오직 가문만 믿는다. 객가족이 객가족만 따르는 식이다. 태평천국의 난도 가문 간의 해묵은 갈등이 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문에는 적대가문이 있어서 수백년 간 줄기차게 대립하고 있다고. 태평천국의 교리와 상관없이 상대가문을 치기 위해 태평천국에 가담한 것이다. 먼저 치지 않으면 당하니까. 중국 하고도 딱 중간인 후베이성 우한武汉 사람들이 본심을 감추는 ‘후흑학’에 능하다고 한다. 꽌시로 맺어진 절친인데도 죽기 직전에야 ‘사실은 당신을 적으로 여겨서 수십 년간 경계해 왔다.’고 실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화 ‘무간도’의 설정이 중국인의 심리로 보면 일상적이다. 20년간 따라다니며 당신의 뒤를 캐고 있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양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적이니까. 말하자면. 꽌시가 아니면 절대 본심을 터놓고 말하지 않으며, 꽌시를 맺을때도 20년간 세심하게 관찰하고 여러 번 테스트를 거친다는 말이 있다. 이 내막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중국인 사업 파트너가 친구라며 추켜세워주면, 진짜로 친구가 된 줄로 착각하고 터놓고 본심을 말하다가 짤린다고. ‘친구야!’ 하는 친근한 말은 오늘부터 너의 뒤를 캐보겠다는 뜻일 수 있다. 무서운 나라다. 박근혜가 시진핑에게 싸대기 왕복으로 맞고 깨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일성과 모택동의 20년 우정을, 박근혜와 시진핑의 2년 안면으로 갈음할 수 있겠는가? 시진핑 졸라 두껍다. 보면 모르나? 김일성 정도의 두께라야 중국을 상대할 수 있다. 그래서 후흑학이다. 노자가 중국을 망쳐놓았을 수도 있고, 반대로 중국 특유의 복잡한 의사결정구조가 도덕경에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좋지 않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의사결정을 못하는 구조다. 뭐든 결정하면 어떻게든 발목을 잡히는 구조다. 어차피 의사결정을 못하므로 대신 한 번 결정하면 기본 100년을 밀어붙인다. 북중관계도 100년은 간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대만 끊듯이 낼름 끊고 절대 그렇게 안 한다. 대약진운동과 문화혁명이 그렇다. 방향이 틀렸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는데도 의사결정을 못해서 꾸물댄 것이다. 그 사이에 사람은 계속 죽어나갔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만만디로 결정해야 그 참상을 뼈저리게 겪은 중국인들이 등소평의 방향전환에 동의하고 순순히 따라와주는 것이다. 중국이 일찍 개방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수구세력의 반동으로 등소평이 죽는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의사결정이 빨랐다. ‘고려공사 3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너무 빠르게 의사결정하므로 3일도 못가서 바뀌는 수가 있다.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오면 일단 3일은 기다려봐야 한다. 3일 후에는 ‘3일전 명령을 취소한다’는 명령이 내려온다. 그 3일 후에는 ‘3일 전의 취소한다는 명령을 취소한다’는 명령이 또 내려온다. 고려시대부터 의사결정이 빨랐다. 나서는 사람이 있으므로 의사결정할 수 있다. 중국인처럼 모두가 3고초려를 외치며 뒤로 빼고 있으면 의사결정은 불가능이다. 노자의 무위지도를 따르면 정반대가 된다. 말하는 사람도 없고 앞으로 나서는 사람도 없어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대신 한 번 결정된 것은 꾸준하게 밀어붙이는 장점이 있다. 중국사 전체로 보면 최악이다. 중국은 더 잘할 수 있었다. 노자를 믿어서 유가를 죽인 진시황이 모든 것을 망쳤다. 자로는 성급하게 나서다가 죽었다. 자공은 과감하게 나섰어도 죽지 않았다. 나서야 하지만 무턱대고 나서도 안 된다. ‘과감하게 나서라.’고 하니까 제자들이 모두 과감하게 벼슬하러 떠나버렸다. 안회를 빼고는 3년도 찐득하게 엉덩이 붙이고 배우려들지 않았다.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원래 어렵다. 천하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P.S.
모택동은 노자의 무위지도를 잘 실천했다. 일본군과 싸우지 않고 배후에서 세력확장에만 힘을 쏟은 것이다. 장개석도 무위지도를 잘 실천했다. 일본군과의 정면대결을 피하고 지구전에 힘을 쏟은 것이다. 스틸웰은 그런 장개석의 신중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얼간이 스틸웰이 장개석을 씹는 바람에 맥아더는 중국에 상륙하지 못했다. 필리핀을 수복하고 중국≫한반도≫일본열도의 순서로 친다는 맥아더의 계획은 스틸웰의 삽질로 좌절되었다. 모택동의 무위지도는 먹혔지만 장개석의 무위지도는 먹히지 않았다. 왜인가? 상부구조는 절대 무위하지 말아야 한다. 하부구조의 무위는 가능하다. 상부구조는 외부와 연결하여 에너지를 조달하므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오자병법이 맞고, 하부구조는 내부에서만 움직이므로 에너지의 조달이 불가능하니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는 손자병법이 맞다. 장개석은 정공법으로 이긴 소련의 주코프를 본받아야 했다.
장개석의 전력이 9라면 모택동은 1이었다. 그래서 모택동의 전략이 먹힌 것이다. 9를 가지고 1의 짓을 하면 1이 된다. 장개석이 정공법을 써야 외교가 가능하고, 외교가 먹혀야 미군의 지원을 얻어 일본군을 제압할 수 있다. 공자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조건부로 노자를 구사해야 한다. 선공후노다.
노자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뒷통수를 쳐라.' 입니다. 노자가 아니라도 중국인은 원래 뒷통수의 달인입니다. 박근혜가 시진핑에게 속은게 아니라, 사실은 중국인 특유의 '20년간 지켜보기'로 카운트 들어간 겁니다. 박근혜가 속았다며 변덕을 부리면 시진핑은 반드시 보복합니다. '복수는 반드시 한다.'는게 중국인의 가르침입니다. 한 번 맺은 약속은 적어도 20년은 지켜야 합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지요. |
류사오치는 얼굴이 얇아서 후흑에 서툴렀기 때문에
몰락하기 전에 매번 모택동을 찾아가서 자문을 구하는 등
무위지도를 펼쳤지만 결국 재앙을 피하지 못했죠.
모택동이 매번 찾아오는 류사오치를 칭찬하고 위로하는 등 철저하게 본심을 감춘 거죠.
린뱌오는 우한 출신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후흑을 알아서
선제대응하느랍시고 쿠데타를 기도했으나
노련한 모택동은 진작부터 린뱌오의 동태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두께대로 가는게 공산당의 법칙.
공자-전쟁의 시대에 평화의 시대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
노자-전쟁의 시대에 생존을 꿈꾼 사람.
유소기, 악비, 원숭환을 보면 공자가 겹쳐 떠오르네요.
아니면 돌아가면서 영업하든지
대약진운동, 문화혁명으로 수 천만명이 죽고난 다음에야
방향전환이 가능했던 중국의 경우나
이명박근혜의 정치를 보고도 콘트리트 35%가 변하지 않는 것이나
결국은 같은 것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