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이기택과 홍사덕 등이 경주에 내려와서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때만 해도 꼬마민주당과 평민당이 합작한 민주당소속이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연설을 들었다. 특히 홍사덕이 목소리톤을 조절하여 시골 할머니들을 울리는 것을 보고 소름이 확 끼쳤다. 그의 변절을 예견했음은 물론이다. 인간이 저럴수도 있구나 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정동영과 엄기영이 정치판에 뛰어들자 먼저 얼굴이 변하더라. 분장으로 잠시 가릴 수는 있지만 본질은 속일 수 없다. 교회 목사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보지 않고 반대로 내보인다. 자기 얼굴을 상대방에게 전시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표정을 지어준다. 이 방법으로 사람을 컨트롤하려 한다면 무서운 일이다. 소인배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원하는 말을 대신해주는 사람이다. ‘니들 이런거 원하지 않아?’ 하는 식이다. 군자는 역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의 말을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다. 집배원이 남의 편지에 손대지 않듯이 기교로 수식하지 않고 간명하게 말한다. 군자의 얼굴이 맑은 것은 자기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감정까지 무시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얼르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맹한 표정을 지어도 곤란하다. 정보는 전두엽에 저장되어 있다. 진리를 전하는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전두엽에 든 정보를 꺼내는 표정을 한다. 눈이 자기 이마를 보고 있다.
군자의 눈은 이 각도여야 한다. 눈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보면 사기를 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멋대로 지껄이는지 알 수 있다. 프롬포터를 보고 읽는 자는 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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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오래되어 화질도 안 좋은데 눈동자가 너무 또렷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