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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861 vote 0 2015.11.17 (15:38:28)

     

    일이 일을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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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은 수학이전의 수학, 곧 원수학이다. 수학처럼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렵게 된다. 일단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수학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수학적 사고방식을 익힐 필요는 있다. 모든 사람이 구조론을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이 구조론적 사고방식은 가져야 한다.


    모든 사람이 버스를 운전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승객의 태도는 지켜야 한다. 여러분은 구조론의 승객이다. 여기가 달리는 버스 안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담배 핀다고 창문 열려는 사람 꼭 있다. 비행기 조종술이 어려울 뿐 승객의 역할은 쉽다. 지킬 것만 지켜주면 된다.


    ‘일이 일을 끌고간다.’는 것이 구조론이다. 협궤열차 만들면 안 좋다. 거기에 기준이 맞춰져서 죄다 망가진다. 협궤의 좁은 궤간처럼 국민의 마음이 좁아진다. 인도처럼 기차 지붕에 사람 태우고 다니면 안 된다. 시속 8킬로의 느린 속도에 마음이 맞춰져 모든 것이 느려진다. 잘못이 잘못임을 지각하지 못한다.


    모택동의 잘못은 거국적으로 자전거를 민 것이다. 자전거 기준에 맞춰져서 15억 중국인이 자전거 속도로 맞춰졌다. 탁구를 민 것도 잘못이다. 중국인은 몸집이 작아서 축구를 못한다는 생각은 인종주의적 편견이다. 아직도 중국 축구는 많이 낙후해 있다. 중국인의 마음결이 탁구기준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강희제는 장인을 시켜 유럽시계를 모방하게 했다. 독일사신에게 중국시계를 자랑했으나 단지 기술을 모방했을 뿐 그 정신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먼저 나온 사람이 여유있게 차 한잔 하면서 조회를 기다리는 시간도 소중하다. 만만디 기준에 맞추다가 근대화에 실패했다.


    박정희가 잘못한게 경운기를 민 것이다. 북한의 중공업정책과 경제개발계획은 잘 따라했는데 트랙터는 모방하지 않았다. 한국은 다락논이 많아 경운기가 적합하다고 믿은 것이다. 오판이다. 농부들의 사유의 단위를 좁혀 버렸다. 이에 연동되어 사과농사를 하든 배추를 심든 죄다 마음이 좁아져서 영세해졌다.


    대만은 오토바이 밀다가 망가졌다. 영토가 좁고 인구가 적은 나라에 자동차는 무리고 오토바이가 적당하다는 생각이 대만을 낙후하게 만들었다. 대만기술로 자동차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다. 길을 잘못들어 망한 것이다. 다른 것까지 연동되어 총체적으로 망했다. 중공업과 대기업을 일찍 포기한 것이 실패다.


    동남아 일부국가는 고속도로에 오토바이가 시속 40킬로의 저속으로 달려서 저속도로가 되어 있다. 한 번 잘못 되면 계속 잘못되고 만다. 그게 잘못임을 인지하지도 못한다. ‘깨진 유리창효과’와 같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계속 뭔가 깨진다. 기승전결의 기가 깨지면 승, 전, 결로 가며 계속 깨지는 모드다.


    왜 이렇게 되는가? 의사결정하기 쉬운대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의 법칙이다. 일은 연동된다. 포드시스템과 같다. 생산라인 중에 하나가 못 가면 전부 못간다. 라인스톱이 된다. 기준이 있다. 맨 앞에 가는 사람이 기준이다. 눈이 내렸을 때 첫 번째 사람이 발자국을 남기면 뒷 사람은 앞사람의 자취를 밟아간다.


    몸이 연동될 뿐 아니라 마음도 이심전심 연동된다. 암묵적인 규칙이 있고 숨은 전제가 있다. 한 사람이 옆길로 새면 모두가 옆길로 샌다. 전교생이 모범생 기준에 맞추기는 어렵고 농땡이 기준에 맞추기는 쉽다. 의사결정하기 쉽다. 쉬운 쪽으로 기준을 맞추면 모두가 쉬운 길로 빠져서 자동으로 교도소에 모인다.


    독일은 현명했다. 아우토반을 만든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서 모든 것이 좋아졌다. 일본인은 반대로 모든 것을 작게 만들었다. 의사결정의 갈라파고스화 현상이 일어났다. 일본에서만 통하는 일본기준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일본 안에서도 수십개의 사철이 난립하여 지역마다 철도요금이 다르다.


    일본은 세계 안에서 갈라파고스일 뿐 아니라 일본 안에서도 곳곳에 의사결정의 갈라파고스를 만들었다. 그 바닥에서만 통하는 룰이 있다. 로컬룰의 득세가 일본정치가 보수화 된 원인이다. 개혁을 하려고 해도 곳곳에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후쿠시마가 터져도 정신을 못차리는 이유가 있다.


