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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00 vote 0 2015.07.04 (11:47:00)

     

    공자와 노자


    구조론의 출발점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구분에 있다. 관점의 문제다. 인간은 자신이 본 것을 말한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본 게 아니라 남이 연출하여 보여준 것이라면? 영화를 보고 와서 사건을 목격했다고 우기면 피곤한 일이다. 말하려는 자는 환경과의 관계에서 수동이 아니라 능동에 서야 한다.


    인간이 말하기 전에 먼저 말을 배워야 한다. 발언권을 얻는 문제다. 처음은 말을 배우는 과정이다. 교수professor는 앞에 나와서 말하는 사람이다. 앞에서 말할 자격을 갖춰야 한다. 자기 언어를 가져야 한다. 환경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우위에 서서 자기 관점을 얻었을 때 비로소 말할 수 있다.


    ◎ 인간은 처음 자연 앞에서 수동이므로 발언권이 없다.
    ◎ 말을 배워서 자기 언어를 획득함으로써 발언권을 얻는다.
    ◎ 환경과의 관계를 수동에서 능동으로 바꿔 자기 언어를 얻는다.


    구조론은 사건으로 본다. 사건은 완전성의 문제가 있다. 사건이 아니면 사물이다. 사물은 대개 입체의 형태이므로 지목할 수 있다. 이것은 연필이다 하고 콕 찝어서 말할 수 있다. 틀렸다.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남이 먹다 버린 뼈다귀라 쓸모가 없다. 그것은 요리된 것이며 지불된 것이다.


    당신은 요리사다. 콕 찝어서 말할 수 없는 재료를 가지고 콕 찝어서 말할 수 있는 요리를 생산해야 한다. 요리는 사건이다. 짜장이나 짬뽕은 사물이다. 사건에서 사물이 나오는 것이다. 사건을 보는 눈을 얻었을 때 관점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며 비로소 자기 언어를 얻어 남 앞에서 말할 수 있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구분을 배우지 않으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발언권이 없다. 언어를 얻지 못한 자라 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 글자를 아느냐고 묻는다. ‘알다마다. 검은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지. 저게 바로 글자야.’ 이 어린이는 글을 아는 사람인가?


    자동차와 마차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자동차를 운전할줄 아는 사람이 아니다. 글자와 종이를 구분할줄 아는 것은 글자를 아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을 지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를 운용할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의사결정할 줄 아는 것이 옳게 아는 것이다.


    권력을 쥐어야 한다. ‘글자를 지배하는 권력’을 얻은 사람이 글자 아는 사람이다. 권력이 없는 사람은 배우는 학생의 신분이다. 앞에서 말하는 사람professor 곧 교수신분이 아니다. 노자는 뛰어난 학생이고 공자는 선생이다. 스승의 신분을 얻어야 발언권이 생긴다. 도덕경은 졸업논문이다.


    플라톤은 형이상학을 했다. 소크라테스는 형이하학이다. 구조론으로 말하면 플라톤이 형님이다. 틀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하학이다. 소크라테스는 구분이 다르다. 소크라테스 안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늦게 팬 장작이 위로 올라가는 법칙에 따라 원래 형이상학이 늦게 나온다.


    석가는 형이하학이고 금강경은 형이상학이다. 공자의 예는 형이하학이고 주자의 성리性理는 형이상학이다. 그러나 주자의 형이상학은 불교 영향을 받아 중용을 재해석 한 것이므로 안 쳐주는 거다. 구조론으로는 질이 입자에 앞서는데 현실은 입자가 앞선다. 질이라는 모자를 뒤에 씌운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문제 때문이다. 질에서 입자로 가는게 존재론이고 입자에서 질로 가는게 인식론이다. 인식론은 안 쳐주는 거다. 발언권이 없기 때문이다. 남이 연출한 영화보고 와서 자기가 사건을 목격했다고 떠벌이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인식론은 학생의 신분이므로 professor가 아니다.


    덕德이 먼저 나온다. 덕의 출처를 캐물으니 도道가 나온다. 도의 근원을 캐물으니 리理가 나온다. 리가 진리다. 진리는 에너지의 사정이다. 노자는 리理라는 단어를 배우지 않았으므로 언어가 없다. 언어가 없으니 ‘도가도비상도’라는 궤변이 나오는 거다. 도 위에 리가 있다고 하면 되는데 말이다.


    ‘명가명비상명’은 의사결정 이전에 의사결정원리가 있다는 말이다. 무명無名은 존재론이요 유명有名은 인식론이며 현玄은 에너지다. 요리는 사건이므로 이름이 없고 조리가 되면 짬뽕이나 짜장의 이름을 얻는다. 이름없는 조리과정을 거쳐 이름있는 음식이 나오니 그 모든 것의 근원은 에너지다.


    도덕경 첫 장은 존재론과 인식론의 구분문제를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대강 얼버무린 것이며 제대로 명명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이름을 붙여야 professor의 자격을 얻는다. 그건 이름이 없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리면 스승이 아니라 학생이다. 이름 붙인 사람이 노벨상 가져가는 거다.


    원래 연구는 제자가 하고 노벨상은 이름 붙인 교수가 먹는 거다. 아는 사람이라면 도덕경 첫 장에서 ‘이건 아니지’ 하는 강한 저항감을 느껴야 한다. 물론 그 만큼의 매력도 있다. 도덕경 자구 붙들고 해석한다며 씨름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다. 인식론에서 존재론으로 올라서는 것이 중요하다.


    인식론은 학생 신분이다. 발언권이 없다. 영원히 학생에 머물면 곤란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는게 인식론이고, 정상에서 천하를 굽어보는 것이 존재론이다. 존재론은 미학이 있다. 자기 도구가 있다. 자기 연장을 쓴다. 자기 관점을 쓰고 자기 언어를 쓴다. 에너지를 쓴다. 방해자를 친다.


   DSC01488.JPG


    공자와 노자, 존재론과 인식론의 차이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입니다. 배우고 익혀서 프로가 되는게 아닙니다. 미학을 얻어야 프로가 됩니다. 총을 챙겨야 군인이 되고 수술도구를 챙겨야 의사가 됩니다. 환경에 대해 갑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승객과 운전기사의 신분은 다릅니다. 도덕경은 제대로 된 미학이 없는 점에서 아마추어 관점, 을의 하소연, 학생의 불만토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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