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막'에 갇힌 사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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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장벽은 20년 전에 무너졌지만 과거 동유럽과 서유럽을 갈랐던 '철의 장막'에 아직도 갇혀 사는 사슴들이 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을 인용한 5일자 연합 보도를 발췌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WSJ은 독일과 체코 국경지대에 서식하는 사슴들이 지금은 없어진, 국경선을 넘는 것을 여전히 꺼린채
자기네 지역에만 머무른다며 이 사슴들이 '냉전시대의 최후의 수감자'라고 소개했다.
냉전시절 서독과 체코슬로바키아를 가르던 고압 전기장벽과 철조망을 군인들이 지켰고 사슴들의 무리
도 국경을 따라 갈라졌다. 이제 장벽은 없어졌고 광대한 산림에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다.
그러나 사슴들의 무리만은 옛 국경선 근처에만 가면 신기하게도 다시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지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상한 것은 지금 사슴들은 장벽이 제거된 이후 태어났기 때문에 20년전 장벽의 기억이
없다는 점이다.
사슴들의 습성이 밝혀진 것은 독일과 체코의 학자들이 위성추적장치를 사슴들에게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 7년간 사슴들의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장막을 넘어 독일에서 체코로, 또
는 체코에서 독일로 건너간 사슴은 2마리의 수사슴 뿐이다.
체코쪽 수사슴 한마리는 1년에 한번씩 국경선을 넘지만 다시 체코로 돌아온다. 암사슴들은 장막 너머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
생물학자 호이어리히씨는 "과거엔 장벽이 있어 사슴들이 국경을 넘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장벽이 없는
데도 사슴들이 국경에서 멈춰선다. 사슴들에게 세대를 넘어 집단기억으로 전해지는 이동경로가 있는데
그 경로가 장벽에서 막혀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수사슴들이 간혹 국경을 넘는 것에 반해 암사슴들은 그렇지 않은 이유로는 암사슴들이 어미와 더 오래
붙어 지내기 때문에 옛 습성에 더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연합은 보도하더라.
전기철조망이 추억이 오래 가는군요. 언어가 없는 데도.
넘어서기 쉽지 않겠지요.
사슴도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