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아래 17층에서 애가 떼쓰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 엄마, 아빠도 한 두 마디씩 거드는데 주로 '네가 잘못했놓고 뭘 그리 우느냐, 뚝!' 요정도로 인듯 했다.
내가 1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서 17층에서 아이 가족들이 탔다. 두 살 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약간 잦아들긴 했지만 엄마 품안에서 여전히 운다. 다시 한 번 돌아가면서 아이에게 면박을 준다.
"뭘 잘했다고 울어?", "자꾸 울면 혼난다", "뚝 그쳐, 뚝!"
오자랖이 넓은 나지만 안타까워도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자꾸 울면 여기 아저씨가 이놈한다, 이 노~옴"
나에게 무언의 협조를 구하는 할머니의 말에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말을 뱉어 버렸다.
"저, 이 놈 안하는데요...."
성대결절이라 말이 잘 안들렸나보다.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며 방금 뭐라고 했는지 묻는거 같다. 약간 당황하신 듯도 하고...
"저, 이놈 안한다구요"
우는 애 타이르는 듯한 상황에서 어색하게 '다들 이건 뭐지?' 하는 분위기로 바뀜.
"이놈, 하거나 아저씨가 잡아간다고 하면 애가 불안해해요. 속상해서 더 울어요"
"???"
"아, 제가 초등학교 교사거든요"
"아,네... 그럼 어떻게 해야 돼죠?"
"자기도 속상할테니 어느 정도 울게 내버려 두는게 좋지요. 너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계속 울면 어떡해요?"
"적절히 속상한 마음은 공감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게 필요해요"
"아, 네...."
이러는 사이에 아이의 울음은 잠잠해졌다.
어른이나 애들이나 똑같다. 기분 나쁠 때 훈계해봤자 통하지도 않는다. 나쁜 짓은 한 것은 잘못이지만, 아이의 감정 표현까지 억누르를 필요는 없다. 억누르기 위해 무리수를 써가며, 협박, 당해도 싸다는 듯한 비아냥은 아이의 분노를 증폭시킨다. 울음은 커지고 오래간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나빠진다. 다음 번 비슷한 상황에서는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아이는 자기가 힘들다는 것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더 떼를 쓴다.
이럴 때는 애도 적절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그 감정을 잘 거둬들일 수 있게 옆에서 지켜보고 때론 무관심하면서 적절히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주변의 부모님들이 '우리애가 기질적으로 '~~하다' 는 말씀을 많이 듣는다. 그렇다. 기질적인 부분도 분명이 있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질문제가 아니라 부모와의 상호작용, 학습된 행동패턴, 부모의 아이에 대한 신뢰부족, 아이의 부모에 대한 신뢰부족인 경우가 많다. 하긴... 부모도 자기 감정을 공감받는 경험을 한 적이 거의 없으니 쉽지는 않다. 받지 않은 것을 배워서 주기란 참...
요즈음 동향을 보니,
회복적 정의,
회복서클
비폭력 대화 등이 서로 영역을 넓혀가는 듯합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비폭력 평화물결, 비폭력 대화, KOPI, 좋은 교사 등 여러 곳에서 학교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대화의 방식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많이 연습을 시키고, 훈련시키고, 깨달음을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건은 구조적으로 일어나고
해결은 개인적으로 해야하는
이 놈의
환경이 너무 열악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 놈~ 안하는 환경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