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391 vote 0 2015.07.20 (23:30:26)

     

    인과율의 3가지 태도


    근대과학의 토대는 인과율을 중심으로 한 수학적 사유다. 사실이지 동양철학은 인과율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나름대로 비슷한 것을 사유하긴 했으나 수학적 엄밀성과 접목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논리학의 부재 때문이다. 한자는 뜻글자라 논리학과 맞지 않다. 과학은 건조하게 사실만 말해야 한다.


    뭔가 시적으로 함축시키면 건너뛰게 된다. 과정을 생략하고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 그 방법은 실용적인데 위험하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실용은 복제가 안 된다. 우연히 답을 맞출 수 있으나 요행으로 한 번 맞추면 그 방법에 집착하여 헛된 짓을 반복하게 된다. 수주대토의 고사와 같다.


    ◎ 서구의 인과율 - 시간으로 자른다. 열린계에서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인과의 발견에 해당한다.


    ◎ 동양의 인과율 - 공간으로 자른다. 닫힌계에서 원인이 결과의 대칭성을 본다. 대칭구조의 발견에 해당한다.


    ◎ 불교의 인과율 - 외연으로 자른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제 3자가 반드시 있다. 대칭축의 발견에 해당한다.


    동양의 인과율은 불교의 인연법이 대표적이다. 인은 직접원인, 연은 간접원인이다. 사건이 일어난 본질적 원인은 인因, 사건이 하필 그 시점, 그 장소에서 그 방법으로 일어난 이유는 연緣이다. 교통사고라면 음주운전은 인, 무리한 추월시도는 연이다. 둘다 원인이나 음주운전이 더 중요한 직접원인이다.


    주역의 태극개념, 음양개념, 원형이정 개념, 선천후천 개념에도 그 흔적이 있다. 원형이정은 봄이 있으면 여름이 있고, 가을을 거쳐 겨울로 끝나는 1 사이클의 완전성이 있다는 거다. 주역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대칭성에 주목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는 거다. 서구의 기독교적 사유에는 없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다는게 기독교의 사유다. 일방적이고 직선적이다. 불운을 당하여 벌을 받을 때가 있으면 행운을 얻어서 상을 받을 때도 있다는 식의 내용은 성경에 없다. 동양의 사유는 서구와 달리 곡선적이다. 구조론의 정답은 무엇인가? 셋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순서가 있다.


    서구의 인과율이 1번이고, 동양의 음양론은 2번이며, 불교의 인연법은 3번이다. 서구 인과율을 먼저 배우고 그 울타리 안에서 주역의 대칭성을 찾아야 한다. 그 대칭을 찾은 다음에 대칭의 축을 찾으면 그것은 불교의 인연법이다. 원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잠복기간이 있다.


    운동을 안했다고 감기에 걸리는건 아니고 담배를 피웠다고 폐렴에 걸리는건 아니다. 결정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따로 있다. 그런데 말이다.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방아쇠만 당긴 자가 독박을 쓰는 수가 있다. 99퍼센트 자리 깔아놓은 자는 용케 빠져나가고 1 퍼센트 채운 깃털이 범인으로 몰린다.


    그 깃털이 인연因緣의 연緣이다. 그러나 불교도는 연에 너무 집착한다. 연은 2차적 원인이다. 천생연분 이런거 어리석다. 천생인분을 찾아야 한다. 인이 연에 앞선다. 단어에도 인자가 연자 앞에 오잖는가? 왜 인을 놔두고 연을 찾지? 직계를 놔두고 방계에 집착하는게 낭만은 되는데 헛다리 짚는 거다.


    인연은 인에서 99퍼센트 승부가 난다. 연은 타이밍과 바람잡이에 불과하다. 인이 있어도 타이밍을 놓치면 고백을 못한다. 바람잡이가 없으면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그러나 인에서 99퍼센트 채워져 있다. 연은 단지 무드를 조성할 뿐이다. 과학으로 보자. 인이 98퍼센트 정하면 연이 2퍼센트 채워준다.


    닫힌계 안에서 인과는 대칭성을 가진다. 총을 쏘면 과녁에 맞는다. 먼저 쏘는 놈이 이긴다. 이건 서구의 인과율이다. 총을 쏘면 탄창이 비었다. 이때가 반격할 타이밍이다. 이는 동양의 음양론적 사유다. 전쟁은 기본 선빵이 이긴다. 서구가 선제공격하고 점수를 딴다. 장기전이면 명분있는 쪽이 이긴다.


    선빵 날린 자가 명분을 잃어 외교싸움에 진다. 독일이 선제공격하다가 망한 이치다. 오히려 살살 약을 올려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유도해야 한다. 기름을 끊는 방법으로 일본을 괴롭혀서 진주만 습격을 유도한 사람이 루즈벨트다. 동양의 음양론적 사유는 광할한 대륙의 장기전에 맞는 사유체계다.


