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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518 vote 0 2015.10.09 (21:32:12)

 


   
    영화의 대칭과 비대칭


    구조론은 대칭으로 전부 설명한다. 입자, 힘, 운동, 량 모두 세부적인 대칭이 있지만 입자의 대칭이 가장 분명하다. 입자는 형태가 보이므로 쉽게 대칭을 찾을 수 있다. 질은 비대칭이다. 그러나 질도 대칭이 있다. 단 외부에 있다.


    39.jpg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슬처럼 연결되어 망라한다. 사슬고리 하나가 질이다. 입자는 그 사슬의 일부를 구성한다. 입자는 안을 보고 대칭적으로 통제하며, 질은 밖을 보고 비대칭적으로 에너지를 들여온다.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일원론은 비대칭이다. 어떤 분야든 사유를 전개하여 상부구조로 올라가되 대칭을 성립시킬 상대가 없는 경지까지 올라가면 완전하다. 에베레스트의 정상과 같다. 정상에서는 대칭을 이룰 상대가 없다.


    예컨대 페미니즘이라면 여자와 남자로 대칭이 있다. 맞서고자 하면 패배한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모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치적 공정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정치적 공정성이라는 울타리가 있고 그 안에서 페미니즘은 가치를 획득한다.


    정치적 공정성은 대칭이 없다. 동쪽과 서쪽이나 남쪽과 북쪽으로 나눠지는게 아니다. 건물을 짓기 전에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것과 같아서 분별없이 망라된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을 내세워서 박근혜 여자를 옹호한다면 웃긴 거다.


    차별이 있으므로 저항한다는 논리는 실패한다. 자본이 착취하므로 저항한다는 논리는 위태롭다. 부르조아가 힘을 가졌기에 뒤집어 엎는 거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이길 수 없다. 가해자를 교도소에 보내도 피해는 복구되지 않는다.


    프로레타리아는 힘이 없다고? 천만에! 과학이 있잖아. 힘이 있으니까 혁명한다. ‘네가 나쁘니까 맞선다는’건 패배자의 논리다. 진보가 이러다가 망한다. ‘내가 잘났으니까 운전대를 쥐겠다.’ <- 이게 정답이다. 노동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18세기에 부르조아가 힘이 생겨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20세기에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를 걸어볼만 했기에 러시아혁명이 일어났다. 다만 그 과학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혁명이 좌초한 것이다.


    칼이나 활은 적어도 3년을 연습해야 쓸만한 병사가 된다. 귀족이 승리한다. 농민군의 전투력이 귀족의 용병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으로 대결하면 농민도 일주일만에 강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스탈린이 이룬 약간의 성과도 과학의 진보에 힘입었다. 아파트의 보급이나 콤비나트의 건설이 그 예다. 단번에 9만대의 T34를 생산한 소련의 공업력은 사회주의 과학의 힘으로 봐야 한다.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띄웠을 때만 해도 과학의 승리=혁명의 승리로 보였다.


    과학은 일방적이다. 누군가를 응징하기 위해 과학이 있는게 아니다. 진보와 보수는 대칭적이나 과학은 진보나 보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본도 일방적이다. 자본이 자본가들만의 것이라고 믿는 한 진보는 깨지게 되어 있다.


    자본이 클수록 사회는 위태로워지고 자본에 대한 국가의 통제권은 커져야 한다. 거기에 진보의 살길이 있다. 진보가 앞장서서 자본을 키우고 그 커진 자본을 통제할 국가를 더 키워서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옳다. 금융은 국가의 힘으로 자본을 통제하는 수단이다. 금융을 적으로 돌린다면 진보는 멸망이다. 일방적인 것에 답이 있다. 그래서 구조론은 일원론이다.


    영화라면 상투적인 선악의 대칭구도가 있고, 보다 수준이 높은 고수와 하수의 대칭구도가 있다. 선악구도는 대칭이 정해져 있다. 인물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평면적인 캐릭터다. 지루하다.


