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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701 vote 0 2015.12.17 (17:02:33)

     

    힉스입자의 발견이 정식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바야흐로 양자론의 시대입니다. 양자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세계관의 보급이 바로 인문학의 역할입니다. 누구라도 그 일을 해야 하므로 구조론이 그 일을 맡습니다. [생각의 정석 14회]


    세상은 ‘그것을 그것이게 하는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결정된 것이 아니라 ‘지금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재래의 순장바둑은 미리 17점을 깔아놓고 시작한다. 축구경기는 미리 선수를 11명으로 정해놓고 시합한다. 우리는 그 ‘미리 깔아놓은 것’은 원래 그렇게 되어 있다고 믿고 탐구하지 않았다. 에너지와 물질과 공간과 시간과 정보는 원래부터 있는 것이라 여기고 탐구하지 않았다. 스스로 사유에 제한을 걸어놓은 것이다. 틀렸다. 공간도 시간도 크기도 위치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게임은 개인전≫단체전≫전략전으로 변한다. 1라운드 다음 2라운드 있고 그 너머에 3라운드 있다. 개인전은 몸만들기 시합이고, 단체전은 배구경기처럼 상대편 진영으로 넘어갈 수 없게 금을 그어놓고 전술만으로 싸우며, 전략전은 모든 제한을 해제한 상태에서의 싸움이다. 우리가 처음 목격하는 세계는 1라운드다. 어린이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정해져 있다. 엄마와 아빠가 정해져 있고 형과 동생이 정해져 있다. 봉건사회라면 양반과 상놈으로 신분이 정해져 있다. 1라운드는 개인전이다. 개인을 비교하여 너는 상놈, 나는 양반 하는 식으로 구분하여 승패를 정한다. 세상은 산과 강과 하늘과 땅과 바람과 물로 제각기 정해져 있다. 정해져 있는 것을 종류별로 잘 구분하는 시합이 개인전이다. 2라운드의 단체전은 반대다. 수소와 산소와 탄소 등으로 결합하여 덩어리가 큰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 시합에는 몰아줘야 할 때 잘 몰아주는 쪽이 이긴다. 바둑의 중반 전투와 같아서 큰 덩어리를 만들면 이긴다. 축구는 공격수에게 연결하면 이기고, 야구는 홈런치면 이기고, 농구는 센터에게 공을 올려주면 이긴다. 3라운드는 전술이 아닌 전략의 싸움이다. 있는 자원을 쓰는게 아니라 없는 자원을 투입한다. 3라운드는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신분도 바꿀 수 있다. 지금은 누구든 70억 인류의 대표가 될 수 있는 스마트 시대다. 성별도 넘고 인종도 넘고 국경도 넘어야 한다.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는 시대다. 이 시대에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교정이 필요하다. 항우와 유방의 해하전투나 한니발과 로마군이 대결한 칸나에 전투라면 포진단계에서 승부가 결정되어 버린다. 전략은 싸우기 전에 승부가 결정된다. 자리를 잘 정하는 쪽이 이긴다. 한 쪽이 자리를 잡으면 포위한다. 그러나 처음 자리는 적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였고 포위하기를 기다려 역포위한다. 그러므로 뭉치면 도리어 진다. 이것이 전략의 싸움이다. 이 세계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거기에 맞춰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순장바둑에서 현대식 바둑으로 룰이 바뀌었으면 모든 것이 다 바뀌어야 한다.


[레벨:30]솔숲길

2015.12.17 (17:56:16)

[생각의 정석 14회] 천재 세종

http://gujoron.com/xe/396742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5.12.18 (08:34:46)

그러네요

에너지, 물질, 공간과 시간 이전에

전체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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