    곧 죽어도 세계기준으로 밀어야 한다. 한국에 다락논이 많지만 이는 한국만의 특수한 사정이다. 거기에 마음을 맞추면 점차 고립된다. 사투리 쓰다가 창피당한 사람이 동향사람만 만나는 식으로 대인관계가 좁아진다. 불편해도 만족하고 사는 기술만 늘어난다. 한 번 참다가 계속 참게 되어 개혁 타이밍 놓친다.


    망하는 공식은 실용주의다. 한국의 민자고속도로처럼 국철보다 사철이 돈 안들이고 철도 놓는 방법이 된다. 곳곳에 민영화 하면 이익이 쏠쏠하지만 그게 대들보를 빼서 땔감으로 쓴 결과로 된다. 문제는 일의 흐름이다. 일은 다음 일로 계속 이어진다. 흐름이 끊기면 죽는다. 흐름을 이어가려다 개혁을 못한다.


    애초에 판을 잘 설계해야 한다. 사철보다는 국철이 낫고, 협궤보다는 표준궤가 낫고, 파운드법보다는 미터법이 낫고, 오토바이보다는 자동차가 낫고, 경운기보다는 트랙터가 낫고, 치고빠지기보다는 정면승부가 낫다. 일시적으로는 그 반대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일의 흐름을 이어가려면 말이다.


    이것이 구조론적인 사고방식이다. 개별적인 판단보다 전체의 흐름이 중요하다. 부분이 맞아도 전체와 핀트가 어긋나면 포기해야 한다. 전체가 틀어졌는데도 부분의 팩트를 내세워 ‘내 말이 맞아.’ 하고 우기는 진보꼴통 많다. 말은 맞는데 에너지가 틀렸다. 말로 이기지 말고 에너지 흐름으로 이겨야 진짜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이어진다. 하나가 잘못되면 계속 잘못된다.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뒤로 갈수록 의사결정영역이 좁아진다. 그러므로 애초에 큰 그림을 그려놓아야 한다. 작게 시작했다가 적당한 때 큰 집으로 갈아타기는 불능이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는 허물을 벗을때마다 몸집을 키운다.


    몸집을 키우면 물렁게가 된다. 물렁게는 뼈가 굳을때까지가 약한 시기다. 공격받으면 죽는다. 그게 두려워서 개혁을 못한다. 답은 상부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기승전결로 가는 일의 흐름에서 앞부분에 대응하는 것이다. 인테리어에 돈 들이기보다는 시공을 잘하는게 낫고, 시공보다는 애초에 설계를 잘해야 한다.


    일의 수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엄마곰을 잡으면 새끼곰은 따라온다. 어디가 엄마곰이고 새끼곰인지 분별하는 눈이 중요하다. 바둑을 두어도 당장 단수를 쳐서 상대방의 말을 잡는 곳은 좋지 않다. 한 두 점 따먹는데 재미내다가 대세를 그르친다. 일의 흐름에 인간이 낚이는 것이다. 기승전결에서 결이 짭짤하다.


    남이 90퍼센트 작업해놓았으나 2퍼센트 부족한 곳에 뛰어들어 캐스팅보트 노릇하면 2퍼센트의 노력으로 날로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에 재미들려 평생 남의 뒤나 따라다니며 뼈다귀나 주워먹는 개가 되어 있다. 인간이 환경을 길들이는 것이 정답이다. 대개 환경에 길들여져 있다. 일의 흐름에 중독되어 있다.


    다른 사람이 설계한 판에 뛰어들어 몰래 낚시질 하다가 이미 낚여 있다. 본인이 판을 짜고 밑밥을 던져야 한다. 왜? 그래야만 일의 전체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사건의 기 단계가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붕어는 미끼에 낚이고 인간은 일의 흐름에 낚인다. 낚이지 말고 낚으려면 깨달아야 한다.



DSC01488.JPG



    엄마곰을 쏘면 새끼곰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새끼곰을 쏘면 숲에서 튀어나온 엄마곰에게 잡아먹힙니다. 무엇이 엄마곰이고 새끼곰인지를 분별할줄 아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외부환경과 연결되는 촉수의 절대 숫자가 많은게 엄마곰입니다. 무조건 그쪽을 먼저 조치해야 합니다.



   


[레벨:2]지리산인

2015.11.18 (10:52:31)

사업에 고수는 시스템을 만들고

하수는 자신의 노동력 판다.

하지만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1-2년안에 승부가 나지 않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시스템설계가 확실 하다면 밀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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