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당신은 반드시 실패한다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입력 2015-12-09 (수) 19:47:25 | 승인 2015-12-09 (수) 19:49:42 | 최종수정 2015-12-09 (수) 19:48:04

사람은 모두 실패한다. 아무리 잘 난 사람이라도 실패한다. 그대가 아무리 크게 성공해도 결국 실패한다. 세상 모든 것을 손에 쥐고 떵떵거리고 살아도 실패하고 높은 학식을 자랑해도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예외는 없다.

죽음 앞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모두 한줌 재가 될 뿐이다. 당신을 겁주려는 말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저주도 아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공평하게 실패할 따름이라는 누구나 아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주지할 뿐이다.

어느 누구도 실패를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 희석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저 성취에 취하고 사람들 앞에서 우쭐대며 살기에도 짧은 시간인데 왜 이 암울한 진실을 굳이 들춰야 하는가.

도박장으로 들어간 사람은 그곳을 나오지 않는 한 결국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된다. 도박장 안에서 잠시 돈을 따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도박장을 벗어나지 않으면 누구나 예외없이 가진 것을 전부 잃을 것이다.

남들보다 좀더 성취했다고 우쭐댄다면 그것은 도박장에서 돈을 땄다고 흥분하는 것과 같다. 도박장을 나갈 때 우리는 모든 것을 털려 발가벗겨진 채로 떠나야 한다. 당신도 살면서 이룬 모든 것을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자신의 몸 마저도 흙으로 돌려보낸 채 추방된다.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오직 도박장일 뿐이다. 도박장은 도박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낸 토대와 같다. 삶도 마찬가지다. 삶은 당신이라는 개별자로 채워진 전체를 말한다. 삶은 당신만의 것일 수 없다. 당신이 자신의 삶으로 알고 있는 것은 생명이라는 전체의 한 호흡일 뿐이다.

개별자로서 당신은 실패하고 발가벗겨지고 결국 죽어서 전체를 성공시킨다. 삶은 개별로 존재할 수 없고 뭉뚱그려 생명, 전체, 보편, 혹은 인류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인 '역사' 그 자체로 존재한다. 역사의 편에 서지 않는 즉 당신의 실패는, 지금 당장이거나 시간이 좀더 걸리거나 상관없이 확정적이다. 역사의 방향성을 봐야 하는 까닭이다.

광화문에 둘러친 차벽은 이러한 진실을 완강히 거부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입을 막는다고 지구가 멈추진 않는다. 사람은 역사의 다음 행선지를 증거하는 방식으로 개별자를 넘어서야 성공할 수 있다. 모두가 역사의 주인이 됨으로써 함께 성공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그외에 어떤 성공도 있을 수 없다.

모든 개인적 성공은 당신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마약과도 같다. 당신이 누구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든, 생명과 역사의 편에 서지 않고 우쭐대는 순간 실패하는 것이다. 역사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역사가 멈추면 모두 끝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사사로이 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보편에 기반하고, 보편은 인류가 공유한 뿌리를 말한다. 당신은 공동체의 성공 안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의 흐름 안에서만 성공을 얻을 수 있다. 인류가 가리키는 방향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망을 역사 앞에 들이대는 순간 당신은 이미 망한 것이다.

현실적인 혼란은 바다의 파도와 같다. 파도가 아무리 성취해도 대양의 몸짓에 불과하다. 역사는 자신의 궤적을 따라 운행하며 현실적인 타협이나 혼란은 결코 그 궤적을 벗어날 수 없다. 현실의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우리는 역사의 운행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흔들림없이 바른 길을 가야 한다.

개인의 삶이나 지역의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 보편을 담아야 성공으로 이어진다. 보편성에 기반한 다양성이라야 창의와 혁신, 그리고 생명력을 가진다. 개성과 지역성이 이 시대의 키워드이긴 하지만, 그것이 피어나는 토대 자체를 잊어서는 곤란하다. 인류 보편의 토대인 역사의 정의를 잃어버린 어떤 정책과 정권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엄중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우리 모두 성공할 수 있다.

제민일보  webmaster@jemi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7]오리

2015.12.10 (09:25:54)

잘봤습니다. 은유가 적절해서 공감이 잘 되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2.10 (11:16:44)

영혼이 없기 때문에 신이 존재하는 것이오. 

알아듣는 사람은 적을테지만.


영혼이 있다면 신은 남입니다. 타자라는 거지요.

신이 타인이면 그게 어찌 신이겠소? 개똥이지.


타인에 지나지 않는 신이 내게 벼슬을 준들

미녀 100만명을 보내준들, 황금 백만톤을 준들 


쾌락을 준들, 행복을 준들, 다 개똥에 불과하오. 

그냥 개똥 백만톤을 택배로 보내주는 것과 정확히 같소.


왜냐하면 그것은 내 밖에 있기 때문이오.

나와 타자 사이에 결코 넘을 수 없는 강이 있소. 


섹스를 한들, 허그를 한들, 뽀뽀를 한들.. 

그것은 불쌍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소.


타인은 타인일 뿐.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친구든 원수든 타인일 뿐. 나 자신조차 타인일 뿐. 


나와 타자를 가르는 경계를 넘는 방법은

내가 죽어서 없어지는 것 밖에 없소.


오링의 운명은 정해진 것, 

빨리 올인하고 정선을 떠나 태백으로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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