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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54 vote 0 2015.10.05 (11:37:18)

 

    마케터님이 5년 전에 쓴 글입니다.

   
    온 장안이 남자의 자격 합창단으로 난리도 아닙니다. 무슨 스포츠 중계도 아닌데 마지막 공연 편은 길가던 사람들 마져도 붙잡아 놓더군요. 수도권 시청률이 29%가 나왔다고 하는데 5시에 하는 예능 프로가 이정도 시청률이라면 이건 초초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말 대단한 흥행입니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누구보다 뜬 인물은 바로 합창단 전체 지휘와 총감독을 수행한 박칼린 선생이죠. 뮤지컬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박칼린 선생은 이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떴습니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박칼린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논평과 칼럼들이 써지고 있습니다.


    이 추세라면 연말쯤 책한권 나올만도 합니다. 이정도 파급이하면 가히 히딩크 신드롬과 맞먹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박칼린 선생은 히딩크와 비슷한면도 있는 거 같습니다. 이경규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박칼린 선생이 팀원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걸 보고 02년 히딩크가 생각났다"라고 말한걸 보면 이건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닌듯 합니다


    그렇습니다. 단기간에 허접떼기 오합지졸을 당당한 선수로 만들어낸 것을 보면 정말 박칼린 매직이라고 할만도 하겠습니다. 히딩크 역시 그런 면을 보여주었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것이라고 했던 그 부정적 벽을 결과로서 깨버렸다는데 두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두사람 외에 또한사람을 비슷한 리더십의 리더로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그분은 바로 sk 김성근 감독


    **


    어떻게 보면 세사람 모두 놀라운 능력과 성과가 그사람의 본질적 권위를 대변합니다. 감히 누가 능력을 따지고 들것이며 감히 누가 지도력을 의심할 것입니까. 게다가 성과가 눈에 보이니 이를 반박할 수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굴러가니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리더십을 뭔가 우리사회가 흡수해야 할 리더십의 전형인양 평가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정부분 그런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히딩크의 표현력, 김성근 감독의 집중력, 박칼린 선생의 카리스마는 리더로서 훌륭한 덕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의 리더십이 미래의 우리사회에 적합할까? 부족한 생각이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세명의 리더십은 휼륭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미래가 (엄밀하게 말하면 미래의 준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모두 만났던 세사람의 리더십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리더와 구성원과 신뢰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셋다 그들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를 믿으라, 믿고 따라와라"라는 것으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박칼린 선생이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i meet you"가 "아이 믿유"라고 말한게 그런 의미죠


    그들은 대중에게 끊임없이 나를 믿고 따라오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이게 먹힙니다. 그건 대중이 그들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포지션을 대중과 차별화합니다. 히딩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권위를 만들어 내고, 김성근 감독은 선수의 절박한 입장을 끌어냅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박칼린 선생 역시 허접스러운 합창단과 자신의 능력을 대비시켜 자연스럽게 권위를 만들어 냅니다


    이를 사회 전반으로 투영한다면 리더는 곧 철인이 됩니다. 김성근 감독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야구만 생각하는 분입니다. 승부에 육체는 물론 혼까지 겁니다. 그러면서 막판에 몰린 선수들의 마지막 엑기스까지 승부에 뱉어내게 합니다. 결국 선수는 절망과 도전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죠. 여기서 나오는 에너지가 가공할만한 것입니다


    히딩크는 전반적으로 보면 좀 다른 관점이기는 하나 02년 한국대표팀의 히딩크는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1년 내내 죽어라 피지컬 훈련만 시켰습니다. 이는 홈그라운드에서 수비를 두껍게 서고 지지 않는 경기를 하면 반드시 찬스가 온다는 확신때문에 그런거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히딩크가 우리를 지지 않게 만들꺼다 라는 종교와 같은 확신을 가졌습니다.


    남격에서 박칼린 선생역시 마찬가지, 그녀의 트레이닝은 목표를 정해놓고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안나오면 짜내고 나오기 시작하면 더 쥐어짜서 분출하게 만드는 거였죠. 그리고 그것이 나를 믿으면 얻게 되는 선물이라고 각인시켰습니다. 여기서 신뢰가 굳어진거죠


    **


    그런데 과연 이 리더십이 우리의 미래와 맞겠는가 라는 점입니다. 역경을 이겨내고 위기앞에 분투하고 그래서 끝내 목표를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고난과 역경이 많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다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나 좀 건방지게 말해서 이건 올드한 과거의 프레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좀더 냉정하게 말하면 이건 우리의 극복해야 할 역사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미래는 아닌것 같다 라는 거죠


    더이상 철인 같은 리더가 나타나 그의 본질적 능력으로 대중의 혁신을 이루어내는 모델은 어렵다고 봅니다. 네트워크 시대가 활성화되면 리더와 대중의 수준 격차는 점차로 좁혀집니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흐를 수록 철인 모델은 권위를 갖기 어렵게 됩니다.


