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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5501 vote 0 2015.10.20 (23:35:07)

     

    자연의 의사결정원리


    엔트로피의 법칙에 모든 것이 있다. 간단하다. 에너지는 효율을 따른다. 비효율에서 외부로부터의 어떤 계기에 의해 효율로 변할 수는 있어도 그 역의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 말은 헷갈릴 수 있다. 효율적인 상태는 그 효율이 소비된 상태다. 그러므로 효율적인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 엔트로피의 역설 - 효율은 비효율이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딜레마라 하겠다. 자체의 기준이냐 관측자 기준이냐다. 파는 사람에게 이익이면 사는 사람에게 손해다.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설명이 달라지므로 헷갈린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무질서도의 증가’로 설명한다. 투박한 설명이다. 겉보기로는 더 질서있게 보일 때가 많다.


    닫힌 계를 설정하고 정밀하게 접근해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의 어떤 상태는 안정된 상태다. 더 이상 짜낼 효율이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수단을 투입하면 쥐어짤 수 있다. 레몬을 쥐어짜서 즙을 낼 수 있다. 다 짜버린 레몬은 더 이상 짤 수 없다. 그러나 탈수기를 쓴다면 어떨까?


    하청기업을 쥐어짜서 효율을 얻을 수 있다. 포드시스템은 노동자의 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는 고도의 착취시스템이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가 있다. 더 짜면 죽는다. 착취가 비효율을 효율로 바꾸지만 ‘한계효용의 법칙’에 의해 더 착취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효율은 비효율이다.


    요리된 음식은 요리할 수 없다. 라면도 계속 끓이면 퍼져서 못 먹게 된다. 요리되지 않은 원재료의 비효율적인 상태≫잘 요리된 음식의 효율적인 상태≫퍼져서 못 먹게 된 음식의 비효율적인 상태로 두 번에 걸쳐 상태가 바뀐다. 그래서 헷갈린다. 처음과 마지막은 비슷해 보이나 완전히 다르다.


    ◎ 1단계 – 무질서해 보이며 에너지는 감추어져 있다.
    ◎ 2단계 – 질서있어 보이고 에너지가 드러나 있다.
    ◎ 3단계 – 질서있어 보이나 에너지가 없다.


    요리되지 않은 원재료의 비효율과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의 비효율은 다르다. 이를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 문제다. 자연은 비효율≫효율≫비효율로 변하는데 앞의 비효율과 마지막 비효율은 다르다. 앞의 비효율은 어려서 쓸모없는 소년의 비효율이고 뒤의 비효율은 은퇴한 노인의 비효율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질서/무질서’로 설명한다. 헷갈린다. 베테랑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어도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고, 이등병은 잘 정렬해 있어도 질서가 없다. 여기서 질서는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다. 군대처럼 잘 편제되어 있으면 오히려 새로 의사결정할 수 없다. 권위주의 정권과 같다.


    ◎ 질서 –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
    ◎ 무질서도의 증가 –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로의 변화


    독재권력이 겉으로는 힘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의사결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택권이며 둘은 결정된 것의 실행이다. 엔트로피의 법칙은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헷갈린다. 질서/무질서로는 헷갈리고 ‘산 것’과 ‘죽은 것’으로 구분하여 나타내야 한다.


    ◎ 살아있는 것.. 선택권이 있으나 당장 실행은 불가능하다.
    ◎ 질서있는 것.. 당장 실행이 가능하나 선택권은 없다.
    ◎ 죽어있는 것.. 의사결정이 전혀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것은 청년과 같다. 선택권이 있다. 배우자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돈이 없어서 당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질서있는 것은 성인과 같다. 이미 선택해 버렸다. 이미 결혼도 했고 취직도 했다. 그러므로 선택권이 없다. 그러나 돈이 있으므로 당장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죽어있는 것은 일체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살아있는 것이 겉보기로는 무질서해 보인다는 거다. 반면 죽은 것이 오히려 질서정연해 보일 때가 많다. 공동묘지의 무덤들도 질서있게 도열해 있다. 권위주의는 북한군대의 사열처럼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죽어있다. 가짜다. 선택권이 없다.


    민주주의는 겉으로 무질서해 보이지만 살아있다. 진짜다. 여기서 헷갈리지 말자. 그런데 보통 헷갈린다. 낭만주의 진보가 소아병적 자유주의를 추구하다가 허무주의로 빠지는 코스가 있다. 진보타령 하다가 히피가 되어버린다. 너무 살아있는 것만을 추구하다가 산 채로 묻혀버리는 수가 있다.


    참된 가치는 살아있는 것을 질서있는 것으로 바꾸고 질서있는 것을 죽어있는 것으로 바꿀 때 얻어진다. 우리는 어떻게든 조금씩 죽어간다. 받아들여야 한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고 해서 계속 자유로운 상태로 풀어놓다가는 완전 망한다. 좋은 것은 결국 무언가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에너지는 질서/무질서 개념만으로 설명할 수 없고 산 것/죽은 것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닫힌계 안에서 에너지를 사용하면 죽는다. 배터리가 닳듯이 소모되어 죽는다. 에너지는 효율적이며 에너지의 사용은 효율의 소비이며 효율을 소비하면 효율이 사라져서 죽는다. 좋은 것은 결국 죽는다.


