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호흡하는 진보의 법과 죽어서, 고착된 보수의 법이 있다. 보수꼴통들은 죽은 법을 선호한다. 산 법은 배경을 살펴 정상참작을 해주는데, 이 경우 똑똑한 사람들만 머리를 써서 빠져나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귀족이나 평민이나 똑같이 처벌받는 기계적인 형법을 그들은 선호한다. 망부석을 곤장치고 송충이를 유배보내는 조선시대의 법률과 같다. 이러한 심리의 기저에는 국가권력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를 자신과 대립된 남으로 친다. 잘못된 생각이다. 이건희 손자라도 받을 무상급식은 받는게 맞고, 귀족 자제라도 정상참작을 해주는게 맞다. 국가는 언제라도 국민에 대해 도덕적 우위에 서야 한다. 국가와 국민이 50 대 50으로 똑같아지면 망한다. 국민은 국가로부터 일방적으로 혜택을 입어야 한다. 사형수의 목을 날려버리면 국가의 범죄자에 대한 도덕적 우위가 사라지므로, 범죄자는 심리적으로 큰 이득을 얻는 셈이다. ‘내가 범죄를 저지른 대신 사형받으면 되잖아. 너도 죽고 나도 죽으면 셈셈이잖아.’ 이 논리 위험하다. 사형을 집행했다고 해서 살인자의 죄가 갚아졌을까? 천만에. 그런다고 살인자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가 무덤에서 되살아나겠는가? 죄갚음은 우주 안에 없다. 엔트로피에 딱걸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 도덕적 권위를 가진 나라는 범죄자가 형기를 마쳐도 국가의 시혜로 인하여 출소했으므로 그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 범죄자는 영원히 형벌을 받는다. 그게 더 세다. 범죄자를 심리적으로 제압하는 효과가 있다. 사람을 패놓고 ‘징역살고 죄값 치르면 되잖아.’ 천만에!
선행으로 덮어둘 수 있을 뿐 죄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두환이 복역했다고 죄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친일파가 집권했다고 죄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징벌이 유예될 뿐입니다. 국가의 도덕적 우위를 위해. 국가는 밀린 청구서를 계속 갖고 있어야 합니다. 국가가 갑이어야 합니다. |
[생각의 정석 54회] 마왕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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