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피자가게에 들렀다. 남자는 빨리 메뉴를 선택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긴다. 즉 판단기준이 있는 것이다. 여자는 메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즐기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임무라고 여긴다. 역시 여자는 여자의 기준이 있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는 그러한 기준의 존재를 모른다. 남자 혹은 여자가 자신과 다른 기준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지 못한다. 각자 자기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의 존재를 지각하지 못한다. 깨닫지 못한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판단기준의 존재를 드러내면 지식어다. 별개의 두 사건 사이에서 에너지의 방향성을 보면 깨달음이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을 촉발한다. 두 사건은 연결된다. 작은 사건이 큰 사건으로 비화한다. 그 차이만큼 에너지의 낙차가 있다. 가속도가 있고 쏠림이 있고 기세가 있고 흐름이 있고 유행이 있고 센세이션이 있다. 붐업이 있다. 판이 커진다. 항상 이 구조를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것이 깨달음이다. 다음 단계를 의식해야 한다. 이기려고 하면 하수다. 공정하려고 하면 중수다. 판을 키우려고 하면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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