    결론적으로 서구의 인과율만 배운 사람은 진리의 10퍼센트를 겨우 알아낸 사람이다. 그걸로 단서를 얻을 수는 있어도 추리를 전개할 수는 없다. 닫힌계 안에서는 주역의 음양론이 먹힌다. 사건이 일어나면 재빨리 문을 닫아걸고 ‘이 안에 범인이 있다.’ 고 선언하면 된다. 반드시 대칭되는 지점이 있다.


    잘 모르겠으면 두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면 된다. 하나는 가장 작게 원을 그리고 하나는 가장 크게 원을 그려야 한다. 가장 작은 원은 범인과 피해자가 마주치는 접점이다. 시공간의 한 지점을 범인과 피해자는 반드시 공유한다. 이건 백퍼센트 맞은 추리법이다. 이걸로 안 되면 가장 크게 원을 그려야 한다.


    우주 안 어딘가에 범인이 있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 반드시 잡힌다. 극도의 장기전으로 가면 이기는 거다. 가장 좁혀서 추리하거나 가장 넓혀서 추적하는 방법으로 동양의 음양론적 대칭논리는 백퍼센트 명중한다. 극도로 좁히는건 과학의 수사법이요 극도로 넓히는건 정의를 따르는 우리의 신념이다.


   


[레벨:6]sus4

2015.07.21 (21:52:29)

구조론을 공부하지 않아서인지...'제3자'와 '대칭축'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서양의 직선적 인과율

원인과 결과는 마주보는 대칭관계에 있다.---곡선적인 동양의 인과율.


원인과 결과라는 현상 이면에는, 그것이 그렇게 나타나게끔하는, '시소'가 있다, 즉, 원인과 결과를 조율하는 구조가 있다. 이런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7.21 (22:49:04)

추가설명이 필요한 내용인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놔뒀네요.

서양이건 동양이건 다 구조론을 모르고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엉터리 인과율이므로 


구조론과 끼워맞춰서 말을 만들어 주는게 필요한 건지 의문이구요.

어차피 이건 구조론이 아니므로 별로 중요한 내용도 아니고.


제가 말하려는건 

예컨대 활을 쏜다면 


서양의 직선 - 활을 쏘면 과녁에 맞는다. 관점이 활을 떠나 일직선으로 과녁으로 갑니다.

동양의 곡선 - 과녁에 쏘았다면 활에는 그 화살이 없다. 관점이 활에서 과녁으로 갔다가 활로 되돌아 갑니다.


여기서 관점이 활로 되돌아간다. 되돌아>돌아>돈다고? 도는건 곡선이지. 일케 된 거죠.


불교의 인연법 - 바람이 불어 화살이 빗나갔다. 관점이 활도 과녁도 아니고 제 3자인 바람을 본다는 거죠.


이때 바람이 활과 과녁 둘의 운명을 동시에 결정하는 축이 됩니다.

뭐 굳이 알아야 하는건 아니고 말하자면 그렇다는 건데


왜냐하면 불교는 연기법 하며 연을 강조하다가 인을 놓치는 자살골을 넣었어요.

활이 90퍼센트 결정하지 바람은 중요한게 아니죠.


근데 불교는 너무 바람에 집착해서 논의가 산으로 갔어요.

석가의 취향은 아닌데 갈수록 왜곡됩니다.


불교는 논리학적으로 상당히 퇴행했어요.

불교 애들 지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167 다섯 가지 대칭의 이해 image 김동렬 2015-07-31 5902
3166 공간과 시간의 이해 image 김동렬 2015-07-30 6559
3165 관점의 문제 image 1 김동렬 2015-07-27 6378
3164 다섯가지 대칭의 이해 image 4 김동렬 2015-07-27 6681
3163 구조론은 업그레이드 된 인과율이다. image 6 김동렬 2015-07-24 6530
3162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image 1 김동렬 2015-07-23 6256
3161 인과율과 구조론 image 1 김동렬 2015-07-22 5856
3160 인과법칙과 구조론 image 2 김동렬 2015-07-21 6146
» 인과율의 3가지 태도 2 김동렬 2015-07-20 7391
3158 문명의 대결 image 김동렬 2015-07-16 6852
3157 공자는 무엇을 가르쳤는가? image 7 김동렬 2015-07-16 7521
3156 진짜 역사는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5-07-13 7169
3155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 image 1 김동렬 2015-07-10 7854
3154 고대사에 대한 생각 image 3 김동렬 2015-07-08 9893
3153 미학은 일원론이다. image 1 김동렬 2015-07-06 7081
3152 공자와 노자 image 김동렬 2015-07-04 6331
3151 도덕경이란 무엇인가? image 2 김동렬 2015-07-03 7287
3150 짝수만이 짝지을 수 있다 image 1 김동렬 2015-06-30 6367
3149 제 2의 스푸트니크 쇼크가 온다. image 11 김동렬 2015-06-29 9082
3148 에너지의 카오스와 코스모스 image 1 김동렬 2015-06-28 7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