    고수와 하수의 대결구도는 대칭을 바꾼다. 보안관이 악역으로 나오고 무법자가 주인공을 맡는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걸로 관객의 예상을 깬다. 영화는 점차 관객과 감독의 머리싸움으로 간다.


    영화의 가장 높은 계급은 합리성 대 부조리의 대칭구도다. 이 경우는 영화 안에 대칭이 없다. 악역이 없다. 구조론의 질에 해당한다. 대칭이 없지만 대칭이 있다. 주인공이 싸우는 대상은 부조리다. 주인공은 합리성에 서서 허무주의와 싸운다.


    의외성, 돌발사태, 의도대로 되지 않는 여러가지 변수들과 싸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사건을 일으킨다. 다만 주인공이 사건을 일으키는 자여야 한다. 선악구도로 가면 항상 악당이 사건을 일으키고 주인공은 수습한다.


    악당이 갑이고 주인공이 을이다.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건 자체의 흐름에 주인공이 휩쓸리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자유가 제약된다. 복수극이라면 주인공은 아버지의 복수라는 멍에를 벗지 못한다.


    아버지의 복수에 자기 인생을 허비한다면 복수에 성공한다 해도 허무하다. 악당을 응징해봤자 그 악당도 사실은 가련한 자다. 변희재에게 복수해봤자다.


    고수와 하수의 대결구도로 가면 주인공과 악역이 동시에 사건을 일으킨다. 주인공과 악당이 서로 보물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식이다. 악당은 비열한 수를 쓸 자유가 있으므로 더 활기가 있다. 주인공은 고지식한 행보로 관객을 암유발상태로 몰아가곤 한다. 주인공이 통쾌하게 해결하면 사건이 싱겁게 끝나기 때문이다.


    부조리를 드러내는 영화로 가면 백퍼센트 주인공이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부조리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의사결정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는 능력에서 나온다.


    부르조아 혁명은 돈이 있어서 한 것이고 프로레타리아 혁명은 과학을 믿고 시도한 것이다. 부자가 미워서도 아니고 제국주의가 미워서도 아니다. 내 안에 넘치는 힘이 있어서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다.


    선악구도로 가면 주인공을 돕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이 뛰어난 스승을 만나 무술을 배워 복수하기도 한다. 춘향은 몽룡의 도움을 받는다. 착한 사람은 약한 사람이라고 설정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필연 찌질해진다.


    고수와 하수의 대결로 가면 팀플레이가 부각된다. 원래 도둑들은 서로 배신하기 마련이지만 영화에서는 신통하게도 도둑들이 손발을 맞춰 은행을 턴다. 그 과정에서 머리 좋은 사람이 팀플레이로 이긴다.


    문제를 제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제가 너무 쉽게 해결되어도 곤란하므로 악당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꼭 찌질한 암유발 캐릭터 하나 끼워준다. 통쾌하지가 않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한국에서 고수와 하수의 대결로 가는 영화의 시작이었을텐데 쓸데없는 4인방의 과거회상 장면을 넣어서 찌질했다. 관객의 눈물을 짜고 동의를 구하려 한 것이다. 그래봤자 4인방이 악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DSC01488.JPG


    그 어떤 대칭도 없는 비대칭의 꼭지점에 올라섰을 때 위로는 신과의 대칭이 있고 아래로는 세상 전부와의 대칭이 있습니다. 그럴 때 사건의 사슬고리 하나는 완전해지고 신으로 받은 에너지를 세상으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그 흘려보내는 과정에서의 멋진 연주는 온전한 내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10.09 (23:18:00)

막연한 느낌을 3 분류로 나누어 정리해주시는 머리속이 시원해집니다. 


총이나 활은 적어도 3년을 연습해야 쓸만한 병사가 된다. 귀족이 승리한다. 농민군의 전투력이 귀족의 용병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으로 대결하면 농민도 일주일만에 강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총이나 활은 -> 창이나 활은 의 오타가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10.09 (23:24:06)

헐~

칼이었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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