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뉴턴 옛날 사람들의 근심은 별자리들이 혹시 노망나서 하느님이 정해준 궤도를 이탈하여 딴 길로 새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황도대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 목성과 토성이 제멋대로 궤도를 이탈해서 다른 별의 영역을 침범한다면? 왕비는 손톱으로 임금을 할퀴고, 제후는 주군의 영토를 빼앗고, 하인은 바짝 뒤쫓아와서 남작의 발뒷꿈치를 밟고도 시치미 떼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페스트가 기승을 부리고 소빙하기가 덥쳤던 중세의 끝물이라면 그럴 수 있다. 하늘의 별은 숫자가 너무 많다. 천문학자를 시켜 감시하게 하지만 이거 장난이 아니다. 업무가 빡세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뉴턴이다. 하느님이 많은 별들을 일일이 감독하는 수고는 사실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왜인가? 자연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유인력으로 모두 연결되어 하나의 통짜덩어리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별자리가 많다 해도 얼굴에 주근깨가 많은 것과 같다.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도 여드름 하나가 곪은 정도에 불과하다. 보편적 법칙이 존재하므로 하느님의 수고가 덜어진다. 인간은 단지 자연 하나만을 상대해주면 된다. 자연과 인간의 일대일이다. 이제 적은 한 넘 뿐이다. 한 넘만 패면 된다. 쉽잖아. 베개를 높이 베고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다. 자연이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되어 일자一者로 존재한다면, 인간도 역시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사회다. 그것이 역사다. 그것이 진보다. 그것이 문명이다. 그것이 존엄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일베충이 증명하고 있다. 인간은 분열되어 있다. 그래서 문제다. 그렇다면? 통합하면 되잖아. 간단하네. 답 나왔네. 그런데 통합의 절차가 있다. 다수가 합의해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민주적으로 회의해서 통합하자고? 해봐라 되나. 안 된다. 세상은 넓고 얌체는 많다. 갓 출생한 사람과 내일 돌아가실 양반은 입장이 다르다. 인간은 잘 합쳐지지 않는다. 유전자로 합쳐보세. 가족주다. 패거리로 합쳐보세. 부족주의다. 믿음으로 합쳐보세. 종교다. 전쟁으로 합쳐보세. 국가주의다. 역사의 허다한 소란이 여기서 비롯된 거다. 예수의 사랑이든, 석가의 자비든, 공자의 인의든 인류가 하나로 합쳐보자는 아이디어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윤리도 마찬가지. 그런데 실패한다. 왜? 그 집단에서 가장 띨한 자가 우두머리가 되기 때문이다. 가족주의로 가면 리더는 누구인가? 할배다. 부족주의로 가면 리더는 누구인가? 깡패다. 종교로 가면 리더는 누구인가? 광신도다. 멍청한 넘이 대장된다. 정치로 가서 왕이 권력을 잡아도 마찬가지다. 질이 나쁜 히틀러가 리더가 된다. 힘을 합칠수록 망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곧바로 망하지는 않고 한 동안 잘 나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히틀러처럼 망한다. 될듯될 듯 안 되고 망한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들이 미련을 갖고 이 방법에 집착하는게 국가주의 폐해다. 망하지 않고 힘을 합치는 방법은?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민주주의이나 역사에 민주주의가 잘 합의해낸적 없다. 흔히 페리클레스의 황금시대라 하나 페리클레스의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왜? 교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 한 명의 개인기에 의해 유지되던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그가 죽자 와해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원래 어려운 것이다. 공자의 방법은? 학문이다. 그것은 짐승과 인간을 분별하는 거다. 짐승은 고립된 개체이고 인간은 사회의 팀원이다. 사회적 인간이어야 한다. 답은 교육에 있으나 그것이 단순한 지식의 주입은 아니다. 인격이 중요하나 본질은 아니다. 사회를 한 방향으로 점점 커나가는 생태계의 형태로 유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럿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 길을 가다보면 저절로 보조가 맞게 된다. 합의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합의가 된다. 그런 구조로 조직해 나가야 한다. 공자에게는 본능적으로 그러한 감각이 있었다. 공자는 제사를 주관하는 직책을 가졌기 때문에 의식과 행사에서 그것을 보았다. 원래 운동장에 모여서 전교생이 조회를 하다보면 리더의 말을 잘 들어야 조회가 빨리 끝나고 그런거 있다. 개인이 각자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면 30분만에 끝날 의식이 3시간 걸려서 지치게 된다. 꼴통 부리던 녀석도 얌전해 지는 거다. 왜? 집에 빨리 갈라고. 예비군 훈련도 얌전하게 받으면 1시간 일찍 집에 보내주는 그런거 있잖아. 공자는 거기서 인간을 제압하는 비결을 알아챈 것이다. 그것은 존엄이다. 공자는 이 방법으로 꼴통들의 분란을 제압하고 집단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건 사실 사회주의자들이 잘 써먹는 방법이다. 히틀러는 원래 사회주의자들을 감시하는 보수세력의 앞잡이였는데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뮌헨의 사회주의 정권 밑에서 일하느라 사회주의자들의 방법을 배웠다. 그는 ‘나의 스승은 마르크스다.’ 하고 말하고 다녔다. 의식과 행사다. 요즘 보수꼴통들이 좋아하는 히틀러의 웅장한 의식은 사회주의 정권의 것을 베낀 것이다. 나치의 완장도 공산당이 차던 것이다. 그렇다. 본질은 인간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종교가 쓰는 방법이기도 하고 독재가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것이 한 편으로는 맹자의 윤리가 되고 한 편으로는 법가의 제도가 된다. 중요한 것은 공자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보통은 어떤가? 적을 설정하고 대적하는 수법을 쓴다. 적이 침략해 온다고 떠든다. 늑대가 나타났다. 종북이가 나타났다. 이민족이 나타났다. 동성애자가 나타났다. 이런 식으로 소집단을 이루어 내부적으로 합치는 수법을 쓴다. 이 수법은 실패한다. 외부와의 연결통로가 닫히기 때문이다. 이는 합치기 위해서 쪼개는 거다. 성문을 닫아거는 방법의 억압적인 합치기는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공자는 일체의 대적하는 행동을 반대해 왔다. 닫아걸기가 아니라 소통하기로 합친다. 정치와 종교와 윤리와 관습은 모두 집단의 마음을 하나로 묶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내부의 적을 만들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방법으로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은 일시적이다. 진리와 학문과 과학과 진보와 번영만이 줄기차게 인류를 하나로 통합시켜왔다. 인류로 하여금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 있는 것은 인류 그 자체를 위대하게 하는 방법 뿐이다. 그것은 무리지어 계속 가는 것이다. 행군이 계속되는 동안,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은 내분이 일어나지 않는다. 고난의 행군을 계속할 수는 없다. 제사를 밤새도록 지낼 수는 없다. 끝나지 않는 영화는 없다. 쇼가 끝나는 순간 군중은 폭동을 일으킨다. 그래서 히틀러는 전쟁을 멈추지 못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것은? 교육과 학문이다.
과학과 진보와 진리와 번영은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기관차와 같다. 결정적으로 띨한 자가 리더가 되어 망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공자의 방법이 현실에서 먹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물론 유교의 오버짓도 상당하다.
◎ 뉴턴은 자연이 통합된 하나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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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