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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084 vote 0 2016.01.19 (23:32:09)

    

    깨달음은 만남이다


    존재는 사건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자연상태는 확산방향이다. 일정한 조건에서 비대칭원리에 의해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바뀌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범종과 당목이 따로 논다면 확산방향이다.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북과 북채가 따로 논다면 확산방향이다. 확산방향에서 수렴방향으로 바뀌어야 소리가 난다.


    깨달음은 만남이다. 확산에서 수렴으로 틀어야 만날 수 있다. 만난 다음에는 정해진 궤도를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만나서 짝을 짓고 대칭을 이루어 구조를 복제한다.


    공간에서 대칭을 이루는 짝은 알기 쉽다. 왼쪽과 오른쪽이 짝을 짓고, 앞과 뒤가 짝을 짓는다. 위와 아래가 짝을 짓고, 중심과 변방이 짝을 짓는다. 쉽게 관찰된다.


    반면 시간에서 호응을 이루는 짝은 알기가 어렵다. 그새 시간이 흘러버리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가 짝을 짓고, 시작과 끝이 짝을 짓고, 질문과 대답이 짝을 짓는다.


    봄과 가을의 호응을 알려면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청년기의 확산과 노년기의 수렴이 어떻게 호응하는지 알려면 세월이 흘러야 한다. 더하여 역사를 배워야 한다.


    공간의 왼쪽을 보고 오른쪽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앞을 보고 뒤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심을 보고 변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여당을 보면 야당이 보인다.


    시간의 원인을 보고 결과를 짐작하기 어렵다. 시작을 보고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질문을 보고도 답을 모르는게 인간이다. 문국현 보고도 안철수 모른다. 그래서 깨달음이다.


    공간의 대칭에 축이 있듯이 시간의 호응에 의사결정이 있다. 공간은 대칭된 둘 사이에서 축을 틀어 방향을 정하고 시간은 호응된 둘 사이의 의사결정으로 일을 진행한다.


    노자는 확산방향 ‘← →’로 계속 가서 허무해졌다. ‘→ ←’로 방향을 틀지 않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찾았지만 자루가 없어서 주워담지 못했다. 만나서 틀어야 깨달음이다.


    법가는 수렴방향 ‘→ ←’로 좁혀서 에너지를 취하였다. 그러나 확산방향 ‘← →’에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에너지는 곧 바닥을 드러냈다.


    공자는 확산방향 ‘← →’에서 시작하여 에너지를 확보하고, 수렴방향 ‘→ ←’로 틀어서 그 에너지를 주워담았다. 그러나 제자들 중에 누가 공자의 진의를 알았겠는가?


    자공과 자로는 확산방향 ‘← →’로 충분히 가지 않고 이르게 수렴방향 ‘→ ←’로 틀어서 법가의 조짐을 보여주었다는 이유로 공자에게 자주 꾸지람을 들었다.


    안회는 공자를 따라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었지만 작게 확산하고 좁게 수렴해서 에너지가 약했으나 자공과 자로의 오버를 경계하기에 적절했다.


    묵가는 공자를 따라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었지만 수성에만 집착하여 스케일이 작았다. 노자와 장자가 보여준 헌걸찬 기개가 없었다.


    젊은 연인들은 확산방향 ‘← →’로 기동해야 만날 수 있다. 수렴방향 ‘→ ←’로 틀어야 이루어진다. 방향을 틀지 못한다면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젊은이는 확산방향 ‘← →’로 흩어져서 허무해지고 노인은 욕심내다 수렴방향 ‘→ ←’로 좁아져서 졸렬해진다. 젊은이는 방향을 틀어야 하고 노인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확산방향 ‘← →’로 가려면 신에게 이르기까지 가야 한다. 거기서 신과의 일대일이다. 틀어도 거기서 튼다. 가다가 중도에서 주저앉아 점방 열고 좌판 벌리면 피곤해진다.


    확산방향 ‘← →’에서 수렴방향 ‘→ ←’로 틀어야 하지만 성급하게 소득을 얻어 증명하려 한다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이다. 열등감의 표현이자 자기소개다.


    작가는 복제하므로 확산방향 ‘← →’로 끝까지 간다. 수렴방향 ‘→ ←’로 틀어야 이익이 회수되지만 그것은 조합하는 PD와 연출하는 배우의 몫이다. 뒷사람의 몫이다.


    군자는 끝까지 간다. 틀어도 노무현처럼 대통령까지 가서 튼다. 안철수처럼 잽싸게 방향틀어 이득을 취하는 자는 졸렬해진다. 진보도 못해보고 보수의 수렁에 빠진다.


    군자는 틀어도 천년 단위로 틀어야 한다. 신과의 일대일에서 틀어야 한다. 복제는 내가 하고 조합과 연출은 제자에게 맡긴다. 성과는 천년 후에 입증되어도 상관없다.


    백이 숙제는 끝까지 갔다. 공자를 제외하고 누가 알겠는가? 그 참다운 뜻을. 노자와 장자는 입으로만 확산방향 ‘← →’로 크게 갔을 뿐 양생술로 틀어서 졸렬해졌다.


    노자와 장자로 보면 백이 숙제는 유난을 떨며 깝치다가 제 한 몸을 상하게 된 사람이다. 노자와 장자도 늙고 병들어 조용하게 몸을 상하게 되기는 마찬가지다.


    인생에 한 번은 크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 깨달음이다. 방향을 틀어 내려올 작정하고 오르면 정상에 이른다. 내려올 걱정하다 정상까지 못가고 미리 틀면 소인배다.


    공자에게 자공과 안회와 자로가 있었지만 맹자에게 없었다. 이후 다들 안회가 되겠다고 설치는 판이 되었다. 소인배가 안회로 위장하기 쉬우나 자공을 거느리지 못한다.


   DSC01508.JPG


    깨달음은 만남입니다. 만남은 허위허위 가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방향을 트는 것입니다. 불러도 듣지 않고 계속 가는 사람은 만나지 못합니다. 가지도 않고 짱박혀 있는 사람도 만나지 못합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들이대는 사람도 만나지 못합니다. 가려면 끝까지 가야하고 부르면 고개를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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