    효율적인 것은 비효율적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아파트 평수를 비효율적으로 넓게 쓰지만 죽은 사람은 묘지의 1평 면적을 겨우 차지할 뿐이니 효율적이다. 세상의 모든 죽은 것은 효율적인 상태다. 결국 우주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이 법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잘 죽어가야 한다.


    에너지는 동動이다. 움직이면서 밀어낸다. 이때 움직여간 자리에 진공이 생긴다. 진공으로 빨려들면 인력이다. 미는 힘이 당기는 힘으로 바뀐다. 그럴수록 공간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반면 더 이상 효율화될 가능성이 사라진다. 보석을 가공할수록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과 같다.


    가공된 보석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보석세공사는 원석에 투자한다. 광부는 원광석에서 이익을 취한다. 효율에는 효율이 없다. 잘 가공된 보석을 사들이는 소비자는 그 효율적인 보석에서 이익을 얻을 수 없다. 모든 이익은 비효율≫효율로의 전환과정 에서 얻어진다. 오직 변화만이 가치있다.


    ◎ 현재 비효율적이나 쉽게 효율로 바꿀 수 있는 상태가 좋다.
    ◎ 효율은 좋지 않고 비효율도 좋지 않고 비효율≫효율의 변화만 좋다.


    효율은 비효율이며 비효율 역시 비효율이다. 비효율에서≫효율로의 변화만이 가치있으며 그 변화가 끝나면 결국 비효율이다.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은 공간을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 비효율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넉넉한 예비를 확보하고 있다. 충분한 배후지가 있다. 미래가 있다.


    쥐어짤 수 있다. 빼먹을 것이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 단 거기서 이익을 취할 때 그것은 죽는다. 그래서 슬픔이 있다. 자연은 아름다우나 인간이 그 자연을 이용하면 오염된다. 세상의 근본은 에너지이며, 에너지는 두 번 꼬여 있다. 그냥 쓸 수는 없다. 에너지는 수단을 써야 이용할 수 있다.


    인간은 두 번에 걸쳐 에너지를 이용한다. 한 번은 선택권을 박탈해 이용하고 두 번째는 죽여서 이용한다. 인간은 결혼할 때 선택권을 뺏겨서 배우자에게 이용당한다. 인간은 죽을 때 유산을 남겨 자녀에게 이용당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결국 파멸되는 것이므로 기술적으로 잘 죽어야 한다.


    어차피 죽는다면 예쁘게 죽어서 명성을 남기는 거다. 에너지는 비효율≫효율로만 이행하며 그 역은 없다. 효율적인 것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되물릴 수 없다. 효율적인 음식을 비효율적인 원재료로 바꿀 수 없다. 요리된 탕수육에서 튀김을 벗겨 재사용할 수 없다. 맛은 이미 빠져나가고 없다.


    에너지 관점에서 볼 때 세상의 모든 길은 일방통행이다. 에너지는 살아있고 사용하면 죽는다. 산 것을 죽일 수 있으나 죽은 것을 되살릴 수 없다.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비용이 든다. 인간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변화비용이 계속 청구된다.


    그럼에도 우주가 작동하는 것은 빅뱅의 순간에 충분한 에너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매우 많다. 원래부터 많았다. 태양에너지는 넉넉하다. 단 이용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마이너스라는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플러스는 마이너스가 어딘가에 충돌하여 굴절된 것이다.


   DSC01488.JPG


    장군은 자유로워 보이나 질서가 있고, 장교들은 절도있어 보이고 의사결정도 곧잘 하지만 사실은 선택권이 없고, 졸병은 절도있어 보이나 총알받이에 불과합니다. 장군은 질서가 내부에 감추어져 있고, 장교는 질서가 겉으로 드러나 있고, 졸병은 질서가 없습니다. 의사결정권이 없다는 말입니다. 어린이는 장군과 같고, 어른은 장교와 같고, 노인은 졸병과 같습니다. 무질서도의 증가는 헷갈리는 표현이고 의사결정으로 표현해야 잘 이해됩니다. 선택권과 실행권으로 두 번 결정합니다. 의사결정은 선택권을 반납하고 실행권을 얻으며, 다시 실행권을 반납하고 이익을 취한 후에 가을의 곡식처럼 죽습니다. 권한의 행사는 그 권한의 박탈을 의미합니다. 권력은 위태로운 것이며 어차피 임기는 5년이고 예쁘게 죽으려면 정밀항해가 필요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10.22 (14:42:53)

이렇게 명쾌하게 엔트로피를 풀이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레벨:5]윤민

2017.06.02 (21:11:40)

크! 엔트로피를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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