    신뢰의 토대가 결국 그 수준차인데 수준차가 극복될 수록 리더십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올것이기 때문이죠. 그런측면에서 볼때 앞으로 우리사회가 닯고 배워야 할 리더십은 이들 세명의 리더십보다는 롯데자이언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리더십이 아닐까 합니다. 쥐어 짜서 성과를 만들고 그 성과가 결국 공동체의 신뢰를 만드는 리더십이 아니라 애초부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리더십이 필요한거죠.


    이걸 좀 나쁘게 말하면 제멋대로고, 좋게 말하면 낙관주의, 희망주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리더가 구성원에게 약속하는건 오직 단하나, 너의 도전이 너의 훈련이 너의 꿈이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그 믿음..그 펌프질, ...로이스터의 표현대로라면 크게 두둘겨 주는 박수소리 말입니다


    **


    전 로이스터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신하고 있는건 그의 리더십은 이제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던 그 어떤 리더십 보다 큰 파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 이걸 꼭 미국 스타일 리더십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리 로이스터의 야구관이 꼭 메이저리그식 야구의 전형이다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암튼 그건 뭐 그리 중요한건 아니고, 핵심은 제리 로이스터가 이이갸하는 이른바 노피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것인가 라는 점입니다. 우리사회가 미래로 나가기 위해선 개인이 성장해야 합니다. 조직을 튼튼히 하는 모델은 이제 한계에 왔습니다. 조직의 힘을 빌어 개인의 능력을 보충하는 시스템으로는 더이상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몇년전 글로벌 기업을 만들자며 강한 회사 켐페인을 한적 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ceo들을 조명한적 있죠. 그러나 그뒤 강한회사들이 만들어졌나요? 한계에 부딛힌 것입니다. 강한 개인이 없으면 결국 ceo의 편법과 쥐어짜기로 성과를 만드는 것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속가능성이 제로가 되죠.


    강한 개인이 만들어져야 강한 조직이 나오는 것입니다. 삼성 이나 skt직원의 능력이 개인의 능력이나 조직의 능력이냐는 2,3차 하청업체에게 물어보면 단박에 답이 나옵니다. 약한 사람도 그 조직에 들어가면 쥐어짜기 신공으로 금세 뛰어난 관리자가 됩니다. 박칼린 선생 수백명이 조직에서 그렇게 쥐어짜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이걸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온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안된다는게 이제 밝혀졌습니다. 결국 남은건 어떻게 하면 개인이 강해지는가 입니다. 이를 위해선 제리의 노피어가 필요한거죠. 두려워 하지말라, 내가 뒤에서 박수쳐준다. 쫄지마라. 이렇게 외쳐주는 리더가 있어야한다는 거죠.


    그리하여 누구에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상황을 만들고 주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게하고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조직의 힘으로 개인을 이끄는 세상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으로 조직을 만들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세상이 진정 우리가 바라는 미래입니다. 필요에 따라 조직은 사라져도 개인은 남는 것입니다. 그게 노피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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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마케터님의 5년 전 이야기.. 


    ###


    역사를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없이는 획득되지 않는 눈이다. 롬멜은 명장일까? 어쨌든 바보가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미군은 확실히 바보였다. 소련군이 3개월 동안 1천킬로를 전진할 때 미군은 몇 킬로를 전진했나? 자로 재 보면 답이 딱 나온다. 


    한국전쟁에서도 미군은 바보였다. 월남전에서도 미군은 바보였다. 아프간에서도 지금 바보 짓을 하고 있다. 미군 장성 10명이 있다면 10명이 다 바보인데 비해 롬멜은 바보가 아니므로 점수를 줄 수 있다. 딱 그 정도다. 비교적 괜찮다는 거. 앞으로 가라면 앞으로 가주는 정도다.


    주코프 원수가 해낸 현대전의 완성은? 어림없다. 롬멜이 과도평가 된 것은 전쟁초기 상대방이 전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재빠른 진격으로 의표를 찌른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의표를 찔렀을 뿐이다. 상대방이 잘 준비했을 때는 롬멜도 연전연패를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히틀러 탓으로 돌렸다. 롬멜은 손자병법의 달인일 뿐 오자병법을 구사하는 능력이 없다. 오자병법을 쓰는 이순신장군과 대결하면 백대빵으로 진다. 전쟁에서 기적적인 승리는 의미없다. 상대방이 승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길만 했다'는 평을 얻어야 한다. 


    소련군은 그걸 해냈다. 보름만에 만주에서 일본군 정예 60만을 포로로 잡고 북경까지 진격했다. 전쟁은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히딩크, 박칼린, 김성근 등은 굳이 말하자면 롬멜형 지휘관이다. 상대가 잘 준비된 시스템으로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이순신을 만나지 않은 거다.


    지금 프로야구는 급속하게 프런트 야구로 넘어가고 있다. 상위권 네팀과 하위권 여섯팀 사이에 격차가 벌어졌다. 삼성, NC, 두산, 넥센은 프런트가 받쳐주는데 다른 팀들은 프런트가 적군이다. 문제는 대중들이 롬멜을 좋아한다는 거다. 주코프처럼 하려고 하니 견적이 안 나와준다. 


    롬멜은 기적을 연출하지만 주코프는 이길만하게 만들어놓고 이긴다. 그러므로 주코프의 개인능력이 아니라 소련의 인구가 많아서 이긴 걸로 착각한다. 과연 그러한가? 많은 사람들이 소련군이 인해전술로 밀어붙였다고 믿는다. 천만에. 결정적인 시기에 독일군은 300만이었다.


    그때 소련은 100만을 투입할 수 있었을 뿐이다. 소련이 승기를 잡고 난 다음에 지원병들이 몰려들어 병력충원이 가능해졌다. 원균의 부하들은 근처 섬들에 숨어 있었다. 이순신이 명량에서 이기자 이곳저곳에서 몰려들어 단숨에 전함이 60여척으로 늘었다. 왜 12척 밖에 없었나?


    원균이 지자 도망쳤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이기자 일부가 다시 모여든 것이다. 소련군 병력이 증강된 것은 이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독일군 병력이 감소한 것은 졌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에 독일군의 전력은 소련군을 압도했다. 그 정도면 된다고 소련군 포로를 죽여버렸다.


    소련군 포로 500만을 소련군과 싸우게 하면 쉽게 이길텐데 말이다. 승산을 보여주면 지원병이 몰려들고, 반면 암울해지면 항복하거나 도망친다. 전쟁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초반에 기적을 연출하여 승산을 보여주려고 무리를 한다. 독일군의 무리수는 성공했고 소련군은 그 반대다.


    롬멜의 초반 승승장구는 확실히 무리였다.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다. 그게 패인. 스탈린의 방어전략도 무리였다. 초반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외교가 틀어진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해서 혁명기에 백군편에 선 지역은 모두 반소로 돌아선다. 스탈린이 이걸 걱정한 것이 패인이다.


    소련의 초반연패는 적백내전기 백군편에 섰던 반소지역이 독일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히틀러는 자신들을 환영하며 백기들고 항복한 소련군을 죄다 죽여버렸다. 슬라브족 숫자를 줄여놓아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게 패인. 여기서 결정된 것이다. 독일은 이념에서 졌다.


    초반에 이겨놓으면 어떻게든 수가 나겠지 하는건 위험한 생각이다.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면 반드시 추궁이 들어온다. 전쟁은 언제나 장기화 된다. 누구나 3개월 안에 끝난다고 여긴다. 스탈린도 모스크바를 막아내고 흥분해서 3개월을 외치다 망했다.


    자문해봐야 한다. 우리는 모두 롬멜의 기적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순신의 사전준비보다는 롬멜의 임기응변에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기적을 바라고 있다면 이미 패배해 있다. 심리적으로 져 있다. 이겨야 이긴다. 마음으로 이겨야 실전에서도 이긴다. 시스템이 답이다.


    기적을 바라는 심리는 지쳐있는 거다. 의사결정 회피다. 우리가 차분하게 준비하면 적군은 기적을 바라고 요행수를 남발하다가 자멸한다. 장기전을 할 마음을 먹은 자가 언제나 승리한다. 초반에 이기면 기세라는 플러스 알파를 얻지만 적도 패배하면서 배우는게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5.10.05 (16:45:33)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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